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짱 Jul 24. 2023

사모님! - 1 -

 김 형사! 차 한잔 할까?


사모(師母)님은 스승의 부인을 높여 부르거나, 남의 부인을 높여 부르기도 하지만 윗사람의 부인을 높여 부르기도 하는 말인데 여기에서는 사회 지도층 인사 부인이라 예우하는 측면에서 평상시 통용되고 있는 단어를 사용해 보았음.


따스한 봄날이었다.     

아침 조회가 끝난 후 시급히 처리 중인 사건도 없고 해서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생각 중인데 대구의 모 언론사 논설위원인 고향 선배 구재민(가명)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 형사!”

“예! 형님!”     


“오늘 뭐 해?”

“뭐 특별한 사건이 없어 각 경찰서에서 보고된 발생 보고서 보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나하고 차 한 잔 하지?”

“예! 알겠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형님 회사로 갈까요?”   

  

“아니 회사로 오지 말고 어디 조용한 곳에서 차 한 잔 해..”

“알겠습니다. 형님이 정하시는 대로 나가겠습니다.”     


“그래? 그럼 범어 로터리에 있는 Y호텔 커피숍으로 11시까지  혼자 나와”

“예 알겠습니다.”     


평소 언론사 논설의원이라고 안하무인격으로 콧대 높이 행동하다가 나한테 차 한 잔 하자고 할 때에는 무슨 곡절이 있겠구나 싶었다.   

 

약속을 한 후 형사는 항상 2인 1조로 행동하지만 반장(지금의 팀장)이라서 부하 형사들 근무 배치를 하고  혼자 약속된 장소에 나갔다.  

   

호텔 커피숍이고 보니 고급진 손님들이 여러 곳에 앉아 있었는데 사업을 위하여 온사람도 있겠지만 형사의 눈에는 그저 좋게 보이지 않는 인상들이 많았다.

선배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 여기”라며 손을 흔들어 보이기에 반응을 하고 가까이 갔다.     

“형님! 안녕하십니까? 건강해 보이십니다.”

“맨날 그렇지 뭐.  청 강력계가 힘들지 않나?”

“공무원이야 어디를 가도 똑같지요.”    

 

“우선 차 한 잔 하자. 뭐 드실래?”

“형님 하고 같은 것으로 하지요.”

“알았어. 그렇게 하지”     

차 주문을 하고 나서는 쌍방 알고 지내는 고향 인사들에 대하여 말을 주고받다가


“어이 김 형사!”

“예! 형님!”     


“자네 일을 하나 해줘야겠는데?”

“뭔데요?”     


“그래도 청 강력계에 있는 자네가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은데.. 음~~ 말로 하자면 제비 하나 잡아줘”

“뭔 제비.. 아! 여자들 등 쳐 먹는 놈 요?”    

 

“그래”

“아니 아무 경찰서랑 신고하면 되지요.”     


“에이! 이 사람아! 피해자가 나랑 친한데 신랑이 대구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야.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처리 좀 해줘..” 

“위에 보고만 하고 언론에 안 나가도록 하면 되잖아요?”     

“그래 그렇게 하면 되지..”


“도대체 누군데 그렇게 감싸고도는데요?”     

“감싸기는 무슨..”


“아이고! 논설위원님이랑 많이 가까우신 분인가 봐요.”     

“이 사람이 이제 슬슬 놀리네.. 그런 거는 알려고 하지 말고..”


 “제비라고 하는 것 보니 피해자는 여자 같은데.. 어디 있나요?”

“연락하면 금방 오는데 어떻게 할래?”     

“우선 피해자 진술을 들어봐야 일을 할지 말지 결정을 하지요.”   

  

“어떻게 하면 되겠나?”

“연락처를 주시면 제가 연락을 해 볼게요.”     

“그 사람은 이름이 엄수진(가명)이라고 하는데 내가 먼저 전화해서 자네가 전화를 할 것이라 전해 놓을 테니까 점심 먹고 전화해서 약속해 봐”

“알겠습니다.”     


모 언론사에서 사회부, 정치부를 거쳐 논설위원을 할 정도니까 범죄성립이 된다는 등 여러 가지 계산을 하고 나한테 전화를 했을 것이라 생각을 하면서 연락처를 받은 후 헤어졌다.   

  

“남편이 잘 나가는 사람이면 남편이 가까운 수사기관에 신고하면 될 것인데 왜 나한테 의뢰를 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째 조금은 이상했지만 사건처리 욕심이 많은 나는 어찌하였던 좋은 건수를 하나 챙길 것 같아서 만족하였다.     


사무실에 들어와 선배가 가르쳐 준 연락처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저는 대구경찰청 강력계에 근무하는 김 00 형사라고 합니다.”

“아! 예! 안 그래도 구 기자(예전 명칭을 사용하였음)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선배님한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직접 진술을 하셔야 되는데 언제쯤 시간이 되겠습니까?”

“저는 시간이 많지만.. 어디로 가야 됩니까?”     

“경찰청 강력계로 오셔야 됩니다.”


“다른 곳에서 진술을 하면 안 되겠습니까?”     

“다른 곳에서 하실 수 있지만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불편하시더라도 경찰청으로 나오시지요.”

“그럼 할 수 없이 나가지만 혹시 아는 사람들 볼 수 있으니 다른 사람들 없을 때 가면 안 되겠습니까?”     

“불편하시면 근무자들이 모두 퇴근 후에 오시겠습니까?”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공무원 퇴근 시간이 저녁 6시니까 7시 정도 오시면 되겠습니다. 시간 맞춰서 형사를 정문에 보내겠습니다.”

“알았습니다.”라는 통화를 하고 나서 계장에게 통정미끼 갈취범을 수사하겠노라고 보고를 했다.    

 

“강력계 형사가 뭐 제비족 같은 거나 하고.. 뭐 강력 사건 같은 것 없나?”

“요사이 강력사건이 어디 있습니까? 이 사건 남편이 대구 유력 인사(세력이나 재산이 많이 있어 널리 알려진 사람)라고 하는데 아직 누군 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뭐 유력인사?”

“예”     


“어떤 사람인데?”

“저도 아직 조사를 안 해봐서 누군지 모릅니다.”     


“유력 인사면 위로 지휘 보고 해야 되는데..”

“오늘 저녁때 진술서 받아보고 보고 하겠습니다.”     


“알았어. 잘해.. 유력인사 같으면 잘해도 욕먹을 수 있데이..”

“알겠습니다.”


계장과 내근 직원들, 다른 사무실 직원들이 퇴근하기를 기다리다가 모두 퇴근 후, 7시가 다되어 조 형사를 정문 입초에 보내어 엄수진을 안내하라고 보냈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궁금했지만 남편이 유력인사라고 하니 더더욱 궁금했다.    

  

조 형사의 안내를 받아 사무실로 같이 들어오는 피해자를 보니 50대 초반의 여성으로서 귀티가 났다.  

   

인사를 하고 난 뒤 진술을 받기 전 응접용 자리에 앉으라고 하는데 짙은 향수냄새가 코를 찔렀다.  

   

평소 화류계에서 여성들 향수와는 다른 차원의 향수냄새가 품 겨 ‘역시 있는 집 마나님들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차를 한잔 권했다. 

     

평소 모든 사건은 형사들이 조서를 작성하지만 선배의 부탁도 있었고, 계장으로부터 역풍을 조심하라는 지시가 있어 내가 직접 조사를 받기로 했다.     


"먼저 신분증을 보여 주십시요."부터 시작을 했다.


본래 본 조사를 시작하기 전 사건에 대한 간략하고 중심적인 이야기를 들은 후 시작을 한다.     


먼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하여 물어보니 부인들 끼히 모임을 하다가 어찌하여 알게 된 젊은 남자에게 몸과 많은 돈을 빼앗겼고 자꾸 더 달라는 것을 안 된다고 하자 가족들에게 알린다고 협박을 하여 할 수 없이 돈을 건넸고 더이상 지출할 돈이 없고 후환이 두려워 진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제비에게 걸려서 돈을 많이 빼앗겼다는 것이었다.     

제비짓을 한 놈도 문제지만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준 사람도 문제였다.


그래도 피해자니까 뭐라고 할 수가 없었고, 궁금하였던 남편에 대하여 물었다.     

“남편 되시는 분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 ”


하지만, 궁금했던 남편의 신분을 물어보니 진술하기를 꺼려했다.    

 

“남편에 대하여는 비공개로 하지만 서류상으로는 밝혀야 됩니다.”

“남편 없는 것으로 하면 안 됩니까?”     

“그렇게 되면 제비 그놈의 협박 수단에서 빠지기 때문에 곤란합니다.”

“알았습니다.”     


#형사 #제비족 #언론사 #선배 #갈취 #유력인사 #진술서 #사모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