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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hill Dec 24. 2023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이야기

머릿속으로 구상한 <할리 퀸> 영화 아이디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마고 로비의 할리 퀸을 접한 이후로 뉴 52 코믹스를 읽는 등, 할리 퀸은 가장 좋아하는 DC의 여성 캐릭터였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 워쇼스키즈의 데뷔작 <바운드>를 감상하고 나서, 할리 퀸의 단독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오랜 기간 동안 그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담고 있으면서, 가끔씩 이야기를 구체화하려고 시도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허나 며칠 전, 다른 단편 소설을 기획하면서 구상이 잘 되길래 할리 퀸 영화의 아이디어로 다시 되돌아가 봤는데, 이번에는 스토리의 전체적인 아웃라인을 잘 짜낼 수 있었다.


물론 전체적인, 기본적인 줄거리와 기본 등장인물, 그들의 서사만 짜놓은 상태이기에 앞으로 구체적인 플롯, 상징, 장소나 전개 등등 채워 넣어야 할 부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허나 이번 글을 통해 기본적인 디테일과 아이디어들을 한번 공유해보려 한다.


앞서 <바운드>를 감상하고 나서 본작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바운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본작에 큰 영향을 미쳤다. 첫째는 두 여성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이다. <할리 퀸> (가제)는 할리 퀸과 포이즌 아이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이미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 많은 부분에서 다루어진 관계이며, 영화 쪽으로도 둘의 이야기를 옮기려는 시도가 있어온 것으로 알고 있기에 이렇게 구상하게 되었다.


둘째는 바로 그런 여성 커플이 등장하는 느와르 장르라는 것이다. <바운드>는 폭력과 죽음, 돈, 갱단이 등장하는 느와르 범죄 영화이다. 할리 퀸과 포이즌 아이비를 등장시켜 비슷한 느와르 장르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꽤 좋을 것 같다고 느껴 이렇게 하게 되었다.


느와르 장르인 만큼, 분위기적으로는 굉장히 진지하고 유머가 거의 없는 작품이 될 것이다. 할리 퀸 캐릭터의 경우 만화부터 영화까지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캐릭터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할리 퀸>에서는 농담이나 장난을 그다지 하지 않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물론 캐릭터의 특성을 살려 대사에서 반어적이거나 시니컬한 투를 느낄 수 있겠지만, 본작의 할리 퀸은 악당이 아닌, 과거를 뒤로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안티 히어로 여성 캐릭터이다. 범죄의 세계를 떠날 마음은 없지만, 오직 추악한 자들, 처벌이나 죽음을 받을 만한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며 홀로서기를 시도하려는 할리 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어두운 분위기를 넘어서, 구체적으로는 어떤 장르의 작품이 될 것인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느와르 및 범죄 장르를 기반으로 판타지적인 요소를 섞을 예정이다. 포이즌 아이비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만큼, 과도하지는 않더라도 환상적인 요소는 꼭 들어갈 것이다. 그 외에, 추가적으로 고딕적 면모를 새겨 넣을 생각 역시 있다.


<더 마블스>부터 <아쿠아맨 2>까지, 슈퍼히어로 영화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작품들은 강렬하고 특별한 이야기의 작품, 남들과는 차별화되고 자기만의 개성이 있는 작품이다. 본작은 그런 면을 추구한다.


<할리 퀸>은 본작만의 특별한 미학, 시각적인 개성과 정체성을 가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개성을 가질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핀테레스트 등 앱에서 찾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미학들을 조합해 볼 예정이다.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나 코믹 북 원작 영화들과는 매우 차별화될 것이다.


<씬 시티>나 잭 스나이더의 DC 영화들처럼 독특하고 개성 있는 영상미와 정체성, 이야기를 가진 작품이 될 것이다. <할리 퀸>은 스타일리시하고, 어둡고, 작가주의적이고, 개성 있는 동시에 멜로드라마틱하고 강렬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당연하지만 DC 미디어뿐 아니라 기타 정통 느와르, 판타지 작품들로부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되도록이면 다른 DC 유니버스나 캐릭터와의 연계나 등장은 최소화할 것이다. DC 블랙 라벨의 이야기처럼, 독립된 하나의 어두운 이야기일 것이다. 할리 퀸과 포이즌 아이비 이외에, 본작이 성공할 경우 <할리 퀸>으로부터 새로운 DC 유니버스가 시작될 수도 있을 터, 기존 배트맨 캐릭터나 악당들의 카메오나 조연 출연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할리 퀸과 포이즌 아이비의 사랑을 다루는 만큼, 이들의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PC-13, 15세 관람가 선을 유지하는 한에서(본작에서 과도한 폭력이나 약물 묘사는 없을 예정), 할리 퀸과 포이즌 아이비의 관계 장면을 묘사할 수도 있다.


허나, 그 둘은 성적으로 대상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성적인 관계나 신체 노출 장면이 있더라도, '메일 게이즈'적인 측면에서는 그리지 않을 것이다. 이 면에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2016) 등 기존의 DC 미디어와는 차별화될 것이다.


할리 퀸과 포이즌 아이비는 성적으로 가장 자주 대상화되는 여성 캐릭터라 할 수 있다. 할리 퀸의 경우 아캄 시리즈 게임에서 가슴이 파인 옷을 입은 것에서 시작해서,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빨간 브래지어를 노출하며 메일 게이즈의 산물이 되었다. 포이즌 아이비는 위와 같이 벗고 나오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그런 기존의 모습들과는 달리 미적으로 아름다운 복장 한 벌만을 입게 될 것이다. 브래지어나 속옷처럼 짧은 바지를 입고 돌아다니지도, 아예 헐벗은 상태로 등장하지도 않을 것이다. 카메라가 몸을 지나치게 클로즈업하지도 않고, 몸을 위아래로 훑지도 않을 것이다. 특히 할리 퀸의 경우 느와르 장르에 걸맞는, 어두우면서도 아름답고 눈에 띄는 복장을, 포이즌 아이비는 식물로 만든 옷을 입을 것이다.


이제 악당 이야기를 해 보자. 본작의 악당은 두 세력인데, 바로 포이즌 아이비를 데리고 있는 듀터러노미 그리고 바로 조커이다. 포이즌 아이비와 할리 퀸 둘 다 자신을 소유하고 억압하거나,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는 존재에서 벗어나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이 본작의 이야기이다.


할리 퀸은 조커로부터 임무를 받고 나온 상태에서 고담시의 아이비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 할리를 쫓아서 조커와 그의 갱단 '킹 스쿼드'가 듀터러노미 세력과 대립하게 된다. 이 조커는 화려한 문신이나 갱 리더라는 점에서 자레드 레토의 조커와 비슷한 면모가 있는데, 사랑꾼 면모도 개연성 있게 살릴 것이다.


한마디로 조지 클루니의 <수어사이드 스쿼드> 감독판에서 표현하려 했던, 00에 가까운 조커와 할리 퀸의 관계에 더 집착할 것이다. 유머 없이 어두운 면모까지 보여주면서. (성적 폭력에 가까운 장면이 나올 수도 있다.) 본작의 조커는 그 외 다른 매체에서 등장한 조커들의 모습 여기저기에서 요소를 가져오면서도 잘 섞어낼 것이다.


조커는 할리 퀸을 자신의 것으로 다시 만들려고 하며, 그녀와 아이비의 관계를 혐오해 끊어내려 한다. 성차별적 면모뿐 아니라 호모포비아적인 성향 역시 보이게 될 것이다. 이 조커는 사랑꾼이 전혀 아니며, 잔혹하고 무시무시한 면모를 보여줄 것이다.


이렇게 <할리 퀸>은 성차별과 성적 대상화, 레즈비언 관계 등을 다루기에 페미니즘적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 될 것이다.


주연 할리 퀸과 포이즌 아이비의 경우, 캐스팅 과정에서 여배우의 인종이 제약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즉 유색인종의 여배우가 할리 퀸과 포이즌 아이비를 연기할 수도 있다는, 인어공주 에리얼이나 배트걸, 사이클론처럼 인종 변경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허나 이는 둘 중 한 명 이상이 '반드시' 유색 인종으로 묘사되어야 한다는 제약이나 필수 조건이 아니다. 캐릭터를 연기함에 있어서 가장 좋은 연기력을 가진, 이 이야기에서 묘사하는 할리와 아이비에 가장 알맞은 여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인종이라는 제약을 허무는 것일 뿐이다. 백인 여배우 두 명이 캐스팅될 수 있다.


성적으로 대상화되지 않는 여성 주인공, 성소수자 서사, 인종 변경의 가능성, 그리고 성차별과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까지, 진보적인 주제를 다루는 본작인만큼 대안 우파적, 반 PC적인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허나 이런 주제들은 거의 대부분 본작이 참고서로 삼은 <바운드>에서 다루어진 소재들이다. 예를 들어, <바운드>의 악역은 두 여주인공을 대상으로 노골적인 호모포비아 대사를 친다.


물론, 더 독특하거나 새로운 주제나 캐릭터 아크를 끌어오고, 창조해내고 싶은 야심도 있다. 단지 필자가 말하려는 점은, 본작은 레즈비언 커플이 자신을 억압하는 세력에 대해 손잡고 맞서 싸우는 이야기인 만큼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언젠가는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인 만큼 열정을 가지고 창작을 해봐야겠다.

만약 본 글이 좋은 반응을 일으킨다면 할리 퀸이나 아이비 역으로 누굴 캐스팅할지 개인적인 PICK을 소개해 보겠다. 물론, 캐스팅의 경우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알기에 재미 삼아 해보는 것이다.


일단 할리 퀸의 가상 캐스팅을 짧게나마 소개해 보겠다. 먼저 1순위는 데이지 리들리다.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에서 여주인공으로 활약하면서 카리스마와 연기력, 무엇보다 운동신경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본작에서 그리는 할리 퀸의 이미지에 부합한다.


둘째로는 아나 데 아르마스다. 아나 데 아르마스는 할리 퀸 뿐 아니라 포이즌 아이비까지 연기할 수 있는 여배우다. 외모와 몸매가 뛰어날 뿐 아니라, 쿠바 출신 특유의 액센트와 분위기가 아주 멋진 효과를 내서 독특한 할리 퀸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셋째는 엘라 발린스카다. 유색인종인 만큼 PC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데, 재능 있는 데다 외모 또한 출중한 배우이므로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바이오하자드> 넷플릭스 시리즈나 <미녀 삼총사 3> 등 논란이 있거나 평과 흥행이 시원찮았던 작품에 주로 출연해 온 만큼 빛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더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배우이다.


마지막으로는 사샤 카예다. 이미 DCU의 <플래시>에서 슈퍼걸 역을 맡은 만큼 다른 DC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짧은 머리의 터프한 할리 퀸이라면 다시 기회를 걸어볼 만하다. 짧은 머리에 하얀 와이셔츠, 비치는 검은색 브래지어와 청바지까지, 사샤 카예의 개성을 풀어낸 할리 퀸을 보고 싶지 않은가?


* 본 이야기는 이미 저작권법에 의해 등록된 이야기입니다. 본 이야기나 본문 글을 표절 및 배포할 경우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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