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보다 Jul 14. 2022

하다말다하는 나

Chapter 1 어떤 것에도 동기화되지 않는 몸과 마음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림을 잘 그려 이모티콘 작가가 되어보고 싶기도 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여 건강한 날씬이로 거듭나고 싶다. 클라리넷도 멋지게 불러보고 싶고, 첼로도 우아하게 켜보고 싶다. 재봉틀로 옷과 소품도 뚝딱 잘 만들고 싶다. 양말목 공예로 여러 가지 손가방과 인형을 만들어 보고 싶다. 글쓰기도 잘해서 내 책을 내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 하나씩 해보긴 한다. 얼마 못가서 다른 것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또 다른 것을 해본다. 이전에 했던 것은 창고에 처박혀 버린다



난 왜 하다말다 하는 것일까?


생각. 1


  아이패드로 개성 있게 그림을 잘 그려 이모티콘을 만들어서 판매하여 성공한 그림작가 이야기,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게재하여 자신만의 책을 내신 분의 야이기, 웹소설 작가로 성공적으로 입성한 분 이야기, 아름답게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모습 등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도 하면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을 하면 나 역시 이야기 속의 주인공처럼 전문가가 돼서 유명해질 것 같다', '나도 전문가가 되어 유명해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고 그것을 해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왠지 재미있을 것 같고 몇 번 하다 보면 그 사람들처럼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마음이 동기가 되어 이모티콘과 캐릭터를 아이패드로 그려보기 시작한다. 유튜브 강의도 들어보고 책도 사서 배워본다.

 그런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낯설고 어렵다. 그리고 하나의 그럴싸한 작품이 나오려면 엄청나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엄청난 시간을 들여 그린 작품은 그 길을 앞서 나간 분들의 작품과 비교할 때 형편없이 수준이 떨어진다. 하루, 이틀, 오래 하면 삼일, 사일까지 하다 그들의 작품만큼 할 수 없다고 생각이 될 때 흥미를 잃고 다른 것을 찾아본다. 그림 그리기를 하다가 '나에겐 소질이 없어!' '너무 어렵네'라고 하면서 하기를 그만둔다. 그러다 글을 써본다. 엄청난 파워블로거들의 글과 팔로워들의 숫자를 본다. 나도 꾸준히 글을 쓰고 하면 그렇게 될 것 같고, 그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서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써본다. 한 번 두 번 글을 올리다 힘들어진다. 나도 파워블로거처럼 많은 글이 누적되어 가고 싶은데. 그렇게 하려면 매일 글을 쓰고 그렇게 많이 모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글을 하나 올린다고 해서 수많은 댓글이 달리고 공감하기가 쌓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것은 눈에 들러나는 성과이고 하루 이틀 해서 그 성과가 눈에 확 보이지 않는 것이니 이내 지치고 질려버린다. 그렇게 글쓰기를 하다가 그만두고, 정확히 말하면 아예 그만두는 것은 아니고 아주 드문 드문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아주 가끔 쓴다. 그러다 바빠지면 영영 안 쓰게 된다. 그러다 하는 것은 그만둔다.


하다말다하는 것은 그것을 잘해서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어떤 영역에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한 번 두 번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간을 들여 기능을 익히고, 실패해도 나만의 그림을 그려보는 습작의 시간이 필요하다. 글도 쓰고 또 써서 축적이 될 시간이 필요한데 나는 고작 몇 번 만에 눈에 보이는 성과가 드러나길 바란다.
기지도 못하는  뛰려고 하는 마음은 
꾸준히 연습하고 
매일 실천해야 하는 것을 
방해한다.
마음속에서는 이런 말로 변명하면서 말이다.
'해도 안되네', '내가   있겠어'



생각. 2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너무 많은 것도 문제이다. 시간은 한정이 되어 있는데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경제적으로 자유로워 24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직업을 가지고 좋든 싫든 업무 처리하는데 8~1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고, 밥을 하는 등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시간, 잠자는 시간을 빼면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많아야 3~4시간밖에 남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현실적인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막연하게 '재미있겠다.' '나도 저렇게 전문가가 되고 싶어!'와 같은 동경으로 시작을 하고 만다. 하고 싶은 일이 자만 제한된 시간에 하다 보니 월요일에 글쓰기, 화요일에 그림 그리기, 수요일에 클라리넷 계획은 세워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에도 이렇게 빡빡하게 해야 하나 싶은 마음에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니 마음과 기분에 좌지우지되어 결국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어 '흐지부지' '하다말다'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어떤 것도 제대로 하지 않고 흐지부지하다 보니 내가 며칠이나 하겠어? 이러다 말겠지? 그런다고 내가 전문가가 되겠어? 와 같은 자조 섞인 말로 몸과 마음은 더욱더 무거워진다.

그러다 제일 쉬운 것을 택한다. 누워서 TV보기



난 왜 하다말다 하는 것일까?


생각 1 + 생각 2 =


1. 하고 싶은 일을 잘해서 나도 무엇인가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2. 기지도 못하는 데 뛰려는  아기처럼 빠르게 성취해 보고 싶은 마음


3. 그 많은 하고 싶은 것 모두 막연하게 하다 보면 잘할 수 있는 것 같은 생각


4.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간을 배분하여하고 싶은 일에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능력의 부족


5.  진정으로 내가 꾸준히 하고 싶은 것을 가려낼 수 있는 결단력의 부족


이 모든 것이 내 안에서 마음과 행동으로 뒤엉켜버려 하다말다를 반복하게 된 것이다.



하다말다병이 깊어지면 어떻게 될까?


하다말다병이 깊어지면 패배감에 사로잡히게 되어 편안 삶을 선택하며 살게 되는 것 같다. 운동이 필요한데도 귀찮아서 TV 보면 쉬다가 잠드는 생활을 선택하는 것이다. 해야 될 일에 밀려 글도 쓰다 말다 하니 생각을 기록하고 정돈할 수 없어 반성적 삶을 살기보다는 그때그때 닥친 일을 쳐내가면 살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하다말다 병세가 심해지면서 나를 가장 두렵게 만드는 것은 하고 싶다는 마음 즉 동기마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하다가 말다가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되는 것 같지 않는 것 같다고 패배감에 휩싸이게 된다. '어차피 나는 시작은 하는데 얼마 못가?' 며칠 하지도 않았으면서도 ' 어차피 해도 안돼!'라는 패배감이 계속 들 때마다 무언가 하고 싶다는 동기, 내 삶을 약동하게 만드는 숭고한 동기는 약해지다 결국 희미해져 사라져 버린다.

'어차피 나는 시작은 하는데 얼마 못가?'
 며칠 하지도 않았으면서도
 ' 어차피 해도 안돼!'라는 패배감이 
계속  때마다
 무언가 하고 싶다는 동기,
  삶을 약동하게 만드는 숭고한 동기는 
약해지다 결국 희미해져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두렵다!  하다말다병에서 탈출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다말다 병에 걸린 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