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쉬며 느낀 것은,
의도치 않게 요가를 한 달 정도 쉬게 됐다. (그동안 바쁘기도 했지만, 사실 요가를 쉬게 되면서 요가 에세이를 쓰기가 힘들었다.)
중학교 2학년 때 1년 새 키가 10cm가량 크면서 척추가 30도가량 휘어졌는데, 척추측만증은 그 이후로 쭉 나를 괴롭혀 왔다.
한창 예민할 나이인 사춘기 때에는 미관상 보기 좋지는 않은 플라스틱 보조기를 교복 위에 착용한 채로 학교에 다녀야 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허리 통증 때문에 축제 등을 제대로 즐기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요가를 하며 만성 통증이 많이 사라져 좋았는데,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심하게 찾아온 허리 신경통으로 정형외과를 찾게 됐고, 엑스레이를 찍은 결과 디스크에도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디스크에 앞으로 깊이 숙이는 전굴 자세가 굉장히 좋지 않기 때문에 요가는 당분간 피하라는 진단과 함께 결국 요가를 한 달 정도 쉬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첫 번째로 알게 된 것은 나도 모르는 새 운동 강박이 생겼었다는 것.
이유가 있어 요가를 하지 못하는 것인데도 요가를 하지 못하는 날이 하루하루 늘어갈수록 죄책감이 쌓였다.
무리해서 요가원에 나가 파스치모타나아사나를 깊게 하다가 허리 통증이 더 심해지기도 했고, 집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몸 상태가 되지 않는데도 요가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요가는 나에게 속박에서 벗어나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오히려 나에게 부담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게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를 인지한 후로는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 노력하고 일단 걷기 운동부터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무리하지 않으니 그제야 통증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통증이 많이 없어졌을 무렵, 요가원에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디스크가 좋지 않다고 말씀을 드리니 선생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 주셔 허리에 무리 가는 동작 하나 없이 수련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오랜만에 간 요가원에서 또 하나 깊이 느낀 건 요가 수련은 게을리하면 티가 난다는 것이었다.
수련 기간이 꽤 되기도 했고 관절이 유연한 편이라 요가원에서 수련을 할 때면 종종 시범 대상이 되곤 하는데,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를 시범 보이던 중 아사나를 깊이 들어가자 ‘윽’ 소리가 절로 나왔고, 선생님께서 ‘평소에 이 정도로 수련을 안 하냐’고 물어보셨다.
그 한 마디에 깊이 찔렸다.
한 달 제대로 수련하지 못했다고 티가 바로 나는구나.
이유가 있어 못한 거지만, 앞으로는 컨디션이 괜찮다면 수련을 게을리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결국 이 모든 경험에서 배운 것은 또다시 균형이다.
너무 요가 수련에 집착하는 것도, 너무 게을리하는 것도 아닌, 균형 잡힌 꾸준한 수련의 중요성.
무리하지 않되 최선을 다하고, 한계를 넘어서지 않되 한계까지는 밀어붙이는, 그런 요가의 균형, 삶의 균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