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룡이 옆집은 대장간이였다. 매일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었다. "따당따다 따당따다" 쇠 두드리는 소리였다. 기술을 배우는 조수 김씨는 화덕의 불을 피고 풀무로 바람을 불어 넣어 빨갛게 아궁이를 달구었다. 대장장이 오씨는 그속에 쇳덩어리를 집어 넣는다. 시뻘건 쇳덩어리를 꺼내어 모루위에 놓고 대갈마치로 수백번 두드리고 식기전에 찬물에 넣는다. "치직" 불과 물을 반복하면서 오씨의 손에서 여러 농기구가 탄생한다. 대장장이 기수은 이 담금질에서 나온다. 농경시대에 좋은 연장은 전쟁터에 장군의 칼처럼 참으로 소중하였다. 오씨의 손도 불똥에 데이고 망치에 단련되어 우직하고 단단하였다. 아무리 단단한 쇠도 오씨의 손에서는 반죽된 밀가루가 되었다. 엿가락처럼 맘데로 늘렸다 휘었다하면서 원하는 농기구를 만들었다. 괭이,호멩이,왜낫,쇠시랑,후쿠는 물론 작두날까지도 만들었다. 농부들은 산내면에 이런 편리하고 기술좋은 대장간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멀고먼 부안읍내까지 나가지 않아도 되었다. 쇠망치 두드리는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풍악소리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