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무 힘들다. 오랜만에 마주한 동료의 말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날 그 말은 내가 하고 싶던 말이기도 했다. “무슨 일 있었어?”라는 질문에 무심히 내뱉는 “그냥”이라는 대답. 그 말이 요즘의 내 일상을 가장 잘 설명한다.
인생에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물음들이 있다. 이만큼 열심히 살았으면 이제는 대가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삶은 끊임없이 녹록잖은 숙제를 던진다. 알베르 카뮈는 이러한 물음들에 어떤 이는 자살을 택하고, 어떤 이는 습관적으로 살아가며, 또 다른 이는 운명에 도전한다고 했다. 아마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저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삶을 선택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부조리의 감수성’이 던지는 물음에는 애초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끔은 오늘처럼 이 대답 없는 질문에 다른 답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태생부터 부조리한 세상에서 삶의 의미조차 찾기 어려운 존재. 행복의 의미를 찾아 수많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향유하려 애쓰는 인간. 그러다 인생이 불친절한 질문을 던지면, 그것을 외면하려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이것이 어쩌면 카뮈가 말한 완벽한 ‘부조리’일까.
오늘 너무 힘들다. 그의 말에 “나도”라고 대답해 본다. 힘들지 않은 인생은 없겠지만 ‘회복탄력성(psychological resilience)’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기대어 불안전한 자아를 부정해 본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흐르고 삶도 살아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