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을 구한 자와 그 답
세 번의 인턴, 그리고 두 번의 정규직. 그 끝에 마침표를 찍었다. "어디로 가세요?"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학원으로 가요." 라고 답했다. 한편, 앞 자리가 바뀌기 전에 답을 찾고 싶다. 나는 어디로 갈까? 그 답을 구하는 여정을 떠나면서 함께 일한 동료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아래는 그 메일의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입니다!
오늘 점심시간/티타임에 흔쾌히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점심시간/티타임에 대한 이야기)
퇴사 전 OO 님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OO 님의 생일)에 세계문학일력에는 이런 문장이 있더라고요.
"(민음사 세계문학일력의 한 문장)"
(문장에 대한 해석과 일하면서 느낀 OO 님에 대한 생각들)
떠나기 전 회사 동료로서 OO 님께 꼭! 여쭤보고 싶은 질문이 있어 이렇게 메일을 써요.
모든 질문에 답을 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OO 님께서 떠오른 생각이 있다면 편히 전해주시면 오래오래 기억할게요!
제가 알아야 할 저의 일/커리어의 블라인드 스팟*이 있을까요?
*저는 스스로 1) HR 2) 교육 3) 글쓰기 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외에 제가 잘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조금 아쉬운 일 등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커리어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시도해볼 수 있는 한 가지를 추천해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의 역량/업무 스타일 등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 어떤 역할/산업 등이 제게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회사 내외에 제가 만나보면 좋을 만한 분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추운 겨울,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 드림.
메일에 1) 내가 본 회사 동료 2) 회사 동료가 본 나, 이 두 가지 시점을 담고 싶었다. 조언을 구하는 메일을 여러 보내고 받아보면서, 메일 시작에 "조언을 구합니다" 요청만 있는 경우보다 여러 사람 중 왜 그 분에게 요청했는지를 밝히면 훨씬 더 마음을 담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마음이 가득히 담긴 회신을 받았다. 그 내용을 조금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았다.
> 이 질문을 한 이유 : 남도 나도 아는 나, 남은 모르지만 나만 아는 나, 남은 알지만 나는 모르는 나, 남도 나도 모르는 나를 탐색하기 위해서
> 얻은 답 : 콘텐츠로 새로운 시도를 해봄직하다, 이전 경험이 내게 +/- 적으로 어떤 임팩트를 남겼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강화할 부분
글들이 꽤 재밌다.
상당히 빠르게 꾸준히 고퀄의 글을 올린다.
예시로 적어주신 강점 외 '커뮤니티 조성'과 '적극성', '진취적인 태도'가 강점이다.
몰랐던 부분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강하게 푸쉬하기가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어 보였다.
HR에 정말 흥미가 있는가? 잘 느끼지 못했다.
글쓰기와 같은 콘텐츠 만드는 일로 돈을 잘 벌고 싶은가 역시 잘 느끼진 못했다.
추천 받은 부분
데이터 다루기와 AI를 활용한 운영 개선(자동화+효율화)를 좀 더 갖춰보라.
0에서 1을 만드는 일을 할 때 일단 시도해보는 적극성이 잘 맞을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기획/운영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운영자로 일하거나 운영자가 되어 사업을 하기보다는,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서 전달하는 일을 더 좋아하지 지 않을까 싶다.
> 이 질문을 한 이유 : 내가 모르는 시도들이 있을지 검증하기 위해
> 얻은 답 : 이전에 안 해본 듯 소소히 해본 걸 본격적으로 해볼까?
이미 잘하고 있다. 하고 싶은 거 많이 해보시라.
트랜드에 맞춰 데이터와 효율화를 위한 AI활용 등은 앞으로의 커리어를 위해 갖추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커리어적 성장이라기보다는 실무적인 성장을 위해 코딩 맛보기나 데이터다루는 툴(빅쿼리 등) 살짝 배우는 건 어떨까? 데이터를 아는 만큼 여러 부분을 쪼개서 분석할 수 있고 타부서와 협업시에도 큰 도움이 된다.
공부! 본인의 감성과 통계 데이터를 결합하면 재미있는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 이 질문의 한계 : 밀접하게 일한 경험이 부족한 경우, 답변하기 어려움
> 얻은 답 : 운영자가 아닌 전달자의 역할을 해볼 수 있겠다!
그동안 특정 주제를 바탕으로 모객하여 이벤트를 개최하였는데, 반대로 본인이 연사라는 중심 안에 사람들을 직접 모객하여 활동하면 어떨까? > 마이크를 본인이 가졌을 때 더 빛나보인다.
뉴스레터 만들기
팟캐스트 만들기
> 이 질문을 한 이유 : 네트워크 확장 방향을 살펴보기 위해서
> 얻은 답 : 운영자로 밀접하게 일한, 운영자로 일하는 동료들을 다른 입장으로 만나보자.
다양한 직군&산업군에 계신 분들을 다양하게 만나보면 좋겠다. 의외로 이런 느슨한 관계에서 생각치 못한 기회가 오기도 하고, 현업에서 가지고 있는 고민이 풀릴 때도 있다.
데이터팀에 고민을 좀 털어놓으면 데이터 관련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HR 안에서 AI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 AI부문과도 가볍게 얘기해보는 것도 좋다.
콘텐츠 만드는 사람으로 교육/이벤트 운영자를 만나라.
이 이메일을 쓰고 [발송] 버튼을 누르기 직전까지도 고민했다. 바쁘신 분들께 괜히 피해를 드리는 건 아닐까. 이 이메일을 부담스럽게 느끼시진 않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메일을 보내기를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 보냈다면 아쉬울 뻔 했다. 메일 전후로 남긴 말들은 우리 서로에게 응원이 되었다. 여러 응원의 말 중 내 길 찾에 가장 큰 힘이 된 문장도 이 이메일에서 나왔다.
Self-motivation이 되는 Motivator 같아요.
보면서 늘 셀프 모티베이션이 되는 열정적인 동료라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저한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모티베이터라고 생각했답니다.
퇴사 메일을 처음 쓴 퇴사였다. 이전까지는 급박하게 퇴사한 탓에 감사했던 동료들에게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했다. 물론 이번 퇴사도 다소 빠르게 진행되어 미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동료들이 많다. 하지만 기록을 나누고 인사를 전하는 시도를 조금씩 하며 [유종의 미]를 배워간다. 시작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끝을 잘 맺기! 우린 또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