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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Oct 06. 2024

책사랑은 잔잔한 파도처럼(1)

우리의 이야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나는 즐겁다. 나의 세 아이를 양 옆에 앉히고 동화를 읽어줄 때도 그랬고, 인연이 된 꼬마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이야기를 담은 나의 목소리는 여러 가지 동물이 되고, 공주와 왕자, 마녀와 사냥꾼도 된다. 듣고 있는 작은 얼굴에 그려지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표정을 보며 함께 책을 읽어나갈 때 나는 행복하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책장을 넘기던 나의 아이들은 종종 서로에게 책을 소개하고 생각을 나누는 청년이 되었다. 수년 전 어느 날, 큰 아이가 먼저 읽은 책의 몇 페이지를 식구들에게 소리내어 읽어 준 적이 있다. 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화자와 청자가 바뀌었던 옛날의 추억이 밀려와 가슴이 뭉클했다. 아들의 목소리로 처음 만났던 '달려라 아비'는 가족 모두에게 큰 웃음과 감동을 주었고, 우리는 풍성한 대화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가족들이 모일 때면 종종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던 큰 아들은 작년에 결혼했고, 딸도 올봄에 가정을 이루었다. 막내아들 역시 독립해서 이제는 모두 흩어져있고, 함께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종종 며느리와 사위까지 등장하는 화상 통화로 새로운 기쁨을 나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가족들의 책사랑은 재작년 시월, 소천하신 엄마로부터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동생들을 나란히 눕히고 곁에 누워 "옛날 옛날에 할머니 하고 할아버지가 살았는데~"로 시작되는 엄마의 창작 전래동화는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재미있는 엄마의 옛날이야기가 어쩌다 무서운 내용으로 바뀌는 밤에는 모두들 엄마 품을 파고들었고, 엄마는 우리를 다시 토닥이며 재워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엄마는 엄마의 진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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