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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남 Oct 20. 2022

서장

태평성대의 끝, 난세의 시작

당나라가 멸망한 후 오대십국(五代十國)의 난세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난세를 평정한 것이 송 태조가 될 조광윤, 즉 대송의 시작이 되겠다. 태조는 태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그 이후 진종, 인종에게 까지 평탄하게 왕위가 계승되어진다. 게다가 인종 때는 '문곡성' 포증(우리가 아는 포청천이다)과 '무곡성' 적청(서하국을 정벌한 용맹한 장수)이란 두 인재로 송나라는 안팎으로 평온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에 없던 염병이 퍼지기 시작하였다. 지금처럼 의학적인 발전이 없었던 시기였기에 신하들의 조언에 따라 천자는 선행을 베풀었다. 즉, 죄수들을 풀어주고 세금을 면제하며 또 하늘에 이 재앙을 없애주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혀 효력이 없었다. 딱히 방도가 없었던 신하들에게는 사한천사(도교의 최고위 수장)에게 '삼천육백분 나천대초'(도교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제례)를 행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고 천자는 태위 이라는 사람을 뽑아 조서를 내렸다.


사한천사 장 진인을 뵙거든 짐의 조서를 전하고,
하루빨리 이곳으로 와서 하늘에 빌어주기를 청하라.



오늘 이야기의 배경



급한 일이다 보니 홍신은 하루도 되지 않아서 목적지인 신주에 도착했고 다음날엔 용호산 아래에 도착했다. 하지만 찾는 장 진인(앞서 기술 한 사한천사)은 용호산 꼭대기에 있다는 것이었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 태위는 직접 산을 올라 천사를 직접 뵙기로 했다. 물론 삼공(나라의 세 고위직, 송나라 때는 태위, 사공, 사도)의 하나인 태위직에 있는 그가 몸소 산을 오르는 것에 대해 마음 한쪽이 불편한 감은 있었지만 천자의 부탁이 있었기에 홍 태위는 묵묵히 도사들이 시키는 대로 준비를 해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을 올라가는 중에 큰 호랑이를 만나 저승문 앞까지 다녀올뻔하고 큰 흰 뱀을 만나는 시련을 겪었지만 천사(장 진인, 사한천사)를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산을 올랐다. 그리고 피리를 불며 황소를 거꾸로 타고 오는 소년을 만난다. 그리고 그 소년이 자신을 소개하길 자신은 천사님을 모시고 있으며 천사님은 홍 태위가 이곳에 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미 동경성으로 학을 타고 떠났다고 전했다. 그 말을 듣고 헛걸음을 한 홍 태위는 부글거리는 속을 잠재우며 산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던 도사들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토해내며 자신을 시험한 도사들에게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러나 도사들은 바로 그 소년이 바로 천사님이라고 말하며 그의 도력은 남달라 아이의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며 말을 덧붙였다. 그 말을 들은 홍 태위는 이내 자신이 천사를 너무 가볍게 보았던 것을 한탄하였다. 


내가 눈이 있으면서도 오히려 조사를 알아보지 못했구려.
뻔히 마주 보면서도 몰라 뵈었으니 정말 부끄럽소이다.    



천자가 맡긴 임무를 완수한 후라, 여유가 생긴 태위는 도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화려한 도관들을 구경하고 경치들을 즐겼다. 그런데 유독 한 전각은 다른 것들과 다르게 유독 혼자 동떨어져 있는 위치에 있었고, 무언가를 경고하는 듯 붉은색 담으로 둘러두었다. 심지어 자물쇠를 걸어두고 그 위에 수십 장의 봉피(봉함을 표시하는 띠지)가 붙어있었다. 대문 위에는 붉은 바탕에 검은 글씨로 '복마지전'(마귀가 엎드려 있는 전각, 악의 근거지라는 뜻)이라고 적혀있었다. 문득 호기심이 생긴 홍 태위는 이 거부감이 느껴지는 전각에 대해 진인에게 물었다. 그는 윗대의 조사인 통현 조사가 귀신의 우두머리를 가둬둔 곳이라고 설명했고 그 후 9대까지 조사가 바뀌었지만 이곳의 봉인을 더했으면 더했지 열어본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일이 틀어지려면 그런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마가 꼈는지 귀신의 빅픽쳐(큰 그림)인지는 모르겠지만, 태위는 이 전각의 문을 열어 귀신의 우두머리를 봐야겠다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절대 안 된다며 진인은 거절했지만, 되려 태위는 전각 내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조정에 돌아가서 이곳 도사들이 귀신을 가두어 백성들을 홀린다고 보고를 하겠다고 적반하장으로 해대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죄가 되니 진인도 어쩔 수 없이 전각의 문을 열어보는 것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대장장이들을 불러 봉인된 문을 열어 그 안을 보니 비석이 하나 덩그러니 있었다. 비석의 앞면에는 옛 글자가 적혀 있어 알아볼 수 없었으나 그 뒷면에는 단 네 자만 쓰여 있었다. '우홍이개'(홍을 만나서 열린다.)라고 말이다. 이를 보고 태위는 자신감을 얻어 이 비석 아래를 파야한다고 하며 인부들을 더 불러오라고 말했다. 파내려가니 사방이 한 길(2.4m~3m)이나 되는 청석판이 나왔다. 이를 들어 올리니 끝을 알 수 없는 땅굴이 보였다. 기괴한 소리들이 저 멀리서 들리던 것 같았는데 이내 입구 앞까지 올라와 검은 기운이 그 땅굴에서 솟구쳤다. 하늘까지 이른 그 검은 기운은 갑자기 108 갈래의 '금빛'으로 변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뭔가 잘 못 되었음을 깨달았을 때의 등골의 서늘함




저것이 귀신들이냐고 묻는 홍 태위에게, 진인은 옛 조사 통현 천사의 말을 기억하며, 전각에 가둬 둔 것은 36 천강성(天剛星)72 지살성(地殺星)인데 그 108 귀신의 이름을 비석 앞면에 새겨 여기에 가둬 둔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이 것들이 세상에 놓이면 반드시 혼란의 시대가 된다고 말했다. 골머리를 썩이던 전염병 문제가 이제 해결되는 듯했는데, 108 마귀를 세상에 풀다니!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멀쩡하게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홍 태위는 곧장 자신이 묵는 방으로 돌아가 짐을 싸고 같이 온 사람들과 도망치듯 도성으로 돌아갔다.


도성에 도착한 그는 천자를 뵈었다. 천사가 다녀와 염병이 해결되었으므로 천자는 홍신이 큰 공을 세웠으므로 상을 내렸다. 동행했던 사람들 그 누구도 홍 태위의 잘못에 대해서 발설하지 않았기에 그는 원래 자신이 하던 업무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인종 황제가 죽고 영종, 신종, 철종 황제까지 세상에는 큰 일 없는 태평성대가 계속되었다.   







이 글은 이문열 작가가 편역한 <<수호지>>를 보고 요약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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