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애 s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iNG Dec 09. 2022

그때 그게 아니라 이랬더라면...

후천적 선택 장애자의 망상 일지

누구나 한 번쯤은 "그때 게 아니라 저걸 선택했었더라면.."하고 후회 내지는 미련을 가져본 적이 있이, 가끔 상념에 빠질 때면 항상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망상에 시나브로 빠져든다.


지나간 과거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당시에 선택되지 않았던 다른 선택지에 대한 미련에, 아쉬움에, 아련함에 그 방향으로 한껏 상상 해본다.

그때 싸우지 않았었더라면,

그때 공부를 열심히 했었더라면,

그때 운전을 하지 않았었더라면,

그때 그 사람을 붙잡았었더라면,

그때 자격증 시험을 봤었더라면,

그때 귀국하지 않았었더라면,

그때 다른 회사를 선택했었더라면,

그때 대기업을 1년만 더 다녔었더라면,

그때 그런 상처되는 말을 하지 않았었더라면,

그때 삼진을 당하지 않았었더라면,

그때 약속을 하지 않았었더라면,

그때 투자를 하지 않았었더라면...


마치 무슨 영문법 중 가정법 과거에 대한 예제를 보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수많은 "그때 ~아니었더라면"이라는 굴레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곤 한다. 아니 어쩌면 또 다른 선택에 대한 결과를 내 멋대로 한껏 상상하 즐기는 지도 모르겠다.



문득 이문세 씨의 알 수 없는 인생이 떠오른다.

(애창곡 중 하나이다)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시간을 되돌릴 순 없나요.

조금만 늦춰줄 순 없나요.

눈부신 그 시절 나의 지난날이 그리워요.

오늘도 그저 그런 날이네요.

하루가 왜 이리도 빠르죠.

나 가끔은 거울 속에 비친 내가 무척 어색하죠.

정말 몰라보게 변했네요.


그래, 나도 참 많늙었다.



어떤 하나의 결과 주변 7가지의 결과가 모여서 만들어지고, 그 7가지의 결과는 또 다른 99가지의 결과로 인해 생긴다는 이론이 있다.

사람은 살면서 늘 선택을 종용받는다. 설령 그게 좋은 선택이나 나쁜 선택일지라도 고스란히 내가 감내해야 하는 결과가 기다리고, 또 그 일로 인해 주변 99가지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마치 영화 나비효과에서처럼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어떤 한 사건의 결과를 바꾸어버리면 미래의 세계가 엄청나게 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후천적 선택 장애가 있는 나에겐 매 순간이 너무나 어렵다. 양쪽 모두 택할 수는 없기에, 미리 양쪽의 경우에 대해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영화나 TV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지만 말이다.


그만큼 미련이, 아쉬움이 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걸까. 쉬이 떨쳐내지 못하는 망상들에 사로잡혀 오늘도 조금씩 나의 영혼이 잠식당하고 있다.


그때, 다른 걸 선택했었더라면...


by TiNG

v.1.0



매거진의 이전글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