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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자기 Aug 26. 2022

로컬에서 인재를 찾는 방법

처음 본 사람을 신뢰하고 채용하기까지


소도시 창업 | 조직 편 인터뷰 ①

신뢰 하나로 5년 버틴 스타트업 ‘공장공장’ 박명호 대표의 담백 진솔한 인터뷰




✧ 이 인터뷰를 읽고 나면 다음 내용을 알게 됩니다. 

-로컬에 있는 작은 스타트업이 좋은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썼던 방법 
-커뮤니티 참여자를 직원으로 채용했을 때의 장단점    
-시기에 따라 달라진 스타트업 채용 전략
-인터뷰어가 낚아 올린 작고 소중한 인사이트







나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컨설팅 스타트업의 경영기획팀 과장이었다. 회사는 힙한 동네로 떠오르던 서울 성수동에 있었고 덕분에 주변에는 맛집이 넘쳐났다. 사람들이 일부러 시간 내서 찾아가는 서울숲에는 걸어갈 수도 있었다. 월급이 엄청 많지는 않았지만 성과금을 포함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담당했던 회계 업무는 꼼꼼한 성격 덕분에 큰 실수 없이 해냈고 동료들에게 인정도 받았다. 회계 업무 이외에도 관심 있었던 출판 업무도 이끌어가면서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적절히 섞어서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회사를 그만두고 아무 연고 없는 작은 바다 마을 목포에 와서 왕초보 신입 기획자가 되었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도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너무 쉬운 결정이었다. 1원조차 틀리면 안 되는 회계의 영역이 너무 피로했고, 정해진 답이 없는 기획이라는 영역에 매력을 느꼈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기획 경험을 쌓아갔는데, 그러던 차에 목포에 있는 스타트업에서 기획자로 커리어를 시작할 기회를 주었다. 연봉도 깎이고 회계 경력도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목포로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로컬에 일하러 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렇지 않을까. 가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 가야만 해서 로컬에 온다. 로컬의 스타트업은 그래서 채용이 어렵다.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을 옮길 만한 이유와 당위성을 제공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컬에는 절대적으로 사람이 부족하다. 그 안에서 회사의 결과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것. 이것이 로컬 스타트업의 큰 과제다. 


‘괜찮아마을’을 시작으로 목포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공장공장은 어떤 식으로 사람을 모았을까? 큰 결심을 하고 로컬로 모인 사람들은 왜 퇴사했을까?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인 채용과 퇴사에 관해 공장공장 박명호 대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어: 김혜원(공장공장 콘텐츠 기획자)







조직이 작으면 작을수록 채용이 정말 중요하고 어려운 지점인 것 같아요. 게다가 서울도 아닌 목포에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 좋은 사람을 뽑는 게 어려울 것 같은데요, 공장공장은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불러모았나요?  

▶︎ 좋은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게 거의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엄청 정성을 쏟고 있어요. 내가 입사 지원자라면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어떤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릴까 같은 점을 고민하죠. 공장공장이 작은 기업이기는 하지만 서울에서 채용 설명회를 하기도 했고, A4 용지 20장 분량의 채용 공고를 올리기도 했는데요, 이런 일들은 채용에 대한 깊은 고민을 반영한 결과물이에요. 



채용 설명회요?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 하는 건 이례적인 것 같은데, 어떻게 진행하게 된 건가요? 

▶︎2017년에 처음 목포에 자리잡았을 때부터 서울과 목포에서 매년 공개 채용 설명회를 진행했어요. 채용 설명회이지만 공장공장 이야기, ‘괜찮아마을' 현황, 투자 계획같이 폭넓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었죠. 공장공장에 진짜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고, 떠들썩하게 만들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싶기도 했거든요. 



실제로 반응은 어땠어요? 

▶︎ 준비하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모일까 걱정되기는 했는데요, 의외로 매번 준비한 자리가 꽉 찼어요.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100명 규모로 모이기도 했죠.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채용을 알리기 위한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공장공장의 자체 프로젝트 홍보까지 되더라고요. 그래서 2018년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홍보를 겸한 채용 설명회를 진행했어요. 



플레이스캠프 성수에서 진행한 채용 설명회



그렇게 정성스럽게 불러모은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을 뽑으셨어요?

▶︎ 일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주요하게 살펴봤어요. 소통과 조율하는 과정이 제법 많은 업무 특성상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게 봤죠.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믿고 역할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채용했어요. 공장공장이 비대면 근무나 탄력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는 이유죠. 그리고 공장공장이 근거지를 두고 있는 목포를 낯설게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처음 본 사람의 신뢰는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요?

▶︎ 입사 지원서를 제출할 때 지원자가 작성한 업무 관련 글을 요청하고 있는데요, 제출하신 다양한 글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사람을 파악하는 편이에요. 글을 읽는 것만으로 결이나 업무 스타일이 다른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대화를 하면 표정이나 억양 등 다양한 비언어적 표현이 있기 때문에 판단할 근거가 많은데, 글은 오로지 글자로만 판단하게 되잖아요. 글로 어떻게 사람을 읽을 수 있으세요? 명호 씨처럼 매달 기록을 4,000개쯤 남기면 글로 사람을 판별하는 능력이 생기나요(웃음)?

▶︎ 판별하는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고요(웃음), 다만 경험이 쌓여서 비교적 잘 맞는 사람을 구분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20대 초중반부터 창업도 하고 스타트업이나 대기업 등 다양한 조직을 경험하면서 면접관으로 사람을 대할 일이 많았거든요. 처음에는 면접 때 대화가 잘 통하고 유머 코드가 맞으면 결이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화는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고 지원자는 면접관에게 잘 보이려고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광고 회사와 신문사에서 면접관이 되었을 때 지원자의 글 실력도 중요하니까 글을 제출 받았는데, 말보다는 글이 확률적으로 결이 잘 맞는 사람을 찾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글은 살아온 과정을 보여주거든요. 물론 업무 역량은 별개죠. 다만 글을 통해서는 일에 대한 태도나 사람의 결을 알 수 있었어요. 



심혈을 기울여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검증하고 채용을 확정하시는 것 같아요. 그럼 입사한 다음에는 어떻게 신뢰를 만들어가시나요? 

▶︎ 우선은 기록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고 있어요. 공장공장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곳인지 기록해서 공유하고, 구성원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무슨 일을 할 건지 기록을 통해 알려줘요. 볼일이 있거나 카페에서 일하고 싶거나 늦게 출근할 때, 그러니까 비일상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른 구성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채널이 별도로 있기도 하고요. 업무와 일상 사이의 생각은 공장공장 웹사이트의 다이어리 메뉴를 통해 공유하는데, 이 기록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해놨어요. 저는 기록에는 힘이 있고, 기록을 통해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을 쌓아가고 공유하고 있어요. 



일과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장공장 다이어리



기록 이외에 신뢰를 만들어가는 방법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 대화를 통해 신뢰를 만들고 회복하려고 해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대화하려는 편이에요. 충분히 소통하지 못해서 발생한 사소한 오해가 결국 문제를 야기하고 상황을 어렵게 만들더라고요. 



저는 사람을 길게 보고 판단하는 편이라 면접관이었을 때 단 몇 시간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게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명호 씨는 글로도 검증 과정을 거치시는데, 실제로 사람을 뽑고 보니 결이 맞는 사람들이 들어왔던가요?  

▶︎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채용에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사람이 들어오든 서로 다른 부분을 포용할 수 있어야 조직이 운영된다고 생각해요. 대신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에 집중하죠. 그래서 채용할 때 지원자가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을 어렵게 생각하지는 않는지, 책임감을 가지고 과업을 수행한 경험은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고 있어요. 



그렇다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출된 공장공장의 인재상은 뭔가요? 

▶︎ 아무래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하고요, 그다음으로는 성장하려는 사람,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사람인지를 봐요.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꾸준히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오해를 줄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역량도 살펴보고 있어요. 자기 영역에서 일을 탁월하게 해내야 조직에도 도움이 되고 본인도 힘들지 않거든요. 그리고 당연히 낯선 이곳, 지방 소도시에 거부감이 없어야겠죠.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다르지만 핵심적인 가치는 맞춰가고자 했다.



이전 기록을 보니 ‘괜찮아마을' 1기를 운영하고 나서 2019년에 6명을 한 번에 정규직으로 채용하셨다고 하던데요, 작은 스타트업에서 어떻게 이런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나요?

▶︎ ‘괜찮아마을' 1기에 참여했던 주민들을 채용하게 된 건데요, 이분들이 2기 운영을 도와주던 터라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었고요, ‘괜찮아마을'에 대한 애정이 있는 분들이어서 함께 해주시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했어요.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괜찮아마을'이 사업성이 있겠다고 판단해서 채용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죠.  



과감했던 결정인 만큼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 신뢰가 있었고 대화가 잘 통했기 때문에 경험이 많지 않은 신입을 대거 채용하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공장공장이 작은 조직이다 보니 신입 직원들이 경험을 쌓아갈 시간을 충분히 줄 수 있는 체력이 없더라고요. 당장 실무에 투입해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과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지금의 공장공장이 있는 거겠죠. 새로 합류한 구성원들과 만들어낸 일 중에 기억에 남는 성과는 어떤 것들이 있으세요?

▶︎ 같이 ‘괜찮아마을'을 브랜드로 만든 게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비즈니스였던 ‘괜찮아마을'을 브랜드로 만들었고, 이런 과정에서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아갈 수 있었죠. 그러고 난 다음에 ‘괜찮아마을'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어요. 공간, 프로그램, 여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토타입을 시도해보고 사업화를 고려했죠. 다만 완전히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죠. 일하면서 즐거운 조직문화는 만들었지만 수익적으로는 아쉬웠거든요. 



여러 면에서 장단점이 있던 결정이었네요. 2019년에 대규모로 채용한 직원들과 ‘괜찮아마을'을 브랜드로 만들며 사업화를 준비하셨는데요, 2020년 초에 모두에게 재난이었던 코로나 사태가 발발되었죠. 늘어난 구성원들과 함께 헤쳐 나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시기는 어떻게 버티셨어요?

▶︎ 그때가 ‘괜찮아마을’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개시하기 한 달 전이었어요. 여행과 커뮤니티 기반의 비즈니스를 준비하던 저희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았죠. 그때 두 가지 고민을 했어요. 먼저는 ‘괜찮아마을’을 계속 비즈니스로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거였고, 다음으로는 기존 인력은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어요. 우선 ‘괜찮아마을’ 비즈니스는 천천히 진행하기로 했어요. 기존 사업 계획의 10%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 바꿨어요. 돈을 벌기 위해 내키지 않았지만 용역을 해야 했고 원하지 않는 과업도 감당해야 했어요. 수익성이 없어도 재미있으면 했던 일들도 추진하기 어려워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버텨보기로 했어요. 3개월만 더, 6개월만 더 하면서 버텼죠. 코로나 사태가 그렇게 길어질 걸 예상하지 못하고 무작정 버텼기 때문에, 점점 자금도 바닥나고 인내심이나 체력도 고갈되더라고요.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조직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겠어요. 

▶︎ 사실 코로나 전까지는 진짜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일하다가 체조도 같이 하고 소풍도 가고. 하는 일들이 잘 풀리고 돈 걱정도 없었죠.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는 무모하게 실험하기보다는 현실을 고려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고, 팀 단위의 복지도 없어졌어요. 급여가 미지급되거나 연봉 동결을 하진 않았지만 조직 분위기가 많이 경직되긴 했었죠.



기록을 살펴보니 결국 2021년에 희망퇴직을 제안하셨더라고요. 희망퇴직은 어떤 상황에서 제안하게 되셨나요? 

▶︎ 희망퇴직은 직원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 대표의 역량 부족으로 제안하게 되었어요. 코로나가 좀 나아질 것 같다가 다시 심해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여행과 커뮤니티 기반의 ‘괜찮아마을' 비즈니스로는 수익을 낼 수 없게 되었거든요. 다른 사업으로 돈을 벌려고 했지만 매번 수익보다 지출이 많아서 마이너스였고, 공동 대표였던 저와 동우 씨가 개인적으로 대출해서 자금을 메우는 상황이 반복되었죠. 이대로 가다가는 퇴직금도 못 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렵게 희망퇴직 이야기를 꺼내게 된 거예요. 



회사가 어려운 걸 알고는 있어도 희망퇴직을 제안 받은 직원들은 꽤나 충격을 받았겠어요. 

▶︎ 갑작스러운 일이 되지 않도록 오랫동안 상황을 공유하고 이야기해왔어요. 결론을 지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에도 권고사직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를 듣는 희망퇴직을 제안했죠. 희망퇴직 공지를 한 다음에도 개별로 면담하고 충분히 대화하면서 마무리지었어요.


 

직원들 몇 명 중 몇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나요?

▶︎ 계약직은 제외하고 정규직 8명 중 4명이 신청했어요.










희망퇴직 이후 달라진 채용 전략, 최근 채용 고민, 인터뷰어가 정리한 인사이트까지!

로컬 스타트업의 인사 관련 희로애락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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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 #대표고충 #조직문화 #함께일하기

직원들은 힘들면 대표한테 이야기하는데 대표는 어떻게 고충을 해결할까? 작은 스타트업은 어떻게 조직문화를 만들어갈까? 혼자 일하는 게 더 돈도 많이 벌고 효율적인데 함께 일하는 의미는 뭘까? 

로컬 스타트업이 조직문화를 만들고 개선해나가는 이야기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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