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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Nov 29. 2023

공무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7급 공무원의 성인 방송과 행정시스템 먹통

 요 몇 주간, '공무원'이라는 키워드와 관련된 두 가지의 큰 사건이 있었다. 바로 7급 공무원의 '성인 방송'과 정부24와 새올을 비롯한 '행정 시스템 전체 먹통' 이슈.


 두 가지의 이슈는 그동안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었던 우리나라 공무원들에 대한 '고정관념(?) 혹은 믿음(?)'을 정면으로 깨버린 꽤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첫 번째 사건을 통해 사람들은 공무원들이 공직자로서의 품위 유지에 더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두 번째 사건을 통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행정시스템이 이전과는 다르게 언제든 먹통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방향성만 약간 다를 뿐, 도덕적인 측면에서, 능력적인 측면에서,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이번 두 사건을 통해 많은 부분 무너져 내린 것이다.


 여러모로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좋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참으로 좋지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두 사건에 대한 포털 기사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니, 흥미롭게도 예전과는 조금은 달라진 사람들의 몇몇 댓글 반응이 눈에 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공무원들이 뭔가 비위를 저질렀다거나, 업무 처리에 미숙함을 보였다거나 했다는 기사가 나오면, 포털 기사 댓글창은 세금 도둑이니, 철밥통이니 하는 질책성 표현들과 함께 공무원 조직에 대한 사람들의 '성토(聲討)'로만 도배 됐었다.


 실제로 공무원들은 받는 임금에 비해 굉장히 단순하고 적은 일을 한다라는 인식이 사회 전체적으로 퍼져 있었고, 공무원들 역시 이러한 부정적 인식에도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아마도 당시에는 국민들 입장에서나 공무원들 입장에서나 공무원이라 하면 급여를 떠나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라는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이 되어 있었고, 비록 욕을 할지언정 국민들 역시 공무원들을 소위 '나랏일' 하는 사람들로 어느 정도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었으리라.


 다시 말해, 사람들이 비록 공무원들에 대해 원색적인 욕은 해도, 그 이면에는 '공무원씩이나 돼서 그러면 안 되지!'라는 뉘앙스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두 사건의 댓글들을 보고 있으니, 꽤 많은 사람들이 "겨우 200 버는 애들한테 무슨 품위 유지를 바라냐?" 혹은 "요새 능력 있는 애들은 공무원 안 간다. 앞으로 행정 서비스는 갈수록 나빠질 거다."라는 식의 '많은 일을 하고 적은 돈을 받는' 공무원들에 대한 무시, 조롱 혹은 약간의 연민(?)이 섞인 반응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공무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댓글창의 분위기만큼이나 완전히 바뀌어 버린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는 게 참으로 불쾌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현 시점에서의 공무원들의 처우가 얼마나 열악한지 이제는 일반 사람들도 어느 정도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와중에 마음 한 켠이 싱숭생숭하기가 그지 없다.


 요즘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변화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단점들은 그대로 유지한 채, 기존의 장점들은 죄다 빼앗겨 버리고, 되려 새로운 단점들만 무수히 추가된 상태가 된 듯해 보인다.


 과거의 공무원은 급여가 적었던 대신 공직자라는 명예와 보장된 연금을 통해 그 단점이 어느정도 상쇄 되는 직업이었다면, 현재의 공무원은 사기업 대비 '더' 적어진 급여에도 불구하고, 공직자라는 명예는커녕 '민원인들의 욕받이' 역할을 하는 게 당연한 직업이 되었고, 그나마 하나 남은 유일한 동앗줄이었던 '공무원 연금'마저도 그 정상 수급 여부조차 보장을 못하게 된 처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대중들에게 공무원은 더이상 공격의 대상이 아니게 되어 가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공격해서 얻어낼 게 없어진 '무색무취한 존재'가 되어 간다고나 할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최근 일어난 두 가지의 사건은 공무원들의 열악한 처우와는 별개로 분명 공직자로서 부끄러움을 느껴야할 옳지 못한 행동과 대처였다.


 비록 억울한 면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이렇게 명확히 잘못된 일을 저질렀을 때 변명하지 않고 확실히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 안에서 앞으로 우리 공무원 조직이 더 넓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현명한 대처일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언제까지 공직 생활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욕을 먹을지언정 적어도 무시 당하는 존재는 되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의 공무원 여러분들이여. 힘들겠지만 오늘도 화이팅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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