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끝, 한 달의 끝, 한 해의 끝이 있다면 인생의 끝도 있으리라
오늘은 내 100일 챌린지(브런치에 1일 1글 쓰기)의 마지막 날이자 2022년의 마지막 날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기준으로 내일이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만큼은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안 들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헬스장 회원이 가장 많이 느는 시기도 플래너와 다이어리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도 다들 잘 알고 있다시피 새해 1월이다. 그러나 이렇게 마음먹은 새 목표는 오히려 무너지기 쉽다는 것도 모두 잘 알고 있다.
새로운 도전이 실패하기 쉬운 이유는 많겠지만 아마 깊은 고민 끝에 정하지 않고 새해라는 흐름에 휩쓸려서 급하게 정했다는 것도 중요 요인 중 하나이리라. 나는 그런 흐름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늘 교회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면서 든 생각은 흐름에 휩쓸리는 것은 좋지 못하더라도 흐름을 보며 깊이 생각해보는 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목사님께서 '하루의 끝, 한 달의 끝, 한 해의 끝이 있다면 인생의 끝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씀하신 부분에서 크게 와닿았다.
아무리 매일매일에 집중하고 있다지만 사람인지라 분명히 죽음을 맞을 것이고 그때쯤을 내 인생의 겨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내 나이가 100살일지 60살일지 30살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얼마 전 한두 번 정도 내가 조만간 죽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가볍게 '어떨까?'라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내가 죽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엄청 겁이 났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다는 것 자체는 사실 별로 두렵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두려웠던 것은 내가 살아가면서 이뤄야 했던 일들은 모두 이룬 건지, 내가 주어야 하는 좋은 영향들을 충분히 주고 갔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고 그 와중에 삶이 끝난다면 굉장히 아쉽고 슬플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다 모세가 지은 시가 생각이 났다.
시편 90:12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
이 시의 내용은 내가 몇 년 몇 월 며칠에 죽을지를 알게 해 달라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치는 게 언제쯤일지를 항상 바라보면서 남은 시간들을 지혜롭게 사용하게 해 달라는 기도다.
굉장히 어렵겠지만 나에게 맡겨진 일들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이 조금도 빠짐없이 모두 이룩되었다는 것을 안다면 삶을 마칠 때 괴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기쁘게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