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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든라이언 May 24. 2022

약 알고 먹자. 타겟 그리고 MOA (작용점)의 개념

생명과학자의 철학


    
 "마법 탄환 (magic bullet)"

'약 (drug)이라는 것은, 마치 총에서 발사된 '마법 탄환'처럼 사람은 안전(safety)하게 회피하면서도 병원성 박테리아 같은 타겟 (target, 표적)만을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는 능력 (efficacy, 효능)을 가진 것이다'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약'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혈액학, 면역, 화학요법의 선구자로 불리는 폴 에를리히(Paul Erlich, 1908년 노벨 생리학·의학상, 1854~1915)가 1907년 처음으로 화학물질로 만든, 세계 최초의 공식적인 '화학치료제(chemotherapeutics)'선보이며 제시한 개념이 바로 '마법 탄환'입니다. 그 약은 바로 살바르산(Salvarsan, 생명을 구하는 '비소(독약의 비상 성분)'라는 뜻으로 명명됨)인데, 당시 20세기 초까지 세계적인 공포의 대상이었던 '매독(syphilis)'의 치료제입니다.


매독의 원인균 트레포네마 팔리듐 (Treponema pallidum) 타겟(target, 표적)으로 하는 이 치료제는 1940년 페니실린이 발명되기 전까지 최고의 블록버스터 약물이었습니다. 


사실, 그는 1905년에 아프리카 체체파리 기생충인 트리파노소마(Trypanosoma)를 치료를 위해 아톡실(atoxyl)이란 비소화합물로 연구를 시작한 것인데, 개발 초기엔 아프리카인에 대한 임상실험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아톡실의 구조를 조금씩 변형시켜가며 수 백 가지의 비소화합물 유도체를 만들어 시험하다가 418번째 화합물인 '비소화 페닐 글리신'이 트리파노소마에 효과적인 것을 확인합니다.


이후 합성을 계속해 606번째 까지 도달했지만, 특별한 추가 성과가 없다가 사하치로 하타 (도쿄에서 토끼 매독균 연구)가 합류한 후에야 606번이 매독균에 큰 효과가 있는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606호 물질이 '살바르산'입니다. 이후 좀 더 독성이 약한 914번째 화합물인 '네오살바르산(Neosalvarsan)이 시판되며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현재 복용하는 '약'의 '타겟' 그리고 'MOA (작용점 혹은 작용기전)'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마법 탄환'의 개념이 발생한 역사적인 배경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의 신약 개발 프로세스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낮은 부작용과 높은 효능'에  대한 기본적인 틀이 바로 여기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약'을 비롯한 어떤 외부 물질이 생체의 '타겟'에 단순히 결합한다고 해서 모두 생물학적 효과 (biological effect)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포켓볼에서 흰 공을 쳐서 띠공 혹은 색공 중 나의 것으로 정해진 공을 맞혀 모두 당구대의 홀에 넣는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까만 공을 넣을 때야 비로소 승리로 인정되는 것과 같이 '약물의 타겟 결합'에 이은 복잡한 연쇄적인 반응들이 결국 생체 (세포 등) 활동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임계치를 만족할 때 그 효능이 드러나게 됩니다.


따라서, 약물의 구조, 양, 반응 정도 및 지속 시간 등은 '타겟 의 결정' 뿐만 아니라, '결정된 타겟의 구조 및 기능을 조절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그리고, 선택된 약이 '타겟의 기능'을 '어떻게' 조절하고 그 결과가 '어떤 특정 신호전달 경로(cell signaling pathway)와 같은 세포내 분자 네트워크를 조절'해서 '특정 병이 치료'되는 최종적인 생물학적 효과를 가지는 것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MOA규명'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물질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데, 예를 들면 흔히 칫솔이나 미용도구 그리고 물컵 등을 멸균용으로 쓰이는 LED나 수은 램프 UV(250~280nm 범위의 UV-C )의 '타겟'은 미생물의 DNA 이중 나선이고 'MOA'는 UV에 의해 이중나선 사이에 형성된 분자 결합이 끊겨 파괴되어 균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사멸에 이르게 하는 것이 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FDA(식약처)에서 이미 '승인된 약'들과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신약'들은 '타겟 과 MOA의 규명'이라는 지극히 까다로운 관문을 거쳐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험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필자가 생명과학자의 철학 제1권 (13. 환원주의, 가상실험 V), 제2권 (21. AI, 단백질 구조 풀다 ) 등에서 세포 내 분자의 '작용기전 (mechanism of action)'을 왜 계속 언급해왔는지 이제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매직탄환'이길 바라는 에를리히의 개념과는 달리, 모든 약들은 질병치료에 핵심 타겟만을 조절하지 않습니다. 약물이 핵심 타겟에 정확하게 결합해 조정하는 것을 '온타겟 효과 (On-target effects)'라고 한다면, 다른 생체분자에 결합하여 예상치 못한 다른 생물학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오프타겟 효과 (Off-target effect)'라고 합니다. 이, 오프타겟 효과가 부작용 (side-effects, 부가적인 작용)과 심각한 역작용(adverse drug effects, ADR)을 일으킵니다.   


흔히 우리가 부작용이라고 하는 표현은 부정적인 뉘앙스로 혼용된 것인데, 사전적 의미의 부작용은 나쁜 것을 표현한 것만은 아닙니다.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된 실데나필의 '부작용'으로 인해 저 유명한 '비아그라'가 탄생된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앞서 제1권에 거론되었던 COVID19 백신의 잠재적 부작용이라는 것은 '심각한 역작용 (Serious adverse effect)'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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