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4월, 미국예방정책국특별위원회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USPSTF)에서,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의 예방을 위해 저용량 (81~100mg) 아스피린 복용을 사실상 금지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1899년 독일 바이엘사에서 "해열 진통제"로 등록된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 함유된 '살리실산' 성분이 기원전 (BC) 1천500년쯤 고대 이집트에서 작성된 파피루스에서 언급되었으며, BC 400년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그 역사가 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히 우리가 해열 소염진통제로 복용하는 '아스피린' 조차도 인체 내에 작용하는 '타겟'과 '작용기전'은 아직 완전히 모릅니다.
앞서 '31. 약, 타깃 그리고 MOA' 편에서 언급했듯이 같은 약이라 하더라도 그 용량에 따라 '타겟' 과 '작용 기전' 또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해열진통효과가 있는 고용량 (500mg) 아스피린의 주요 '타겟'은 사이클로 옥시게나아제(Cyclooxygenase, COX) 효소(enzyme) 시리즈인 'COX1과 COX2'를 억제하여(inhibition)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프로스타글란딘 G2(Prostaglandin G2, PGE2)의 생성을 낮춥니다 (작용기전 1). 이와 다르게, 저용량 (100mg) 아스피린의 장기 복용은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혈소판의 thromboxane A (TXA2) 형성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작용기전 2). 이는 'COX'라는 아스피린의 '타겟'은 같으나 세포종류에 따라 '다른 작용기전 1과 2'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2021년 기준 지난 5년 동안 세계 30대 제약사가 평균적으로 신약 허가 당 지출한 평균 비용은 48억 1500만 달러 (약 6조)라고 합니다 (출처 : 의학신문(http://www.bosa.co.kr)).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약 20년간 총 691개의 신약을 승인하였습니다 (연평균 34 개). COVID19 팬데믹의 환경이 영향을 준 것인지 모르지만 2021년에는 그나마 50개로 늘어난 것입니다. 미 FDA는 사실상 '부작용'에 에 대한 '보호'라는 명목 하에 합법적으로 허가된 '제약산업'과 매우 단단하게 밀착된 '막강한 권력기관'입니다. 제약사들은, 복잡한 생체의 분자 네트워크를 다 이해할 수 없으니 임상시험 때 그저 '부작용'이 없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오직 특정 환자의 특정 질환에 대해 '안전'과 '효능' 이 보장되면 '약'으로 승인될 수 있습니다.
'순수 합성 물질' X '분자 네트워크'
환원주의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접근하는 '약'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스스로 쌓은 거대한 장벽'입니다.
'특정 질환에 대한 한 가지 약물의 구조 및 투여량과 시간이 결정'되기 위해서는 14-5년이 넘는 시간과 '몇 조 단위'의 어마어마한 투자가 필요한데, 개발된 희망의 '그 신약 한 알'이 우리 가족이 복용할 수 있을 만큼 과연 저렴할 수 있을까요? '보험 적용' 이슈가 또 현실적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적인 '부작용'에 대한 자세한 '오프 타겟 (off-target)'과 그 '작용 기작'이 다 밝혀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늘날의 아스피린처럼.
질병의 종류에는 약 30,000가지 정도가 있다고 합니다.
상상이 되십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약'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생로병사'의 핸들링은 매력적인 투자산업 일지 모르지만 '고통을 낮춰 주겠다는' 근본 의지와는 다른 또 다른 '희망고문'으로 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생명과학자들은 단지 그 스케일과 장벽의 위력에 눌려 있을 것만 아니라 '몇 세대가 지나가더라도 해결이 되지 않을 저러한 비효율적 접근의 한계'를 돌파할 방법을 매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와 우리 가족들의 건강은 '그들만 의 것'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