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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NG Sep 04. 2024

불치병 통풍, 완치될 수 있다.

20년 넘은 나의 동반자와의 이별

본인 20년 넘게 통풍에 시달려왔다.

초기 발작했을 땐 엄지발가락을 삐었나? 싶을 정도의 통증으로 시작해서

밤에 자다가 깰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맛본 뒤, 병원에 절뚝거리며 가서 진료를 보았다.

그 당시 난생처음 들은 '통풍'이라는 병을 진단받았다.

보건복지부


통풍. 痛風.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그 병.

세간에는 황제병이라는 오명도 받고 있는 그 병.


통풍이라는 불청객이 내 인생에 예고 없이 찾아왔다.

생소한 병명에 진통제로 급성발작을 잠재우고는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열심히 찾아보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통풍은 한번 걸리면 완치가 되지 않는 불치의 병이라는 것이다.

'내가? 젊은 내가 불치의 병을?'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린가. 일단은 가라앉은 통증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통풍에 먹으면 안 되는 음식들을 철저히 배제하기 시작했다.

맥주. 후라이드 치킨. 고등어. 버섯. (고기, 내장, 사골국)

그 외에도 많지만 일단은 이렇게 끊어보기로 했다.

사실 버섯은 원래 먹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지만,

맥주는 정말 하루에 네댓 병씩 마셨던 가닥이 있어서 끊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통증이 없어지면, 그 새 아플 것을 망각하고, 치맥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다시 통풍 발작이 오면 또 울면서 음식을 조절하기를 반복했다.


20여 년간 맥주는 거의 99.9% 끊게 되었고, 고등어 역시 99.9%, 치킨은 80% 정도 끊은 식생활을 유지했다.

맥주 대신 소주를 마셨고, 고등어 대신 삼치, 튀긴 치킨 대신 구운 치킨으로 대체했다.

물론 모든 술과 고기가 안 좋지만, 차마 고기는 끊을 수가 없었다. ㅠㅠ


그렇게 나름 소심하게 선별적으로 절제하면서 살아오다가

모종의 이유로 체중이 20킬로 가까이 빠지게 되었다.

비만이었던 몸무게가 정상~과체중 사이를 오가게 될 정도로 감량을 했다.

다이어트도 했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등으로 본의 아니게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고혈압약과 통풍약이 떨어져서 처방받으러 동네 병원을 찾았다.

요산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피검사를 하고,

혈압도 140에서 105 정도로 떨어진 것을 확인하였다.

살이 빠지니까 혈압도 정상으로 내려온 것이다.

freepik

며칠 뒤에 피검사 결과를 들으러 다시 병원엘 갔다.

의사 선생님은 요산 수치가 정상보다도 낮다는 것이었다.

통상 6 이상이면 통풍 진단을 받는데, 본인은 12 정도였으나, 이번 결과로 5점대가 나온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람? 20년 넘게 통풍약을 먹고, 불치의 병이라 체념하고 같이 살아왔는데,

갑자기 이별을 하게 되다니. 통풍약을 끊어도 된다는 말에 시원 섭섭? 한 마음이 교차했다.

혈압약은 약을 끊은 상태에서 110이 나오면 약을 끊어도 되지만, 지금은 약을 먹은 결과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자고 최소치 5mg의 약만 먹게 되었다.


통풍이 내게서 떠나다니. 전혀 아쉽지도 않지만, 너무 놀라웠다.

지금도 요산수치는 5~6점이라 약을 먹지 않고도 관리가 되고 있다.

물론 맥주, 고등어는 99.9% 끊은 상태, 후라이드 치킨도 몇 달에 한번 정도 먹는 수준이다.

역시 음식 조절과 체중 관리로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 이번엔 혈압약을 끊어 보자!!!


독자분들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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