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어도 똑바로 읽어도 우영우.
자폐 스펙트럼.
얼마 전 히트 친 드라마가 있다. 소재는 자폐성을 띈 변호사 이야기이다. 애써 외면당하고 있는 소외계층에 대한 이야기라 꽤나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극 중 우영우는 완전한 자폐는 아니고, 또 정상 지능력도 아닌 중간에 걸친 스펙트럼이라고 했다.
이 드라마를 두고 전국 자폐아 부모모임에서는 난리가 났었다. 진정한 자폐아들의 고통도 모르면서, 우영우 정도면 자폐가 아니라 자폐를 앓았던, 경계성 지능장애를 가진 변호사일 뿐이라고. 늘 그렇듯이 소수의 불만은 언제 어디서나 터져 나오기 마련인 것 같다.
경계성 인간.
물론 의학적, 심리학적 학위가 없는 내게는, 경계성이라함은, 바보=1과 천재=2라고 가정했을 때, 단순히 1과 2 사이에서 1.1~1.9까지 속하는, 중간에 낀 범주라고 생각된다. 쉽게 말하면 1.5인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평균을 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아웃라이어도 종종 보이지만.(최솟값과 최댓값을 모두 벗어난)
살면서, 자신 또 주변에 보면 많은 중간 범주들과 알게 모르게 마주하고 살고 있다.
흰색과 검은색의 경계인 회색.
보수와 진보 사이의 중도.
바보와 천재 사이의 일반인.
주전선수와 후보선수의 중간에 낀 애매한 선수.
착함과 나쁨의 중간.
앞서 말했듯이 중간의 경계에는 1.5만 있는 것이 아니라 1.1~1.9까지 아주 범위가 넓다. 이것이 스펙트럼인 것이다.
모두가 1, 2 또는 그 사이의 범주에 속해 있다. 따라서 범주에 속한 것 자체가 잘못이거나 나쁜 것이 아닌데, 단지 정상적이지 않게 비춰질 뿐이다. 전혀 이상하게 볼 필요도 없고 차별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부류에서 더 훌륭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숨어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림을 예로 들면, 빨간색과 파란색 두 가지를 겹쳐놓으면 중간에 겹치는 부분이 생기는데, 좌우로 갈수록 색이 미묘하게 조금씩 다르게 그라데이션이 생긴다. 이는 빨강과 파랑 사이에 스펙트럼 구간이 발생된 것이고, 아주 당연하게 색이 섞이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와 색이 다르다고 비하하거나 차별할 필요가 없다. 다 같은 사람이니까.
경계에 속한 색깔들도 저마다 자신의 본분을 열심히 하고 있듯이 말이다.
물론 경도에 따라 소통이 힘든 경계도 있기 마련이지만, 이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이들을 포용해 줄 수 있는 복지가 그리워지는 대목이다.
얼마전 들은 명언이 생각 난다.
요즘 사람들은 지식은 있는데, 지혜가 없다고.
지식의 양이 곧 행복의 양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적응하고, 나름 행복을 찾으면 되지않을까싶다.
by 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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