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을 도입한 사람들 | ② 야놀자 신성철 사업개발유닛장
이 아티클은 <갑자기 워케이션>의 6화입니다.
✧ 워케이션 기본 정보
• 워케이션 도입시기: 2021년 11월 1차 워케이션 진행
• 워케이션 평균 기간: 1ㆍ2차 모두 회차별 일주일 씩 진행
• 워케이션 유형: 개별 신청, 가족 단위 방문 가능
• 워케이션 지역: 1차 평창, 2차 동해ㆍ여수, 3차 부산
• 워케이션 장소: 호텔
• 워케이션 평균 만족도 (1~10): 참여자 전원 재참여 및 추천 의사가 있다고 밝힘
INTERVIEWER’S COMMENT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곳은 단연코 여행 업계였다. 지역 축제들은 연달아 취소되었고 사람들은 꼼짝없이 집에 묶여 있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놀자는 타개책 중 하나로 워케이션을 선택했다. 신성철 사업개발유닛장은 워케이션이 단순 복지 제도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발판이자 지역과도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가 꿈꾸는 기업과 지역의 거대한 선순환 구조를 살펴보자.
인터뷰어 | 공장공장 양애진 콘텐츠 기획자
사업개발유닛에서 워케이션을 기획했다는 게 신기해요.
▶︎ 사업개발유닛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민관협력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서입니다. 비즈니스 확장의 기회를 모색하고, 지자체 및 관공서 등과 협업해 지속가능한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어요. 이러한 관점에서 원격근무제를 비롯하여 워케이션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지속가능한 발전의 발판
원격근무와 워케이션이 지속가능한 발전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 직원들의 복지 향상과 지역사회와의 상생이 가능하도록 하기 때문이에요. 먼저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과 문화를 조성해야 해요. 이를 위해 2021년 7월부터 전 임직원의 상시 원격근무제를 무기한 시행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거점오피스 구축, 공유좌석제 도입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한 근무가 가능하도록 했고요. 워케이션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편의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한 새로운 제도라고 생각했어요. 나아가 글로벌 수준의 근무환경을 조성할 것으로도 기대했지요.
그리고 워케이션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요.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하면 주변 지역 관광이 가능하잖아요. 관광 활성화가 인구 불균형으로 인한 지역소멸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봤어요. 지역 선정 과정에서도 이 점을 주요 요인으로 살폈고요. 실제로 지자체와 관광재단에서도 관광 활성화를 통한 지역 경제 회복에 기대감을 갖고 지역화폐나 인근 레저 티켓 등을 지원해 주셨어요.
워케이션이 새로운 여행 방식 중 하나로 볼 수 있겠네요.
▶︎ 사실 여행 산업은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여행지에서 머무르며 살아보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일본에는 한 달에 정해진 구독료를 내면 일본 전역의 셰어하우스에서 무제한으로 체류할 수 있는 다거점 코리빙 서비스인 어드레스(address)가 있어요. 업무 장소가 자유로운 직군이나 원격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좋겠죠. MZ 세대가 즐기는 여행방식도 달라졌어요. 사전에 다 예약하고 와서 알아서 이동하고 현지인처럼 생활하는 형태로 바뀌었어요. 워케이션도 결국 이러한 여행 인프라의 변화를 기반으로 생겨났다고 봐요.
야놀자의 워케이션 제도 도입은 ‘테크 올인’ 비전의 일환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 맞아요. 저희는 지난 2021년 6월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서 여가 관련 기술력과 노하우로 시장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아 ‘테크 올인(Tech All-in)’ 비전을 선포했어요. 테크 올인은 말 그대로 야놀자가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서, 여가 관련 기술력과 노하우를 통해 시장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은 비전입니다. 야놀자가 15년 동안 여러 가지 사업을 시도해 오는 과정에서 기술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해야 사업의 연속성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오프라인이라는 여행 공간에 있는 것들을 모두 클라우드에 올려서 고객 데이터와 여행 관련 데이터들이 흐르게 하고 이 둘이 만났을 때 많은 사업적 기회가 만들어진다고 봤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 문화, 일하는 방식 등을 과감히 바꾸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신규 시스템 도입, R&D에 대한 투자 및 역량 강화, 글로벌 인재 유치 등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에요. 결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선도를 위해서는 기업 문화와 일하는 방식 등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 수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거점오피스, 좌석공유제, 워케이션 등을 운영하며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야놀자가 생각하는 워케이션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 단어 그대로 ‘업무와 휴식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형태’로 정의하고 있어요. 직무에 맞춰 본인이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을 직접 선택하는 원격 근무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원하면 휴가지에서 근무할 수도 있어요. 구성원들이 충분한 휴식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는 업무와 휴식을 위한 최적의 장소와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죠.
기업 중에서 워케이션을 일찍 도입한 편이에요. 초기에는 워케이션 사례가 많지 않았을 텐데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 사실 워케이션이라고 하는 것이 한국 문화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첫 번째로 한국적인 워케이션은 뭘까 생각해 봤어요. 일단 한국에는 긴 휴가 문화가 없어요. 한국 사람들의 여행 문화는 1년에 겨우 50일 정도밖에 안 되는 주말에만 여행을 갈 수 있는 문화예요. 유럽처럼 최소 한 달에서 몇 개월 이상 못 갑니다. 베케이션이 길어야 워케이션도 길 텐데 애초에 베케이션이 너무 짧아요. 유럽형 워케이션을 그대로 도입하기 어렵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한국적인 문화에 맞게 베케이션에 맞게 워케이션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 첫 번째 고민이었어요.
한국적인 워케이션이라니, 꼭 필요한 고민 지점이네요. 두 번째로는요?
▶︎ 두 번째로 워케이션의 생산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생산성이 높이기 위해 돈, 시간, 여가 활동 세 가지 측면을 고려했어요. 먼저, 일하는 임직원들의 기분이 좋아야 돼요. 만약 ‘허락해 줄 테니 네 돈 가지고 워케이션 해라’라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결국은 기업에서 어느 정도는 지원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해요. 워케이션을 갔지만 멋진 방에서 계속 일만 해야 한다면 베이케이션의 느낌이 날 수가 없습니다. 그건 워케이션이 아니죠. 반드시 내가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워케이션인데 평소와는 다른 액티비티를 한 두 가지 정도는 즐길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갖춰져 있어야 해요.
쉽지 않은 고민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놀자의 어떤 점이 워케이션 도입을 가능하게 했을까요?
▶︎ 일단 테크올인 비전 선포 이후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선택권과 자율성이 늘어났어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하는가' 보다, '얼마나 깊게 몰입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생산성 지표로 자리 잡았어요. 덕분에 구성원들이 각자에게 잘 맞는 업무 방식을 자유롭게 실험하며 선택할 수 있게 되었어요. 초기 워케이션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도 새로운 복지 제도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감이 높았어요. 그동안 시도해 왔던 상시 원격근무, 좌석공유제, 거점 오피스 등 다양한 제도의 정점으로 워케이션을 생각한 것 같아요. 임직원들을 위한 숙소, 업무시설, 식사, 차량, 관광, 기타 컨시어지 서비스를 모두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상시 원격근무제도의 이점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이렇게 자율적이고 책임감 있게 업무 하는 기업문화가 워케이션, 좌석공유제 등 다양한 제도를 시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에요.
이유 있는 지역 선정 & 업무를 중심에 둔 기획
평창, 동해, 여수 등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한 지역에 계속 머무르지 않고 확대한 이유가 궁금해요. 각 지역마다 선정 기준이 있었나요?
▶︎ 테마가 있는 지역을 하나씩 선정해 워케이션을 진행하기로 했어요. 첫 장소가 평창이었는데요,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기 전이라 안전하고 붐비지 않는 지역을 선정하려는 의지가 컸어요. 그다음으로 동해와 여수를 복수 선정하였는데, 여기에는 산불피해가 컸던 동해지역을 꼭 포함시키고자 했어요. 이를 위해 강원도관광재단, 동해시와 긴밀하게 협력했고요. 하지만 앞으로는 특정 지역을 선정하지 않고 어느 지역에서나 워케이션을 즐길 수 있는 형태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에요.
숙소로는 호텔을 통째로 대관했다고요. 호텔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 임직원들의 만족과 업무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어요. 일주일 동안 마음 놓고 일과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객실 내에도 업무가 가능한 크기의 책상이 있는지,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객실 컨디션인지,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객실은 있는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어요. 취사, 사무용품, 프린트 출력 등 기타 부대시설이나 편의서비스도 신경 썼고요. 이 모든 요소들을 고려하다 보니 숙소는 최종적으로 호텔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코로나19 이후 평일 객실 예약률이 현저히 낮아진 호텔업계의 회복도 주 요인으로 작용했지요.
워케이션은 숙소뿐만 아니라 근무 장소도 매우 중요한데, 아직 지역에는 업무에 적합한 장소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 최근 워케이션이 트렌드로 떠오른 덕분에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효율적인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숙소 인근 컨벤션 센터, 배움터 등 지자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공간을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도 하고요. 저희도 1차 워케이션 당시 많은 직원들이 객실 외에 라운지, 카페 공간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2차 워케이션에서는 인근 지역 카페를 대관해 사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지역 내 이동에 필요한 법인 차량도 지원하고 있어요.
실제로 몇 차례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니 구성원들의 만족도는 어땠나요?
▶︎ 아무래도 워케이션을 하면서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진 않을지 걱정됐는데,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서 재충전하면서 일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높았다는 평이 많았어요. 참여자 전원이 재참여 및 추천 의사가 있다고 밝힐 정도로 전반적으로 만족도도 높았고요. 저도 실제로 워케이션지를 방문했었는데, 바쁜 도심과 달리 탁 트인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심적 여유가 생기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구성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문제없었어요. 기존에도 상시 원격근무제를 시행하며 원격 근무의 업무 효율성 등을 직접 경험하고 확인했거든요. 그래서 워케이션은 일하는 장소의 변화만 있을 뿐,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내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어요. 워케이션에 신청했지만 떨어졌다거나 다른 일정이 있어 아쉽게 참여하지 못한 임직원들이 부러워하는 목소리만 있었을 뿐, 오히려 다음 워케이션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만족도가 아주 큽니다. 숙소와 식대가 제공되고, 동해시의 경우 지자체와의 협력으로 주변 관광지 입장 티켓과 지역 화폐도 선물 받아 더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어요. 좋은 추억이 많아 실제로 주변에 추천도 많이 했고요. 평소 대화를 하지 못했던 다른 부서의 참여자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운 이유 중에 하나예요. 일주일 동안 타 지역에서 지내며 일을 한다는 게 어떤 걸까라는 궁금점이 있었는데, 일단 근무형태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리프레쉬 효과도 있어서 주변 동료들에게도 적극 추천할 계획입니다.” - 2022년 5월 동해 워케이션 참가 임직원 후기 -
관광지 입장 티켓뿐만 아니라 지역 화폐도 제공했군요.
▶︎ 이 프로그램이 단지 저희 구성원의 만족을 넘어 지역에도 좋은 영향력이 있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해당 상권의 주중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역화폐를 지급하여 관광이나 외식을 즐기도록 배려했어요. 또한 워케이션 기간 중 연차 사용이 가능하고, 참가자들 가족의 동행도 장려했어요. 그 결과, 참여 직원 대다수가 퇴근 후 혹은 주말을 활용해 지역 관광 명소 및 맛집을 방문해 침체된 지역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워케이션은 유연한 근무환경을 제공함과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향후에도 지자체들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지역 및 기간,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점이 돋보여요.
▶︎ 코로나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K-트래블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국내 여행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코로나가 국내 확산된 이후부터 지자체들과의 적극적인 민관협력을 통해 국내 숨은 여행지를 개발하고 이를 디지털 콘텐츠화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어떤 지자체와 어떤 형태로 협력하셨는지 궁금해요.
▶︎ 지난 2020년 3월 강원도를 시작으로, 부산시ㆍ부산관광공사와 ‘초특가 부산’ 기획전, 경상북도ㆍ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와 ‘경북지역 관광 활성화 프로젝트’ 등을 진행해 지역사회의 코로나 위기 극복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 왔어요. 최근에는 산불로 훼손된 강원 지역 산림생태를 복원하고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에 기여하고자 ‘강원도’에 집중했어요. 야놀자 앱에서 강원도 숙박ㆍ레저ㆍ맛집ㆍ교통 상품 예약 시 건당 1그루의 묘목을 기부하는 ‘강원도야, 푸르고 울창하게 놀자’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에게 지속 가능한 여행의 가치를 전달함과 동시에 환경보호 및 지역사회 상생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자 했어요.
앞으로도 워케이션 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요?
▶︎ 현재는 모집 후 추첨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첫 프로그램에서는 총 60명 모집했어요. 이후부터는 2배로 늘려 120명 진행했어요. 경쟁률도 초기 5:1로 높았지만 이후 3:1 수준까지 낮출 수 있었어요. 향후에는 임직원 당 연 n회 갈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규모를 확대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은 모든 직군이 장기간 업무위치를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그리고 워케이션은 단순히 업무공간만 바뀌는 게 아니라 생활공간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과의 합의도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결국은 장기적으로 확대되어 갈 것으로 보고 있어요.
✧ <갑자기 워케이션> 시리즈
코로나 이후 유연 근무를 선호하는 직장인과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일하면서 휴가도 즐기는 ‘워케이션'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워크(work)와 베케이션(vacation)이 결합하여 탄생한 혼종의 단어, 워케이션. 완전한 일도 완전한 휴가도 아닌 일의 방식은 도대체 왜 뜨고 있는 걸까? 워케이션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일의 미래일까, 잠시 반짝하고 사라질 유행일까? 뉴노멀시대에 어쩌면 이미 다가온 일의 미래를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