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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an 01. 2024

새해 첫 날, 지원청으로 발령이 났다

이제 한동안 네시 반 퇴근은 없다

 지난 주, 1월 1일자 교육청 인사 발령이 있었다. 현 학교에서 근무한 지 만으로 2년이 된 나는 이번 인사 발령에서 전보 대상이었고, 인사팀의 판단에 따라 현 근무지에 계속 남아 있을 수도,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날 수도, 학교가 아닌 지원청으로 발령이 나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업무를 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라 그저 제발 힘들고 야근 많이 하는 곳으로만 가지 않게 해달라고 속으로 빌고 또 빌었었는데, 결국 퇴근 시간도 늦고, 일도 많고, 민원도 많은 지원청의 한 부서로 발령이 나게 되었다. 이제 나는 1월 2일 화요일부터 완전히 새로운 근무지인 지원청으로 출근을 한다.


 처음 일행을 그만두고 교행으로 옮겼을 때, 내 유일한 바램은 민원 없는 환경에서, 네시 반 빠른 퇴근을 즐기는 것이었다. 이직을 위한 내 노력에 하늘도 감복했는지, 처음 신규 발령지는 가장 업무가 수월하다는 초등학교였고, 딱딱하지 않고 약간은 느슨한 분위기 속에서 많지 않은 업무를 하며 직장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가끔은 답답한 행정실 환경 속에서 반복되는 업무만 하며 뭔가 정체 되어 있다는 불안감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어차피 말단 공무원에게 조직 내에서의 발전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성장 욕구를 애써 억누르며, 퇴근 후의 삶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덕분에 이곳에 있는 동안 결혼을 했고, 이사를 했고, 블로그와 브런치를 키웠고, 많은 책을 읽었다. 모르긴 몰라도 근 시일 내에 지난 2년간의 학교에서의 여유로웠던 시간들이 뼈에 사무치게 그리워질 것이다.


 이제 당분간 내 삶엔 무료한 행정실에서의 시간과 달콤하기만 한 네시 반의 빠른 퇴근은 없다.


 하지만 어느덧 삼십 대 중반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지금 어려운 곳에 가서 고생하지 않고 배우지 않으면 언제 일을 배우고 언제 사회생활을 배우고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행 시절 고작 9개월간의 구청 생활이 내게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한 깨달음과 교훈을 남겨줬던 것처럼, 앞으로 이 지원청에서 겪을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들이 내 삶에 있어 분명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 굳게 자리 잡을 것이다.


 공직 생활을 시작하고 벌써 4번째 인사 발령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업무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섭고 두렵기만 하다.


 앞으로의 시간들이 비록 고통스러울지언정, 그 고통이 내 삶을 갉아 먹는 고통이 아닌, 내 삶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고통이었으면 좋겠다.


 다가오는 2024년 갑진년 새해, 이웃분들 모두 즐거운 일만 가득한 한해 되시길 바란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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