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을 도입한 사람들 | ① 컬쳐히어로 김강희 피플앤컬쳐 셀 팀장
이 아티클은 <갑자기 워케이션>의 5화입니다.
✧ 워케이션 기본 정보
• 워케이션 도입시기: 2021년 6월
• 워케이션 평균 기간: 연 1회, 일주일
• 워케이션 유형: 개인 / 팀 / 가족
• 워케이션 지역: 제주도 조천읍
• 워케이션 장소: 자체 운영 제주 오피스
• 워케이션 평균 만족도 (1~10): 10
INTERVIEWER’S COMMENT
워케이션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단지 좋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복지제도가 함께 실행되어야 한다. 컬쳐히어로는 제주도 조천읍에 스튜디오와 숙소를 직접 지어 ‘제주의 돌담과 그 너머로 푸른 바다가 보이는 업무 공간’이라는 낭만을 현실로 만들었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저희 공간 정말 예뻐요!”라던 김강희 팀장의 말 속에서 공간에 대한 진심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시차 출퇴근제, 자유로운 연차, 시간차 휴가제도 등 복합적인 복지 제도를 도입해 새로운 워크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인터뷰어 | 공장공장 양애진 콘텐츠 기획자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 컬쳐히어로에서 인사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김강희입니다. 컬쳐히어로는 푸드와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커머스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예요. 프리미엄 푸드 플랫폼인 ‘우리의 식탁'을 운영하며 레시피 등 다양한 푸드 콘텐츠를 선보이고 이커머스와 연계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요.
얼마 전 워케이션 제도 활성화를 위해 제주도에 법인을 설립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 사실 처음부터 워케이션을 의도한 것은 아니에요. 당시에는 워케이션이란 단어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별도의 제주 법인을 설립했던 애초의 목적은 사업 확장에 있어요. 당시 제주 먹거리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개발했던 제품과 콘텐츠에 대한 고객 호응이 높았어요. 그래서 제주에 숨어있는 좋은 식재료를 발굴하고 맥락과 결에 맞는 다양한 장면과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스튜디오를 제주로 확장하기로 했어요. 푸드 콘텐츠를 진심으로 제작하는 회사로서 제주도에 촬영 인프라를 갖춰두면 장기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되겠다 싶었던 거죠. 그래서 바다가 잘 보이는 조천읍에 제주 스튜디오 겸 오피스와 직원들을 위한 휴식공간인 숙소(W STAY) 공간을 만들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이왕 공간을 만드는 김에 서울의 직원들도 제주도에 내려와서 편하게 작업하게끔 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러니까 ‘우리도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하자!’해서 공간을 만든 게 아니라, 공간을 만들고 직원들이 편하게 오고 갈 수 있도록 하고 나니 워케이션이 된 셈이죠.
언제 어디서도 업무 환경은 변함없이
콘텐츠 회사가 공간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까지 한다는 게 신기해요.
▶︎ 공간을 직접 기획 운영하게 된 데는 아무래도 저희가 콘텐츠 기반 회사다 보니 스튜디오 장비, 공간 등 하드웨어적인 요건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공간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판교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인수해서 스튜디오를 만들기도 했어요. 내부 구성원도 진심과 정성이 담긴 퀄리티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 열정적인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제주 오피스를 기획할 때도 사무 공간과 스튜디오로 구성하고, 내부 인테리어에도 우리의 식탁만의 감성을 담아내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어요. 출근하는 위치만 바뀌었을 뿐 판교 오피스에서 일할 때와 똑같은 업무 환경을 만들려고 했어요. 운영 부분은 현재는 제주 법인 대표님이 일시적으로 상주하면서 제주 지자체와 협업을 하는 동시에 콘텐츠도 제작하고 공간도 챙기고 있어요.
제주 오피스가 정말 예뻐요. 공간 자랑 좀 해주세요.
▶︎ 제주 오피스는 일단 말 그대로 바다를 바라보면서 일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요. 건물은 오피스동과 숙소동 두 개로 이루어져 있어요. 스튜디오를 겸하는 오피스동은 공간 내외부 어디에서든 바로 음식을 놓고 촬영해도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죠. 그리고 대표님이 '이왕 하는 거 제대로 임팩트 있는 걸 해서 만족시키자' 주의 거든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부 구성원이 만족할만한 공간을 만들어서 회사에 대한 애사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눈에 예뻐 보이는 것을 넘어 편안한 생활공간이 될 수 있도록 했어요. 숙소동은 기본 1인 1실이고 방마다 화장실이 있어요. 식사를 하는 곳만 공용으로 1층에 있지요. 음식을 다루는 회사니까 냉장고에 신선한 재료도 꽉꽉 차있고, 요리하는 분들도 많아요. 특히 제주 법인 대표님이 호텔 셰프 출신이라 아침마다 요리를 해주세요. (웃음)
워케이션은 본격적으로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 2021년 6월 중순 제주 오피스가 정식 오픈하면서 직원들이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올해부터 워케이션 관련 기사가 많이 나오고 이제는 여러 기업들이 워케이션을 복지 제도 중 하나로 홍보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당시에는 워케이션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뜨지 았았을 때라 이 제도를 알릴 생각도 못했어요.
시작하기에 앞서 우려되는 점은 없었나요?
▶︎ 이미 코로나를 기점으로 시차출근제와 하이브리드 워크(재택 + 사무실 출근) 제도를 운영해왔기 때문에 다들 시공간 제약 없는 자유로운 근무방식에 익숙해져 있었어요. 덕분에 워케이션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고요. 다만 공간을 셋업 했던 담당자들의 우려는 많았어요. 저희가 숙소와 사무실을 자체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공간에 상주하는 운영 인력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공간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잘 정돈하도록 그라운드 룰도 세심하게 만들어야 했어요.
실제로 다녀온 직원들의 만족도는 어땠나요?
▶︎ 다녀온 직원들은 만족도는 정말 높았어요. 훌륭한 위치와 잘 갖춰진 부대시설도 좋았지만, 제주 섬이 주는 분위기와 여유로운 환경에서 오는 만족감이 가장 큰 것 같아요. 현재 워케이션을 연 1회, 일주일 동안 다녀올 수 있고 항공비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워케이션을 다녀온 후에 횟수와 기간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많아요.
기존에 하이브리드 워크를 하고 있으니 원격근무가 문제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워케이션 횟수를 제한한 이유가 있나요?
▶︎ 수요에 비해 공간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저희가 제주에서도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보니 워케이션 외에도 업무 관련으로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아요. 출장뿐만 아니라, 제주법인의 사업전개가 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라 공간을 워케이션으로만 온전히 사용하기 어려워요. 그래도 운영을 하면서 계속해서 피드백도 듣고 구성원들이 불편함 없이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 중이에요.
워케이션은 휴가와는 다르니 오히려 휴가철 아닌 때에 가고 싶어 할 것 같아요. 가장 인기 있는 계절은 언제인가요?
▶︎ 워케이션이나 여행이나 일반적인 성수기 싸이클은 비슷한 것 같아요. 성수기가 항공비 부담은 되지만 사실 이 부분은 회사에서 지원을 받으니까 부담이 없어요. 그래서 보통 꽃피는 계절이나 물놀이하기 좋은 따뜻한 계절을 선호해요. 관광 비수기인 겨울에는 확실히 수요가 적어져요. 이미 여름에 다녀오신 분들이 많기도 하고요. 저는 가을에 가고 싶어서 여름엔 꾹 참았어요. 1년에 2회 갈 수 있으면 저도 너무 좋겠네요.(웃음)
실제로 워케이션을 진행해보니 알게 된 점이나 발견한 개선사항이 있나요?
▶︎ 개선사항은 크게 없고, 다만 이동에 제약이 있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워케이션이라도 출퇴근 시간은 똑같아요.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일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차를 렌트하기는 부담스러워요. 그리고 종종 푸드 스타일리스트분들은 업무를 하다가 장을 봐야 하는 경우도 많고, 촬영하시는 분들은 촬영장비 이동도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법인 차량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이 부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지만, 담당자 입장에서는 안전사고 등의 우려도 크고, 행정적인 제약이 많은 상태라 고민하고 있어요.
워케이션을 간 사람들과 함께 업무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 초반에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겪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지난 4월에 워케이션을 다녀왔을 때였어요. 갑작스럽게 제주 오피스에 방문하신 손님을 대응해야 했던 적이 있어요. 대응을 다 마치고 돌아오니, 비대면 협업 중인 판교 오피스 분들의 메시지가 조금 쌓여있더라고요. 물론 아주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왜 답이 이렇게 늦을까' 하고 생각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저 혼자만의 기우이긴 했지만, 이런 상황을 몇 차례 겪으면서 투명하게 소통하지 않으면 자칫 오해가 쌓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이게 워케이션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오히려 기존에 없던 제도가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극복해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로 상황을 공유하고 대화하며 맞춰가는 과정을 통해 구성원 간의 신뢰가 쌓이고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점차 해결되겠죠. 이미 코로나 이후 사람들은 비대면,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적응해가고 있어요.
강희님의 첫 워케이션은 어땠나요?
▶︎ 저는 하필이면 바쁜 시기에 워케이션을 가게 되었어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판교에서 예상치 못한 업무가 생기는 바람에 저희 팀원이랑 함께 제주공항 한복판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한참 동안 일 한 후에 공항을 떠날 수 있었어요. 도착한 순간부터 예상치 못한 일에 치이느라 내가 제주도에 온 건지 모를 정도로 제대로 제주를 즐길 여력이 없었어요. 오히려 제주도에 있어서 업무가 더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첫 워케이션 이후에 앞으로는 최대한 일이 안 터질 것 같을 때 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하지만 앞날을 예상할 수 없는 게 현실이죠. (웃음)
워케이션과 베케이션의 차이는 뭘까요?
▶︎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워케이션은 ‘일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것’ 베케이션은 일이 좀 걱정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휴가 중에는 혹시나 내가 부재중인 동안 회사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걱정돼요. 반면 워케이션 중에는 오히려 능률이 높아져요. 빨리 끝내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야 하니까요. (웃음)
워케이션이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나요?
▶︎ 성장을 단순히 숫자나 매출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조직문화 측면에서 보면 확실히 많은 성장을 한 것 같아요.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성장통도 겪었지만 덕분에 구성원 간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법을 많이 찾을 수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타 부서와 자연스레 교류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죠. 지난번에는 ‘서비스 기획팀'과 함께 워케이션에 갔었는데요. 그때 실제로 저희 서비스 메뉴를 선정해 직접 장을 보고 레시피를 따라 해보면서 소비자 심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그 외에도 제주에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보는 등 판교 오피스에서는 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실험도 해볼 수 있었어요. 서비스적으로도 정성적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피플앤컬쳐팀 매니저로서 조직 문화나 업무 방식의 최전선에서 고민을 하고 계세요. 워케이션 제도를 운영하면서 우리의 일하는 방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하나요?
▶︎ 원격근무라는 큰 틀에서 보면 확실히 일하는 방식은 변화하고 있어요. 워케이션도 원격근무 중 하나일 뿐이죠. 물론 여전히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신뢰 문제,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 변화의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은 불가피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아요. 그래서 인사 담당자로서 요즘 워케이션 서비스를 전개하는 회사들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실제로 참여신청도 해보고 있고요. 워케이션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컬쳐히어로의 워케이션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 개인적으로 현재 아쉬운 부분은 아직 저희 워케이션 제도는 개별적인 복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에요. 다른 기업의 워케이션 사례를 찾아보면 주로 아이데이션을 해야 할 때, 사업 런칭을 해야 할 때 등 몰입도 있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에 프로젝트 단위로 워케이션을 가더라고요. 짧고 굵게 바짝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거죠. 이처럼 워케이션이 신규 서비스 개발에 잘 작동한 사례들을 수집해서 우리도 적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아직까지는 컬쳐히어로에서는 그런 사례가 적은 편이에요. 물론 회사와 사업의 성격에 따라 워케이션의 목적과 용도가 다른 것 같기도 해요. 저희는 단시간에 스프린트로 달려야 하는 프로젝트 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지속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요. 하지만 팀빌딩을 위해서라도 프로젝트 단위 사례들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워케이션 제도 도입을 고민 중인 기업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회사와 구성원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워케이션을 섣불리 도입하게 되면 오히려 업무 효율성을 해칠 수 있어요. 회사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배경을 잘 설명해야 해요. 워케이션이 직원들의 삶 증진을 위한 복지제도이기는 하지만 이 복지가 무엇을 위한 복지인지, 단순히 제주를 즐기고 오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일,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워케이션 시 지켜야 할 규칙도 매우 촘촘하지는 않더라도 대략적으로 갖춰둔 상태에서 도입하는 게 좋아요. 동시에 구성원들은 회사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를 무조건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계속해서 의견을 제시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필요해요. 이런 부분들이 잘 이루어져야 워케이션이 단지 워라밸을 챙기는 것을 넘어 팀원끼리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시간, 좋은 결과물을 도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봐요.
✧ <갑자기 워케이션> 시리즈
코로나 이후 유연 근무를 선호하는 직장인과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일하면서 휴가도 즐기는 ‘워케이션'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워크(work)와 베케이션(vacation)이 결합하여 탄생한 혼종의 단어, 워케이션. 완전한 일도 완전한 휴가도 아닌 일의 방식은 도대체 왜 뜨고 있는 걸까? 워케이션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일의 미래일까, 잠시 반짝하고 사라질 유행일까? 뉴노멀시대에 어쩌면 이미 다가온 일의 미래를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