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에서 조금씩 공무원 주4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주4일제는 아니고, '육아 공무원 대상 주4일 출근제' 논의다.
대표적으로 서울시가 이 달부터 8살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의 주1회 재택근무 의무화를 실시했고, 대전시 역시 임산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재택근무를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로 해당 제도가 번지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그래도 주4일제에 대한 논의가 공무원 조직에서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공무원 조직 전체가 주4일제로 점차 향해 가는 것은 몇 년 전부터 공무원 임금이 실질적 삭감 상태로 들어가면서부터 조금은 예상됐던 일이 아닌가 싶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그에 따른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하여 공무원들의 월급이 민간 기업체의 월급에 비해 심각할 정도로 낮아진 상황에서, 국민 정서상 또 국가 예산상 공무원들의 월급을 무작정 올려줄 수가 없으니, 역으로 공무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여 현재 공무원 조직 전반에 퍼져 있는 패배감과 무력감을 정부 입장에서 어느정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불어 국가적인 문제인 '저출산'을 화두로 전체 공무원이 아닌 '육아 공무원'을 대상으로 먼저 재택근무라는 형태의 실질적 주4일제를 실시하니, 출산율 제고 필요성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공무원들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국민들의 반발도 정부 입장에서는 공무원 임금을 올려주는 것에 비하면 비교적 높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오랜만에 공무원 저임금 문제와 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번 제도 개선이 더욱더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만8세 이하의 자녀를 둔 육아 공무원들이 주1회 재택 근무를 '할 수 있게' 제도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해야 하게' 제도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블로그에서 수도 없이 이야기했지만, 공무원 조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도적 미비함이 아닌 소속 구성원들의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 방식에 있다. 그 어떤 허울좋은 제도가 공무원 조직에 도입이 된다고 하더라도, 조직의 상급자들이 그 제도를 사용하는 저연차 공무원들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들을 조직 내 왕따로 만들어버린다면, 힘없는 저연차 공무원들은 절대, 결코, 영원히 그 제도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미 육아 공무원들에게 부여된 권리인 '2시간 육아 시간' 사용도 상급자 혹은 동료 직원들의 눈총을 받을까 두려워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여전한 공직 사회의 현실이다. 하물며 주1회 재택근무를 쓰겠다는 직원을 과연 꼬일대로 꼬인 몇몇 상급자들이 과연 가만히 내버려둘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애초에 이곳이 그런 선진적인 조직이었다면, 힘들게 들어온 저연차 공무원들이 앞다투어 이곳을 탈출하려는 작금의 상황 자체가 연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 육아 공무원 주4일 출근제의 방향성 자체는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변화가 시발점이 되어 그동안 보상 없는 의무만 계속해서 져왔던 성실한 공무원들의 얼굴에도, 또 그 공무원 엄마아빠를 둔 아이들의 얼굴에도 희망 가득한 웃음꽃이 피어났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영화 <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