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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현 Jul 13. 2022

1/4의 목욕가방

제로 웨이스트의 파생 효과

친구가 양남에 좋은 해수탕을 찾았는데 같이 다녀오자고 했다. 씻을 건 자기가 다 챙겨 올 테니 몸만 오라고 했다. 진짜 그럴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염치가 있지, 내건 내가 챙겨가기로 했다. 비누 하나, 목욕 타월, 때수건, 칫솔, 고체 치약 그리고 갈아입을 속옷. 너무 단출한가? 그런데 어떡하랴. 정말 가져갈 게 이것뿐인 걸…

  챙긴 것을 넣고 분황사 앞에서 버스를 타고 나정 해수욕장과 문무대왕릉을 지나 양남에 도착했다. 친구도 엄마와 곧 도착했다. 멀리서 걸어오는 친구가 손에 든 하얀색 플라스틱 목욕 바구니에는 샴푸, 린스, 바디워시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병과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것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나도 저랬는데, 지금 나는 저 바구니의 1/4도 채우지 못한다. 그리고 한쪽 어깨에 힘들이지 않아도 될 만큼 아주 가볍다.

  뿌듯함이란 이런 소소함에서 온다.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세제 사용을 줄이려고, 쓰레기를 줄이려고 고작 ‘올인원 비누’ 하나에 정착했을 뿐인데,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친구에게도 내 쪽으로 갈아타라고 해 봐야겠다. 적어도 팔근육은 덜 생길 거라고. 말이다. 뭐.. 운동 겸 들고 다닌다면 어쩔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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