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약, 타겟 과 MOA (작용기전, 그리고 현대 의약 개발의 한계점)'에 대해 간략하게 서술했습니다. 이제, 그 환원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한약(漢藥)'의 위상에 대해 필자의 의견을 짧게 올립니다.
정의-"동물·식물 또는 광물에서 채취된 것으로 주로 원형대로 건조·절단 또는 정제된 생약(生藥)"이다. (약사법 제2조 제5호). 또, "한약제제"란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의약품이라고 합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의 탕액편(湯液篇, (3권)에는 가장 주요한 치료수단인 '약에 관한 이론과 구체적인 약물에 관한 각종 지식'이 실려 있습니다. [참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동의보감(東醫寶鑑)]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조선 중기의 의학자인 허준(許浚, 1539~1615) 선생님이, 1596년부터 집필 하기 시작해 선조의 죽음에 책임을 추궁당해 중도에 유배지로 쫓겨나는 와중에도 15년에 걸쳐 완성한 조선 최고의 의학서적 <동의보감>.
이 책은 세 가지 원칙에 의해 저술되었다 합니다.
임의로 간략하면,
첫째는 치료보다 '예방 우선',
둘째는 흐트러진 이론들의 '핵심 정리',
셋째는 서민을 위한 '쉽고, 더 쉽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자신들 나라의 의서 86종이 참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조차 '천하의 보물'이라고 했을 만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주변국들의 의학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했습니다. 세 번째의 원칙 “국산 약을 널리, 쉽게 쓸 수 있도록 약초 이름에 조선 사람이 부르는 이름을 한글로 쓴다.” 는 개념이 앞의 두 원칙에 더해져 그 가치가 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까지 등재 (2009년)된 '동의보감'이 왜 현대 의약학에서는 '평가절하'가 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감초 한 종류만을 물에 넣고 끓여서 우려 나오는 성분들의 수가 절대로 1개는 아닐 것입니다. 적어도 수개~수십 개의 성분들이 제각기 서로 다른 양으로 '추출'될 것입니다.
앞서 서양의 체계는'순수 합성 물질' X '분자 네트워크'의 숙제를 풀어야만 '약으로 승인'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감초 추출물 하나만 하더라도 '수십 개의 천연 물질'X '성분 상호 작용'X '분자 네트워크'의'고난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먹는 여러 약재들을 함께 넣어 만든 '보약'에서 추출되는 성분은 적어도 수십 개~수백 개에 달 할 것이므로,'수백 개의 천연 물질'X '성분 상호 작용'X'분자 네트워크'의 '초 고난도'의 숙제가 되는 것입니다.
앞서 폴 에를리히는 '매독 약'을 개발을 위해 '606번의 합성'을 했다고 기술했는데, 비교적 복잡한 구조의 '천연물질'은 합성과 변형마저 어렵습니다. 그것도, 한 두 개가 아니니..
즉 종합해보면, 환원주의 관점에서는 설명할 수도 없고 만들 수도 없는 그야말로 분자 수준에서 '슈퍼 복잡계'의 레벨에 해당되는 것이기에 그냥 한마디로 '비 과학적'이라고 치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뭔가 틀렸다고 주장을 하는 것도 옳은 것과 비교 설명을 정확하게 할 수 있을 때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필자의 관점에서는 그냥, '아직 잘 모르는 것' 일 뿐입니다.
당연히, '우리는 동의보감을 근거로 만든 우수한 것이니 좋다'라고 함부로 주장해서도 안됩니다. '분자 수준'에서 '타겟'이나 '작용기전'을 설명하지 못하면 영원히 서양의 의학에 밀려나게 되는 것도 불가피한 현재의 흐름입니다. '기' 나 '혈맥'과 같은 기존의 언어도 현대 과학의 '에너지의 형태'로 전환해서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동의보감의 세 번째 원칙,
우리 후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이어가야 할 대목이자, 환원주의적 접근 방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新) 동의보감'이 탄생하는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과학에서도 '통찰력 있는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 '시스템 생물학'과 같은 시도가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상컨대, 뭘 해야 할지 그저 막막해 주저하고 있으면 선진국들이 대체의학 수준을 넘어서서, 한의학조차도 자신들의 환원주의적 기술을 이용해 그들의 지적 재산권으로 가져가는 것을 지켜만 보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환원주의의 극점에 있는 기술을 배운 필자에겐, 의무이자 도전하고 싶은 가치가 있는 미래의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