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로 최근에는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의미
얼척없는 깻잎논쟁과 함께 설왕설래가 많다.
주변의 꼰대 사례를 들으면 어김없이 "어휴, 꼰대 같으니라고"라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하지만 웃긴 건 나도 모른 새 내가 꼰대가 되어 있을 수도 있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Case 1.
출근 시간 오전 9시.
직원 A. 미리 20여분 전에 사무실에 도착해서 PC를 켜고 차분히 오늘의 할 일을 정리하고, 커피 한 잔 타와서 진한 향기를 맡으며 뇌가 깨도록 인터넷 포털의 뉴스기사를 보든, 옆자리 동료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는 9시를 알리는 시계를 확인하며 업무를 시작한다.
직원 B. 오늘도 어김없이 8시 59분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가방을 던져놓고 출근기록을 찍는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에 묻혀 옆자리든 상사든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숨을 몰아쉬면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로 가 땀을 닦고, 화장을 하고, 컵을 씻고, 화장실에서 만난 동료와 한참 수다를 떤다. 이윽고 커피를 한 잔 타고 자리에 앉아 PC를 켜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모니터만 바라본다. 이때 시간은 이미 9시 30분이 넘어가고 있다.
직원 A는 연차가 좀 있는 사람이고, 직원 B는 1~2년 차 소위 MZ 세대가 주를 이룬다. 물론 서로 바뀐 사람들도 더러 있다. 직원 A를 보면 직장 예의가 있고, 전날 밤샘작업을 했어도 항상 회사에 미리 도착하는 준비성 있는 사원이고, 반면 직원 B는 아주 버릇없고, 안하무인에 이기적인 사원으로 보인다면 꼰대인 것인가?? 아니면 9시까지 회사에 등장했으니 전혀 문제없다는 쪽인가?? 독자님들은 어느 쪽인가요? 이 논란은 TV에서도 다룬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어서 하나 더 보자.
Case 2.
퇴근 시간 6시.
아침에 일찍 나온 직원 A. 시계의 6시를 힐끗 보고, 그제야 업무 정리를 시작하고, 내일 할 일을 준비해 놓고, 동료 또는 상사에게 도와줄 일이 없냐고 묻는다. 행여 약속이라도 있으면 6시를 갓 넘겨 나가는 게 눈치 보이고 미안하기도 하다. 약속이 없는 날이면 상사가 퇴근하기까지 눈치를 보며 잔업을 습관적으로 한다. 상사가 먼저 퇴근하더라도 혹 로비에서 마주칠까 한참을 기다렸다가 남은 직원들에게 미안함 섞인 퇴근인사를 하며 살며시 나간다.
헐레벌떡 직원 B. 동료와 수다 떨며 일을 하다가 남은 업무는 당연히 내일 할 일로 미뤄둔다. 혼자 가방 싸느라 분주하다. 주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가방을 껴안고 퇴근할 준비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5시 50분. 10분 동안 핸드폰만 들여다보다 드디어 6시 땡소리와 함께 시선은 문에 고정된 채, 주인 없는 퇴근인사를 통보하고 쏜 살같이 나간다.
직원 A와 B는 정말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천지차이로 평가된다. 맞고 안맞고를 떠나서 직장매너를 운운하기도 하고, 칼 같은 시간계산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최근 직원 B 같은 사람이 종종 목격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일제의 잔재, 독재, 군사주의의 잔재로 인해, 여전히 상명하복, 상사 눈치를 보는 사람이 90% 일거라 생각이 된다. 정말 독특한 B 같은 직원들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우상과 같겠지만, 꼰대들이 득실대는 회사 임원진들 사이에서는 절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다녔던 S전자도 00년 입사 당시만 해도 완전 공장 같았다. 7-4제, 8-5제는 기본, 부장님, 사업부장님 나오기 전에 출근해야 하고, 달이 떠야 퇴근을 생각해 볼 수 있고, 행여 기러기 상사들이 주말에 나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나와서 시간 때우다 밥동무나 되어주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비흡연자인데도 상사가 담배 태우러 갈 때 의무적으로 따라가야 했고, 회식이라도 하면 차례대로 옆자리 가서 술잔을 따라줘야 하고, 일어서서 노래도 해야 했던 그 시절은 또 하라면 절대 못할 것 같다.
나이도, 연차도 이미 꼰대 구간에 들어와 버린 내게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이런 것들이, 지금 MZ 세대에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들이다. 오죽하면 급여받은 만큼만 일한다는 조용한 퇴사가 유행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