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아니 우여곡절 끝에 다시 수술날짜를 잡을 수 있었다.
강남세브란스가 소위 빅 5 병원으로 의료대란에 직격탄을 맞아서 전공의가 모두 떠나는 바람에
기존 7월 말에 잡혔던 수술이 취소된 상태였다.
취소 당시(6월 초) 다른 개인병원으로 연결해 준다는 것을 마다하고 기다리겠다고 했고,
언제 다시 일정 잡아줄지는 미지수였다.
대신 약이 떨어져 가니 진료라도 잡아달라고 했던 것이 신의 한 수였다.
8월 현재 지금 진료 예약을 하려면 내년 2월이라는 것이다.
진료 일정이 2달 뒤인 이번 8월이었어서 회사 반차를 내고 병원으로 향했다.
제발 수술해 달라고 드뤄누울 각오를 하고 갔다.
왜냐면 허리카페를 통해 들리는 말이 앞서 다시 일부 수술일정을 잡아준다는 걸 들은 터라
무조건 떼쓰려고 작정한고 간 것이다. 그만큼 절박했기에.
병원은 여느 때보다 한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규 초진은 거의 잡기 힘들고,
재진만 조금씩 보는 듯했다. 예약된 시간에 정확히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교수님은 두 번째 보는 나를 기억 못 하시는 듯했고, (다른 환자들은 네댓 번씩 봤으니,,)
허리 MRI를 다시 보시면서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시길래,,
"수술이 취소되어서요...."
"왜 취소되었죠?"
"(네?????????????????????????????????)...... 의정갈등 때문에요..."
적잖이 당황되었다. 내가 취소한 것도 아닌데...
"아..."
"교수님 제발 수술 좀 받을 수 있게 해 주세요... 너무 힘듭니다..."
"음,.. 그럼,.. 다시 일정을,,, 빨라야 연말일 텐데,, 노력해 보겠습니다.
나가실 때 간호사랑 얘기를 해보세요."
"아!! 교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일단은 약을 3개월치 처방해 주셨다. 매일 꾸준히 먹어야 통증이 잡힌다고 하셨는데,
사실 약을 거의 1년간 단약 한 상태였다. 먹어도 안 먹어도 똑같았기에..
'오 마이갓. 드디어 다시 수술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연신 인사를 거듭한 후 진료실을 나가 간호사 선생님과 얘기를 했다.
앞서 진료본 젊은 학생도 수술을 희망했지만, 다른 병원을 안내해 주는 것을
바로 앞에서 들었던 터라 내심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간호사 선생님은 수술 취소되셨던 분들 다시 조금씩 잡아드리고 있다는 아주 감사한 얘기를 하셨다.
일단 교수님과 상의해서 일정 잡아서 전화 주겠다고 하길래
다시금 90도로 인사하면서 잘 부탁드린다고 연거푸 인사하며 약을 타러 갔다.
한 보따리 되는 약을 타 가지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렇게 즐거울 수가.
6월 취소된 뒤로 절망과 실망과 한탄으로 지내던 나날들에 대한 보상일까.
매일 그래도 희망 명상을 하며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던 것에 대한 인연과보일까.
집으로 가는 길에 시계를 보려고 핸드폰을 본 순간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발신자는 세브란스병원이었다.
'헉???'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가는 찰나 다시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네, 세브란스인데요, 왜 전화 안 받으셨어요?"
아까 상담했던 간호사 선생님이었다.
"아, 전철 타러 내려가느라 못 들었습니다."
"아, 그러셨구나, 수술 날짜 잡혔어요. 11월 00일이에요."
"네? 진짜요??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수술 전 검사일정과 수술일정을 확정받았다.
마치 아파트 분양 당첨된 기분이었다. 물론 아파트를 당첨된 본 적은 없다.
희망적인 대답에 이어 일정 확답까지 받은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하나보다.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니, 지난 고통들이 다 사라지는 듯했다.
이 역시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 아닌가.
그동안 허리 카페에 글도 올리고 다른 환자들 격려도 하며,
때로는 상담까지 해주면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 결실을 맺는 것 같아서 너무 기뻤다.
수술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지라,
1년 동안 해야 하는 재활도 견디기 위해서는 몸도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걸을 때 안 아파질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결심을 한지 오래다.
아, 이제 진짜 다시 수술 준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전국의 모든 허리병 환자들 모두 무통 하시기를 바랍니다.
v1.0
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