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자유를 찾는 법
내 또래가 한창 취업 준비를 하던 2010년대 중반, 취업 시장의 1순위 트렌드는 뭐니뭐니 해도 ‘워라밸’이었다. 2010년대 초반에 불어닥친 욜로(YOLO) 열풍의 잔열이 남아 있어서인지, 내 또래의 젊은이들은 힘든 일을 하면서 많은 돈을 벌기보단 적당히 쉬운 일을 하면서 적당한 돈을 벌길 원했다. 그 결과 전국적인 공기업, 공무원 열풍이 불어닥쳤다. 공공 일자리에 대한 선호가 바닥에 떨어진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당시 한창 취업 준비를 하던 나 역시도 이러한 흐름에 휩쓸려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바라던 대로(?)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공시생 시절 예상했던 대로 돈은 적게 벌지만 퇴근 후의 시간은 마음껏 누리는 워라밸 가득한 삶을 살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물론 누구나 일시적으로 워라밸이 없을 순 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구청이나 지원청에서의 근무 기간 중엔 퇴근 후의 시간이 없으니 워라밸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을 하고 심지어 4시 30분에 퇴근을 하는 행정실에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라밸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직장엔 공시생 시절 꿈꾸던 워라밸을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왜 여전히 공무원이라는 직장에 불만족해하며 워라밸을 찾아 다른 직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처음부터 내가 워라밸에 대한 정의를 잘못 내리고 직장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근무 시간이 적고 쉬운 일을 한다고 해도 그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쓸데없이 느껴진다면 그 일은 결코 나에게 진정한 워라밸을 선사하지 못한다. 무슨 일을 하던 하루 8시간 동안은 남의 눈치를 보며 사무실에 갇혀 있어야 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시간엔 그 어떤 생산적인 활동도 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이 죽은 시간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존감을 조금씩 깎아내린다.
만약 자신이 공무원 업무에 사명감을 느끼고, 업무 처리 능력 올라감에 따라 충분한 자기만족을 느끼고 있다면, 비록 현재 근무처가 격무부서라도 그 사람은 충분히 공직 생활을 하며 워라밸을 챙기고 있다고 (급여에 관한 부분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나는 지난 몇 년간의 공직 생활 중에 그런 기분 자체를 느껴보지 못했다. 점잖은 말로 공무원이 ‘안 맞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편한 자리에 있더라도 한 번이라도 진정한 워라밸을 맛보기 위해선 반드시 이 직장을 떠나야만 한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진즉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면서도 여전히 주 7일, 하루 20시간 가까이 일한다고 한다. 미친 듯이 일만 하는 그의 삶에 워라밸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진정한 워라밸을 원한다면 자신이 하루종일 몰입해도 지치지 않을 만한 일을 해야 한다. 워라밸을 포기하고 진정 일에 뛰어들었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워라밸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사진 출처: 일론 머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