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리뷰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iumㅡfiles Jan 25. 2024

<폴: 600미터>에 대한 짧은 생각

영화를 다 보지는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해석해 보기

지난 2022년 개봉한 생존 스릴러 영화 <폴: 600미터>. 큰 흥행이나 인기를 몰고 오지는 않았지만 장르 특성상 소소한 관심을 끌었으며, 손에 땀을 쥐면서 보았다는 감상들도 많았다. 필자는 본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는 않았지만, 조금조금씩 파편적으로 본 순간들에서 말하고 싶은 것들을 발견해서 짧게나마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영화의 두 주연 중 한 명인 '헌터'에 대한 이야기다. 


초반부 푸시업 브라를 입고 가슴골이 노출되는 옷을 입은 채 헌터가 등장할 때만 해도, 이러한 스릴러 장르 영화답게 단순히 여성 캐릭터의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장치로 인식된다. 차량에 탑승하면서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자신의 외모와 몸매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신경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중반부에 가서 헌터의 브라가 나름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면서 잘 쓴 각본이란 게 느껴졌다.


여기부터는 과도한 해석일 수 있지만, 뽕 브래지어를 하고 나오면서 ‘가슴이 곧 조회수다’라는 말을 하는 헌터의 모습에서, 뉴 미디어를 통한,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대한 코멘터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중반부 폰을 떨어뜨리기 위해 드디어 브래지어를 벗으면서도, 사실 원래 벗으려 했다는 대사를 통해 이러한 면모를 강조한다. 여성이 조회수 등을 위해 ’ 자발적으로‘ 뽕 브라를 차고 노출 심한 옷을 입더라도, 입는 사람에게 많이 불편하다는 것.


헌터가 브래지어를 벗으면서 ‘고마워요, VS!’ (자막에서는 생략되었지만, VS는 빅토리아 시크릿 속옷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것도, 브래지어를 착용한 덕분에 몸매가 더 강조되거나, 남자들의 시선을 받게 되어서가 아니라 생존 상황에서 도움이 되어 고맙다는 말이었다. 참신하다. 


헌터 역을 연기한 버지니아 가드너는 <할로윈>에서는 브래지어가 비치는 베이비 시터 역을, <최후의 소녀>에서 주인공을 연기하면서도 브래지어를 몇 번씩 노출하는 등 성적 대상화의 시선 아래 비춰지곤 했다. 하지만 역시 장르 영화인 <폴: 600미터>에서 비슷하게 브래지어와 관련된 장면을 연기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참신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본작이 의외로 흥행을 했던 것인지, 본작의 속편 두 편이 제작 확정났다고 한다. 같은 장치를 여러 번 계속 써먹을 수는 없겠지만, <폴 2>와 <폴 3>에서도 헌터의 푸쉬업 브라처럼 장치나 도구를 참신하게 활용하는 장면이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참신한 각본이야말로 이런 생존 장르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수어사이드 스쿼드>, 숨겨졌던 제작사의 압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