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경열 Nov 29. 2023

1년 만에 기타(GUITAR) 마스터하기

중. 장년에게 추천할만한 악기

 음식 맛보다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와 식당에 들어간다. 간판처럼 1년 만에 무슨 악기든 마스터하기는 불가능하다. 외국유학 가서 배워도 마스터 못한다.  정확하게 "노래한곡 1년 만에 기타로 마스터하기"가 정확한 표현이다. 제목이 길어서 줄였을 뿐이다. 완벽하게 악보대로 1곡을 마스터하였다면 비슷한 여러 곡을 연주할 수 있다. 대중가요 몇 곡은 1년 안에 충분히 마스터 가능하다. 


내가 기타를 처음 만져 본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외갓집에 놀러 갔더니 막내 외삼촌이 치던 먼지 낀 허름한 기타가 다락방에 처박혀 있었다. 할머니께서 외삼촌이 군대 제대하면서 들고 왔다고 하신다. 신기하였다. 나도 한번 쳐보고 싶었다. 노래방도 없었던 시절에 기타 하나면 모든 반주를 해결해 준다. 방송에는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가 젊은이들한테 인기가 폭발하고 있었다. 노래 좀 하면 모두 가수가 되고 싶었다.  동네에서도 기타 짊어지고 다니면서 노래 한두 곡 치면 인기 짱이였다. 


외갓집의 골동품 기타를 어깨에 메고 오면서 헌책방에 들려 왕초보 기타 교본 한 권 샀다. 당시는 기타 동아리나 학원도 없었다. 동네 형들한테 코드 잡고 쿵쿵짜작 노래에 맞춰 때리면 그게 주법이었다. 고고라는 주법이라고 한다. 형들도 교본도 악보도 없었다. 장구나 꽹과리로 사물놀이하듯 장단을 맞추며 부지런히 배웠다. 7080 통기타 몇 곡을 치고 있으니  벌써 동네 여학생들한테는 스타가 되어있었다. 대학을 들어가니 교내 그룹사운드가 인기가 있었다. 멤버에 합류하기 위해 몇 번의 문을 두드렸지만 장벽은 너무 높았다. 동네 형님한테 배운 기타는 한마디로 후루꾸였다. 대학 때 그룹사운드에 합류했다면 지금쯤 배철수, 구창모, 홍서범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 꿈도 포기하고 기타도 잊을지 40년이 흘렀다.  일만 열심히 하였다. 퇴직을 하면서 하릴없이 소파에 달라붙어 리모컨 조작 달인이 되었다. 회사생활하면서 혼자 놀 수 있는 취미를 가져 본 적이 없다. 골프도 회사를 그만두니 부킹 하자고 하는 사람이 없다. 스스로 무기력함을 느끼고 우울증 증세까지 왔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회사 다닐 때 술은 원 없이 마셨다. 유일한 친구가 술이고 산이였다. 배낭에 막걸리 서너 병을 짊어지고 등산을 한다. 입산주, 정상주, 하산주, 나도 모르게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산하는 길에 우연히 신호등 4거리에서 기타를 메고 있는 여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기타에 대한 아련한 추억 때문인지 몰라도 여인은 아름다웠다. 용기를 내어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동사무소 기타 교실을 소개해 줬다. 다음날 바로 등록을 하여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초급반에 들어가 처음부터 배웠다. 자전거는 배워뒀다면 10년이 흘러도 바로 타고 달릴 수 있다. 기타는 다르다. 다시 배워야 한다. 술도 서서히 줄였다. 벌써 기타 시작하고 단주한 지 1년이 되었다.


퇴직하게 되면 제일 위험한 것이 우울증과 알코올중독이다. 우울증이나 치매가 오면 아무리 육체가 건강해도 모래 위에 집이다. 균형 잡힌 삶이 아니다. 평생고생한다. 가족전체가 우울하다. 기타를 배우면서 술도 끊고 매일 책을 읽었다. 박경리 토지와 조정래 태백산맥을 읽었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하여 눈물이 나올 때는 소설 읽어주는 웹사이트에 가입하여 귀로 듣고 실눈 뜨면서 책을 읽었다. 등산할 때는 이어폰을 꽂고 들었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고향인 부안 지방신문사에 편집국장이 글을 써보라고 제안이 들어왔다. "그때 그 시절" 연재를 하였다. 농사를 짓는 부안 농민들한테 인기를 얻었고 반응이 좋았다. 소설 토지를 읽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어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게 꿈이다.

  기타를 배우면서 음악에 푹 빠졌다. 악기를 다룬다는 것은 시간을 정복한 사람이고 자신을 정복한 사람이다. 나 자신을 발견하고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음악에서 반음, 반박자는 엄청 중요하다. 전국노래자랑에서 "땡" 처리되는 경우는 반박자를 놓쳤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도 반박자가 적용이 되어 집중력이 좋아졌다. 무슨 악기든 재미를 느끼고 생활화된다면 치매예방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기타는 악기 중에서 중. 장년에게 추천하고 싶은 최고의 악기이다. 다른 악기를 폄훼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좋은 점 몇 가지 예를 들어 본다. 피아노는 두말할 것 없이 음악의 대표, 최고의 악기이다. 그러나 기타처럼 등에 짊어지고 다닐 수 없다. 아파트에서는 층간 소음 때문 연주가 불가능하다. 이제 노년으로 접어들어가는데 피아노 구입해서 배우는 것은 좀 부담이 간다. 색소폰도 생각해 봤다. 한곡 멋있게 불면 폼도 나고 듣기도 좋아 여자들이 감동하여 눈물을 찔금 흘릴 수 있다. 이 또한 층간소음뿐만 아니라 여러 곡 불면 동네가 시끄러워 민원 들어온다. 입으로 불 수 있는 관악기와 하모니카, 오카리나, 클라리넷, 단소는 멜로디 악기이다. 입으로 부는 악기는 연주하며 노래 부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코디언도 피아노처럼 좋은 건반 악기다. 풍량 조절을 하면서 연주해야 하는데 노인이 짊어지고 하기는 약간 무겁다. 드럼은 리듬악기이고 멜로디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 반주기 혹은 멜로디 악기와 합주해야 한다. 스트레스 풀기는 좋으나 이 또한 소음 때문에 집에서는 연주가 불가능하다. 음악의 3요소는 흔히 멜로디, 리듬, 하모니이다. 기타는 3요소를 충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악기이다. 소음도 문제없고 휴대하기 좋고 폼도 나고 노래도 할 수 있는 악기는 단연코 기타가 최고라고 본다. 60대 이상 퇴직자와 중장년에게 맞는 악기이다. 다른 좋은 악기도 많겠지만 기타를 사랑하는 내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힌다.

기타를 선택했으면 우선 포기하지 말고 최소 1년은 버텨야 한다. 무슨 악기든 쉽게 배울 수 있는 악기는 없다. 10분이 되던 1시간이 되던 매일 손에서 놓으면 안 된다. 독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 한 달 치다가 손가락이 아프다며 포기하려면 시작을 하지 않는 게 낫다. 당근 마켓에 포기한 기타가 널려있다. 거기서 연습용 5만 원이면 좋은 것 구입가능하다. 500만 원짜리 색소폰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절대로 꿀릴필요 없다. 더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다.

  1년을 기타를 배우면서 금주하고 글도 쓰고 친구도 사귀었다. 동아리도 만들었다. "주막"이라는 기타 연습실도 장만하였다. 한 달 한번 발표회도 갖는다. 

"주막" 기타 동아리 야외 버스킹 


작가의 이전글 보트피플 BOATPEOPLE (연재 1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