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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NG Apr 05. 2024

결국, 수술 날짜를 잡았다.

허리 수술이라는 최후의 수단, 내게도 왔다.

신경약물치료.

신경차단 주사.

물리치료.

트니스.

침상안정.

걷기.

해볼 것은 다 해 본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간 의사 선생님도 "남은 게 뭐가 있을 거 같아요?"
"..... 수술.....일까요?"


하늘이 무너졌다.

아니 사실 2년 전부터 알고 있었고, 나름 각오도 하고 있던 터라, 그리 큰 충격은 아니었다.

아니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


2년 전 갑자기 걷다가 주저앉은 뒤로,

하는 듯 안 하는 듯 보존 관리를 해왔는데,

X-Ray로 들여다보며 아픈 신경에 주사를 놓아봐도,

피트니스에서 근력운동을 해봐도 (17킬로가 빠지는 바람에 중단했지만...),

골반부터 발가락까지 저리고 감각이 없어지는 방사통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나름 인터넷 환우 카페에 가입해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하고, 고민해 보니 

결국은 수술해야 할 정도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던 터였다.


그래도 큰 수술이기에 여러 병원을 가보기로 했다.

카페에서 정보를 얻은 것으로는 척추전문병원, 일명 척전은 가급적 피하라는 말이 많았다.

작은 병원들은 돈 벌기에 급급해서 무조건 시술이나 수술을 강요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물론 개인차가 있음)

일시적인 효과만 있는 풍선 확장술이니, 감압술이니를 수백만 원을 주고 시술을 받아도 금세 도로 통증이 온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차가 있음)

또 하나는 도수치료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데, 돈은 돈대로 수백, 수천을 써도 전혀 효과 없는 것이 도수치료라는 것이다. 심지어 아픈 디스크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개인차가 있음)


그래서 이런 것들을 배제하고 믿을 수 있고 오히려 수술비도 저렴한 3차 병원인 대학병원 위주로, 그중에도 명의 소리를 듣는 교수(의사)들에게 진료를 받아보려 수소문해서 예약하고 진료를 받았다. 

(자칫 병원 홍보가 될까 봐 초성으로만 표기)

주: 병원명과 교수님 성함 알고 싶으신 분은 댓글 주세요.


1. 신촌ㅅㅂㄹㅅ 정형외과 ㅁㅅㅎ교수

2. 신촌 ㅅㅂㄹㅅ 신경외과 ㅅㄷㅇ교수

3. 회기 ㄱㅎㄷㅇㄹㅇ 신경외과 ㄱㅅㅂ교수

4. 은평ㅅㅁㅂㅇ 신경외과 ㅎㅈㅇ교수

5. 구로ㄱㄹㄷㅂㅇ 신경외과 ㄱㅈㅎ교수 

6. 강남ㅅㅂㄹㅅ 척추신경외과 ㅂㅈㅇ교수


EBS명의, 환자들의 경험담 등 수백 건의 글을 찾아가며 진료받을 병원과 의사 명단을 만든 것이다.

현시점에 가장 인기 많은 강남ㅅㅂㄹㅅ 척추센터 ㅂㅈㅇ교수님은 진료대기가 1년이었다. 

대. 박. 1년이나 걸린다고?? 일단 예약 걸어두고 가장 뒤로 미뤄놨다.


집 근처라 다니던 신촌ㅅㅂㄹㅅ 정형외과에서는 나이가 아직 젊으니 약물치료를 하자했고, 1년이 지나도 차도가 없어 신경차단주사까지 맞았건만, 방사통은 여전해서, 원래는 안되지만 주치의를 변경했다. 같은 병원 내에서 주치의 변경은 웬만해서는 해주지 않는 정책이라고 한다. 그래도 운 좋게 정형외과에서 신경외과로 바꾸면서 다른 교수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신촌 독수리 대학병원

마침 최소침습 현미경 수술을 하시는 교수라서 냅다 예약하고, 2주 뒤에 진료를 받았는데, 내 MRI 사진을 보자마자, 수술해야 하는 아주 안 좋은 상태라고, 신경관이 80%가 막혀있는 상태라고 했다.

'80? 80%가 막혀 있다고?? 그래서 아팠던 건가..'

그런데 요추 3, 4, 5번 두 마디를 해야 해서 15센티가량 째야 하는 수술이라고 한다. 

이분은 최소 침습이 아니었던가??

놀란 나는 "현미경 수술 아닌가요?" 하고 물으니, 수술 부위가 넓어서 길게 째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때부터 멘붕이 왔다. 궁금한 것도 다 묻지도 못하고, 나와서 수술 상담 간호사와 수술 설명과 대략적인 날짜를 받아 들고 나왔다. 척추뼈 3개를 나사로 고정하는 유합술이라 한다. 척추 수술 중에 가장 마지막 방법이기도 했다. 그래도 15센티라니... 다른데도 가봐야지. ㅠㅠ


한방 대학교

그다음은 다시 2주 기다렸다가 한방으로 유명한 ㄱㅎㅇㄹㅇ 신경외과로 갔다. 가서 추가로 엑스레이도 찍고 진료를 보았는데, 역시나 당장 수술해야 하는 상태라고, 정확한 수술법은 더 검사를 해봐야 하지만 일단 유합술이고, 한마디(뼈 2개 고정) 일지 두 마디 (뼈 3개 고정) 일지는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단 수술하기로 결정했으면 다음 진료 잡고 와서 날짜를 잡자고 했다.


으리으리한 가톨릭 대학병원

다시 3주 기다려서 은평 ㅅㅁㅂㅇ에 갔다. 여기에서도 엑스레이를 찍어서 보자마자 척추전방위까지 보인다며, 마찬가지로 유합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수술 결정하면 다시 오라는 말을 듣고 나왔다. 3군데 모두 유합술이라니...


새 건물이었던 호랭이 대학병원

다시 2주 기다려서 구로ㄱㄹㄷㅂㅇ에 가서 진료를 보았다. 하아, 상태가 심하긴 한데, 대수술 하기엔 나이가 너무 이르다. 현미경으로 뼈를 깎아서 공간확장해서 신경이 덜 눌리게 하는 감압술을 받아보고, 몇 년 지내보고 다시 통증이 심해지면 그때 가서 2마디 유합술을 권유받았다. 유합을 이르게 하면 주변이 나빠지기 때문에 운동도 하면서 버텨야 한다고 한다.


4명의 교수님들이 모두 유합술을 이야기하니, 다른 방법은 없어 보였다.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마지막 남은 강남ㅅㅂㄹㅅ ㅂㅈㅇ 교수님 진료만 남았다. 그런데, 1년 후 진료라 참 애매했다.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어지만, 카페에서 들은 대로 매일 병원에 전화해서 앞에 취소된 자리가 있는지 물어봐야 했다. 몇 번 반복해서 전화하다가 한동안 까먹고 안 하다가 하고를 반복.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2달 뒤로 당길 수 있었다. 즉 대기 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줄어들었다. 그렇게 기뻐하며 1월 말 병원에 갈 날만 기다렸다.




드디어 마지막 투어 강남 독수리 대학병원

D-Day. 드디어 강남ㅅㅂㄹㅅ 진료일이 되어, 회사 오전 반차를 내고 병원으로 향했다.

분명 10시 진료인데, 병원은 그야말로 콩나물시루였다. 훗날 의료파업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을 못 했던 시기였고, 워낙 환자가 많아서 11시 넘어서야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 본다는 인사를 받고는 여러 질문에 대답하며 내 증상에 대해 읊어나갔다. 

마찬가지로 "해볼 수 있는 것은 다했고, 남은 게 뭐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의기소침해진 채로 

"..... 수술요..."

"네, 환자분은 지금 수술밖에 없어요." 

MRI와 X-Ray를 번갈아보며 들은 설명으로는 디스크 2개 터졌고, 협착이 심해서 신경을 너무 눌러 거의 막힌 상태이며, 측만도 있고 해서 뼈 3개 즉 2 마디 유합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행히 양방향 최소 침습법으로 하니, 옆구리로 들어가서 터진 디스크를 빼내고, 

인공 대체물 Cage로 교체하고, 등 뒤로 들어가서 나사 6개로 고정을 해야 한다고 한다. 

칼로 째는 부위가 적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는 방식이다. 


그렇게 10분 진료를 받고, (대부분 재진은 2~3분 만에 진료가 끝난다.)

다시 1시간 반을 대기해서 상담 전문 의사한테 수술 상담을 받았다. 

아니 무슨 수술상담도 1시간 넘게 대기를 하는 건지...

"지금이 1월 말인데, 가장 빠른 게 7월 말입니다."

하.. 진료도 반년 기다렸는데 수술도 반년을 기다려야 하다니...

그래도 큰 맘을 먹고 수술받기로 합의하고, 원무과에 들러 입원확인을 받고 병원을 나섰다.

나사 6개, Cage 2개. 나의 미래의 모습.


드디어, 수술이다. 막상 예약을 하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괜히 하는 것인가? 재활만 1년이 걸린다는데...

그렇다. 최소 2~3개월은 누워있어야 하고, 이후로도 걷기부터 시작해서 재활을 해야 하는데, 수술 전처럼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거나 회전하거나 전부 하면 안 되는 동작들이 된다. 통나무처럼 뻗뻗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1년의 재활기간이 잘 지나가면 예전의 80~90%까지는 움직임이 복구된다고 한다.

그것보다는 허리부터 발끝까지 괴롭히는 방사통이 사라진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이기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남은 생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큰 도전을 하는 샘이다.

그리고 뼈 3개 고정(나사 6개)부터 국가에서 장애 등급이 나온다. 남은 평생은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살아가게 된다. 그만큼 큰 수술이다.




그런데 이게 뭐야.. 의료대란... 의사들의 사직서가 웬 말이란 말이냐..

3월부터 잡혀있던 수술들이 많이 취소되고 있다는 소식에 불안감이 생겨났다.

6월 수술까지도 취소되고 있다는데, 7월 예약한 나는 어찌 되는 것인가...

이래저래 착잡하기만 하다.

다음엔 수술과 입원, 재활에 관한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By 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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