나의 첫 책
<엄마 찾아 삼만 리>와 <콩쥐팥쥐>는 내가 기억하는 첫 책이다. 7살이었을 때 이모가 사줬다. 그 책을 읽어주다 잠든 엄마 옆에서, 혼자 더듬거리며 읽기 시작했다. "어머! 책이 읽어지네?" 신기했다. 어릴 때 기억 중 선명한 것이 많이 없는데, 어찌 된 일인지 두 권의 책 커버와 책 중간 그림의 느낌까지도 떠오른다. 혼자 책을 읽게 된 뒤로 동네 서점에 자주 갔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는지, 주변에 도서관이 없었는지, 부지런히 서점에 다녔다. 엄마가 책은 아낌없이 사 주셨다.
책 모임
책을 아예 잊고 산 적은 없다. 느슨하게 또는 밀도 있게 책을 읽었다. 5년 전에야 비로소 책 모임을 시작했다. 이건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어라? 왜 이제야 책 모임을 시작했지?'라는 물음표를 던질 만큼. 혼자 읽을 때보다 더 치열하게 읽고 생각을 나누었다. 깊게 책을 읽는 재미가 좋았다. 공감은 두 배가 되고 다른 이의 다른 관점은 느낌표가 그려졌다. '아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공들여 책을 읽었더니 책이 더 좋아졌다.
코로나 시기에는 한동안 책 모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도서관도 문을 닫았다. 그때는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주문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할 수 있는 일이 책 읽기였는데, 처음 몇 달은 반강제적으로 책 읽는 그 시간이 즐거웠다. 마냥 코로나가 끝나기를 기다리기에 시간이 아까워 몇 달 뒤에 온라인으로 전환해서 책 모임을 이어갔다. 멤버들 모두 발달한 기술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었다.
포기할 수 없는 종이책
환경을 공부하면서 종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나무, 물, 에너지양을 알게 되었는데, '종이=나무' 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A4지 1장을 위해 10ℓ 정도의 물이 필요하고, 2.88g의 탄소(carbon)가 발생했다.(출처 : 그린 포스트 코리아) 앗, 그렇다면 전자책을 읽는 것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또 궁금해졌다. 전자책 리더기에는 전자부품이 많이 들어가고, 충전이 필요하고, 폐기되었을 때 재활용되는 비율이 낮다. 평균 교체주기가 2~3년이라 하니, 이 또한 전자 쓰레기가 되는 셈이다. 어느 자료에서는 3년 동안 64권의 책을 읽는다면 전자책을 권했다. 물론 가뿐하게 64권을 넘기지만 여전히 종이책에 줄을 긋고, 내 의견을 옆에 적기도 하고, 인덱스를 붙이고, 휘리릭 넘기며 나중에 또 찾아보는 게 참으로 좋다. 전자책은 물리적 공간 차지를 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줄 수가 없다. (내 맘대로) 종이책, 승!
관심 가는 책
환경을 접하고는 읽는 책의 분야가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주로 문학책을 읽었고, 비문학을 가끔 읽었다. 지금은 완전히 반대다. 환경,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 또 다른 책이 관심 대상이다.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될 때, 스펀지처럼 쏙쏙 빨아들이는 느낌이 좋다. 환경책을 읽다 보면 분노할 내용도 많기도 하고, 대게 건조한 문체의 책만 읽으니 내 감수성이 점점 메말라가고 있지는 않나 걱정도 살짝 든다. 감수성이 풍부한 환경활동가이고 싶기 때문이다. 며칠 전 퇴근길, 동네 서점에서 최은영 작가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충동구매했다. 뭔가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었고, 집에 있는 읽지 않은 책들을 떠올려보니 죄다 건조한 톤의 책이어서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골랐다. 내 마음이 촉촉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서.
장래희망_ 책방 주인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는 작은 책방의 주인이다. 동거인은 백 퍼센트 망할(?) 거라며 고개를 젓는다. 하하하. 남의 장래희망을 이런 식으로 반대하다니 너무 잔인하다. 하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건 너무 잘 안다(작은 책방이 문 닫는 걸 두어 번 보았다.) 열고 싶다는 마음 만으로 덤비기에는 생각할 일이 너무나 많다. 책 한 권이 팔리지 않아도 괜찮다면, 책방을 열 수도 있지만 그럴 순 없으니까. 책방 책들은 내가 큐레이션 하니 읽은 후 간단한 느낀 점과 포인트를 적어 놓고 싶다. 책방에서는 책 모임과 환경 클래스가 열릴 것이다. 그리고 커피 향이 나겠지? 이런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사랑해야 한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 오겠지? 할머니가 되어서라도 꼭 이루고 싶다. 책방 할머니.
나에게 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읽었던 환경책을 다시 읽기를 하는 중이다. 두 번, 세 번 읽기도 한다. 한번 읽는다고 다 내 것이 되지 못하기에 읽고 또 읽는다, 자꾸 손이 가는 책이 좋다. 환경 관련 서적이 책장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책 속의 지식을 모두 흡수하기라도 한 것처럼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이건 아니잖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좀처럼 종이책을 포기하진 못하고 있으며, 좋아하는 환경책은 계속 모으고 있다. 대신 책을 읽고 다른 사람에게 내용을 공유하는 것으로 마음의 짐을 좀 내려놓는다. 그럼 그 책과 내용에 관심을 가질 테니까. 환경책을 제외한 읽은 책(주로 신간)은 1년에 한 번씩 작은 도서관에 3년째 나눔 하고 있다. 확신컨대 시간이 지나도 도서관을 자주 찾고, 책 모임도 부지런히 참여할 것이다.
책을 통해 내가 채워져가고 있다. 늘 책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