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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사항 Mar 03. 2024

철새와 쓰레기의 공존

지난 1월 30일, 볕 좋은 날, 수로왕릉역에 모였다.
김해시 주촌면에 사는 지인이 우리에게 보여 주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 그곳은 철새가 많이 찾아오기도 하고, 또 쓰레기가 많다고 했다. 엥?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곳에 함께 가 새들도 보고 쓰레기도 함께 줍고 싶다는 것이다.(우리 셋은 모두 쓰줍인이다)
오, 좋아요! 출동!

먼저 지인이 차려준 집밥을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이 비운 뒤 부른 배를 안고 길을 나섰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니 한적한 곳이 나왔다. 조만강, 이름은 강인데 양산천보다도 하천 폭이 더 좁아 보였고, 내 눈엔 동네 하천 느낌이었다.


에고, 흐르는 물이 그다지 깨끗하지 않다. 주변에 공장이 많아서일까? 하수가 내려오는 곳을 봤는데 거품도 보이고 더럽다. 앗 이런 오염된 물인데도 쇠기러기, 청둥오리, 물닭이 많다.  여기 철새 도래지인가요? 이렇게나 철새가 많이 찾아오는 곳인데, 여기 조만강은 관리가 되고는 있는 건지, 방치된 느낌이 다분하다.

우리 셋의 말소리에 새들이 놀라지 않도록, 날아가지 않도록 조심했다. 무리 지어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는 것도, 새 울음소리를 듣는 것도 반가웠지만 그들이 놓인 환경이 딱히 좋지 않아 한편으로는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조만강 제방을 한참 걸었다. 사람들이 산책하러 걷기에도 적당하지 않은 길이다. 바로 옆 차도로 차만 씽씽 달린다. 사람이 자주 찾는 길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쓰레기라면, 모두 쓰레기 버리러 오신 겁니까? 추측을 시작해 본다.
추측 1. 차로 지나가다가 미리 준비한 쓰레기 봉지를 투척한다.
추측 2. 일부러 쓰레기를 가지고 버리러 찾아온다.
추측 3. 여기 공사 일하시는 분들이 휴지통인 양 쓰레기를 마구 버린다.(그러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

배달용기에 그대로 담긴 음식물 쓰레기도 있다. 우웩! 커다란 양주병이 두 개나 들어있는 비닐봉지도 있다. 모두 다 일부러 버린 거다. 사용한 팬티라이너도 있다. 으악~ 한두 개가 아니다. 윽. 오래되어 시간의 흔적이 보이는 쓰레기도 있지만 방금 전에 버려진듯한 신선한(?) 쓰레기도 있다. 대체 왜 이러십니까 들!!(분노의 목소리)

스티로폼 박스가 부서져 만든 덩어리들도 여기저기 있었다.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은 줍기도 어렵다. 제방과 쇠기러기가 머무르는 공간 사이의 거리는 가깝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이 스티로폼 덩어리는 바람에 날려 물 위에 퐁당 떨어질 것이며, 금세 수질을 오염시키고, 미세 플라스틱이 될 것이다.

저, 김해 시청과 주촌면은 무얼 하고 있나요?

우리 셋이 쓰레기봉투 40리터를 채우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재활용 가능한 페트와 유리병, 캔은 따로 챙겼다.

쓰레기를 줍다 보면 인간에 대한 혐오가 생기는 순간이 있다. 그 감정이 극한으로 치닫는 걸 막아주는 건 바로 같이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다. 신기하게도 같이 쓰레기를 주우면 힘은 들어도 재밌고 뿌듯하다. 이래서 만 3년째 쓰줍하나 봅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있다. 깨진 유리창을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이다. 1980년대 뉴욕 지하철은 굉장히 위험한 공간이었다.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뉴욕시가 한 행동을 지하철 안의 그라피티와 낙서를 지우는 것이었다. 환경이 개선되고 난 후 3년 후 범죄율이 75%나 감소되었다.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건 창문 한 장이 깨진 것처럼 아주 사소한 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은 관리가 되지 않고 무관심하고 방치된 상황을 보여준다. 이 장소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너무나 쉽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원래 지저분했으니까. 쓰레기가 자꾸 버려지고 방치하는 것은 쌓이는 쓰레기 양도 문제가 되지만, 더 큰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작년 여름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주웠다. 길가에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컵이 5개가 줄이어 서 있었다. 처음 누군가가 놓고 간 곳에 다음 사람이 놓고 간 것이리라. 더우니 차가운 음료는 마셔야겠고, 다 마시고 난 뒤(음료가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그냥 두고 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게 본인 쓰레기 자기가 치우는 것이다.

<조만강 쇠기러기>라고 검색해 보니 2019년 기사가 보인다. 5년 전에도 조만강 제방에 쓰레기가 20~40톤이 버려져 있었다. 트럭으로 냉장고 같은 대형폐기물을 싣고 와 버린 사람들. 세상에 버려진 냉장고가 3대였단다. 아, 정말 왜 이러시나요? 냉장고라면 여기로 가져올 정성 대신 수거업체에 전화하면 되는데 말이다.

5년이 지났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쓰레기가 버려진 곳, 수질이 오염된 곳에 살고 싶은 사람들이 없듯 철새도 마찬가지다. 아마 이곳을 찾는 철새들이 점점 줄지 않을까. 철새는 먼 거리를 이동 후에 충분히 잘 쉬어야 하고 잘 먹어야 한다. 머무는 곳에서 충전이 안 된다면 힘을 내서 다시 이동할 수 없다.

철새가 오든 안 오든 나랑 상관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있는 새에게도 무관심한데, 철새라고 특별히 관심 있지는 않을 테니까. 철새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생태계가 그만큼 오염되어 있다는 말이고, 우리 인간이 사는 환경도 그만큼 나빠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이 세상에 인간에게만 좋은 환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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