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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NG Jan 20. 2023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붉은 꽃은 십일을 가지 않는다.

가장 좋아하는 문구이다. 

상반된 의미이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This, too, shall pass away,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 라는 문구를 좌우명처럼 생각한다.


화무십일홍. 그 무궁한 의미에, 다양한 장르에서 쓰인다. 음악, 영화, 웹툰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서 차용되어 쓰이고 있다.

그만큼 의미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너무나 좋아하는 문구이다. 


인생에서 아무리 잘 나가도, 아무리 이뻐도, Peak를 치면, 반드시 내리막 길이 있다는 뜻으로, 항상 나중을 염두해 겸손하게 살라는 의미로 보고 있다. 그래, 아무리 잘났어도, 절세미인이었어도, 세월 앞에서는 장사 없다고, 나이 들고 늙으면, 지나간 영광은 빛을 바래고 무색해지게 마련이다. 아, 물론 부자는 결이 다르다. 부자는 계속 부자라 이건 좀 맘에 들지 않는다. 이들도 그랬음좋겠다. ㅎㅎ


아무튼, 젊을 때는 천하를 호령하고, 수많은 추종자가 생기고, 우러러보는 사람이었을지라도, 누구나 전성기가 있으면, 쇠퇴기가 있기 마련. 뜨거웠던 커피와 사랑도 어느 시점을 지나면 급격하게 차가워지듯이.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삼라만상이치에 따라 그렇게 소멸되어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즈음이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보니 더더욱 사무치게, 베인 생채기에 덧나듯 아파오는 남모를 고통에 자기 최면 걸듯 읊조리고 있다. 더욱이 초현실적이라는 스스로의 분석에 맞추기라도 하듯이 세포하나하나까지 이 고통을 짊어지려 하는 것 같다. 그렇게라도 자기 위안을 삼아야 고통스러운 현실을 잠시나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늉을 하게 되는 듯하다. 


서두에 언급한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 이럴 때 필요한 두 번째 주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떤 일이든 간에 그 순간이, 그 현상이, 그 사건은 반드시 지나가게 되어 있고, 또 그렇게 금새 잊히는 게 사람인 것이다. 앞서 말한 화무십일홍은 긍정에서 부정으로의 의미라면, 이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는 부정에서 긍정으로의 희망을 품고 있다.

지금 당장의 절망과 괴로움으로 인해, 긍정 따위는 감히 생각하기도 싫어지지만, IMF를 극복하듯이, 실연을 극복하듯이, 병을 이겨내듯이 또 회복해 내는 힘이 사람에게는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직은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지만, 전쟁도, 동파 속의 새싹도 언젠가는 자유를 찾게 되듯이, 분명 힘든 상황은 좋아지리라 본다. 단순한 슬럼프라고 생각하며.

누가 그랬던가, 신은 극복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애당초 안주면 좋을 것을...


지금도 다양한 사유로, 환경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 모두, 회복하시길 간절히 바라며,

발 끊은 지 10여 년이 넘어가 중간중간 잊혀진 주기도문과 영광송을 읊조리며, 

아직은 빠져버린 나락에서 나올 생각도 못하는,

자의와 상관없이 밝아버린 하루를,

힘겹게 살아내 본다.


by 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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