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동성 관계를 살펴보자.
비만인 나와 연결된 사람(지인)이 비만이 될 위험은 45% 정도 높다. 내 지인에서 한 다리 더 건너면(지인의 지인) 그 위험은 20% 정도다. 거기서 또 한 다리(지인의 지인의 지인)를 더 건녀면 10% 정도고. 그보다 더 멀어지면 나와 그 지인의 비만에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비만이 미치는 범위는 딱 세 다리 건너는 정도다.
> 생각보다 별의 별 영향을 다 받지 않나?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내 영향을 받는 것도 모자라 비만이 된다니. 삼삼오오, 유유상종이라지만 얼굴도 모르는 그 친구의 친구의 친구에게 괜시리 미안할 따름이다. 6명만 거치면 온 세상 사람들과 연결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보다 이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이 글의 원문의 첫 문장은 "미국에서 최근 23%에서 31%로 비만이 널리 퍼지고 있다. 성인의 66%는 과체중이다." 라고 밝혔다. SNS 등으로 인해 6명까지 안 거쳐도, 딱 세 다리만 건너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가. 비만이 늘기 너무 쉬운 세상 아닌가!
사회적 거리가 멀어지면 내 비만이 내 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 반면,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는 건 별로 영향이 없다. 즉, 비만에 관련된 행동이나 규범을 퍼뜨리는 데는 물리적 거리보다는 사회적 거리의 힘이 더 강하다.
> 아, 그래서 코로나 때 줌 켜고 회식하고 빠맥(빠른 맥주)을 그렇게 했나. 왠지. 그때 친구들이랑 서로 멀리 떨어져서 거리두기 열심히 했는데도, 살이 잘 찌더라!
서로 친구라고 생각하는 관계에서, 지인이 비만이 되면 나도 비만이 될 위험이 171%까지 증가한다. 반면에, 상대는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그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비만과 별로 상관이 없어진다. 즉, 친구 관계에서 미치는 영향은 일방향적이다.
> 2번에서 말한 코로나 때를 생각하다가 3번을 쓰고 나니, 문득 그 어려운 때 서로 친구였다는 증빙이 '함께 늘어난 몸무게'라는 사실에 폭소했다. 우정뿐 아니라 몸무게까지 나누어준 친구들에게 애정을 보낸다. 아, 그럼 그때 나랑 같이 두리둥실해지지 않은 사람은, 혹시 나만 친구라고 생각한 건가�♀️
동성 관계일 때, 지인이 비만이면 내가 비만이 될 가능성이 71%까지 올라간다. 이성 친구면 별 상관이 없다. 동성 친구 중, 남성-남성 친구끼리 비만이 될 확률은 100% 증가하는 반면, 여성-여성 간 비만 확산은 그렇게 눈에 띌 정도 차이가 없었다.
성인 형제 자매(호적 메이트라 하겠다)를 보면, 한 메이트가 비만이 되면 다른 메이트도 비만이 될 가능성이 40%까지 올라간다. 이성일 때보다 동성일 때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형제들끼리 관계를 보면, 메이트(남자)가 비만일 때 나(남자)도 비만이 될 확률을 44%까지 올라간다. 반면 자매들 관계에서는 67% 정도 올라간다. 이성 메이트 간 비만 영향은 별로 없었다.
결혼한 커플을 보면, 한 명이 비만일 때 배우자가 비만이 될 확률은 37%였다. 남편과 아내가 각각 비슷하게 영향을 줬다.
가까운 이웃이 비만일 때 나도 비만이 될 위험은 그닥 없다.
추가로 흡연 행동과 지리적 거리도 살펴봤다. 흡연 행동은 비만 확산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지리적 거리도 상대의 비만으로 인해 내가 비만이 될 영향을 그다지 높이지 않았다.
> 이 부분이 특히 웃겼다. 현실 고증의 끝판왕이었다. 남자인 친구들이랑 밥 먹으면 그들의 식사량은 나보다 월등하다. 여자인 친구들이랑 있으면 메뉴부터 다르다.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낮고 양이 많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식사에서 빠르게 GG(게임 포기 내지는 패배 선언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치는 경우도 많다.
한편, 누나-남동생으로 사는 삶을 비춰보면 호적 메이트가 살 쪄도 그 영향은 별로 안 받는다. 일단 입맛이 다르다. 마라탕에 내가 미쳐있을 때 동생은 그런 걸 왜 먹느냐며 각자 다른 메뉴를 시켜 먹었다. 마라탕뿐 아니라 많은 메뉴에서 우린 통일된 적이 별로 없다. 그리고 서로 놀리기 바쁘다. "너 오늘 유난히 돼지런하다?" 이렇게 서로를 놀리려면 그럴 자격을 갖춰야 한다. 같이 살 찌는 경우는 20년 넘는 삶에서 거의 없었다. 한 명이 찌면 한 명이 빠져 있고, 한 명이 빠지면 다른 한 명이 찌는 그런 제로섬 같은 관계랄까.
자매로 사는 친구들을 보면 언니와 쿵짝이 잘 맞을 때 메뉴가 정말 환상이다. 떡볶이, 치킨을 본식으로 시작해서 쿠키와 음료로 마침표를 찍는 코스 요리. 바이오리듬이 같은 자매라면 그 시너지는 폭발하더라. '나도 내가 먹고 싶은 거 같이 먹어 줄 언니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유튜브 형제와 자매의 차이 영상을 덧붙인다. 꽤 이 글을 이해하는 데 이상한 도움을 준다.)
한편, 연애하면 살이 찐다고 하지 않는가? 결혼한 커플이 비만이 될 확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아서 놀랐다. 연애하면 살찌는 이유 같은 콘텐츠를 보거나, 굳이 콘텐츠를 안 봐도 나와 내 주변만 봐도 다들 살 찌던데! 사회적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가. 재밌는 호기심이 생기는 부분이다.
“People are connected, and so their health is connected.” 사람들은 연결되어 있고, 그들의 건강도 연결되어 있다. 이 글의 결론은 밝힌다. 결국 좋은 행동도 나쁜 행동도 사회적 관계를 넘어 확산된다고. 그래서 비만을 의료적 문제가 아니라 공중 건강 문제로 봐야 한다고. 다 읽고 나니 나를 잘 챙겨야 내 주변 사람들도 건강해지고, 우리 사회도 건강해질 거라는 생각이 드는 글이었다.
이 글은 "The Spread of Obesity in a Large Social Network over 32 Years"를 읽고, 번역하고, 제 생각을 덧붙인 버전입니다. 원문이 훨씬 더 유용하니 원문을 살펴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