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두 시간 그리고 오후에 세 시간 일을 하다 보니 그 사이사이에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를 채운다. 집안일을 하고, 식물들을 살피고(즐기고), 양순이와 놀고 산책하고, 책을 읽고, 티브이도 보고, 라디오를 듣고, 글도 쓴다.
비슷해 보이는 하루하루를 마무리하자면 아쉬운 날도, 보람찬 날도 생긴다. 얼마 전, 큰 아들 내외가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후 함께 보낸 시간들이 참 좋았다. 두 주일 가량의 휴가를 내서 한국을 찾은 며느리와 아들의 스케줄 안으로 들어가 며칠을 보냈다. 함께 제주도에 다녀왔다. 기간 중 반은 날씨가 좋았고 나머지는 흐리고 비가 왔지만 헛되이 보낸 시간이 없는 흐뭇한 여행이었다. 꼼꼼하면서 털털한 이쁘기만 한 며느리와는 더욱 정이 듬뿍 들어버렸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휴대폰이라는 물건의 요긴함을 십분 활용하며 두 커플이 짧은 여행을 만끽했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 이야기가 익숙하고 그 모든 여행에는 끝이 있다는 것도 알고는 있지만 일상에서는 잊기가 일쑤이다.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았어도 목적에 따라 여행 내용도 천차만별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독일로 돌아가 빈틈없이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갈 젊은 커플을 떠나보내려니 마음이 짠해진다. 한국에서 꿈같은 여행은 끝났지만 꿈을 향한 그곳에서의 여행도 넉넉히 감당할 수 있으면 하고 바란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아침 일을 마치고 돌아와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방송의 한 코너를 마무리 짓는 디제이의 한 문장이 머리에 맴돌았다."자, 여러분~ 오늘도 일상이 음악이 되는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일상이 음악이 되는 하루라.....흥겹고 즐거운 여행같은 하루를 말하는 덕담이겠지만 나는 순간 온갖 음악을 떠올렸다. 장엄하고 가슴 뛰는 음악부터 잠을 부르는 음악이며, 마음이 저릴 정도로 슬프거나 몸을 들썩이게 하는 신나는 음악까지... 여행에 대해서도 그랬듯 사랑하는 음악에 대해서도 요즈음 여러 생각이 들락인다. 일상이 내 인생에 꼭 필요한 음악처럼 여행처럼 채워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