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촌뜨기들>의 양정숙을 보고
최근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파인: 촌뜨기들>을 보고, 양정숙 역으로 출연한 임수정 배우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동안 어떤 연예인 혹은 유명인에 빠져 미친듯이 그 사람에 관한 것들을 찾아보는 시기가 종종 있었는데, 임수정 배우를 보고 정말 오랜만에 그런 감정을 다시 느끼는 중이다. 거의 2주째 매일같이 임수정 배우가 나온 영화, 드라마를 찾아보고 있다.
사실 <파인: 촌뜨기들>을 보기 전까진 내 기억 속의 임수정 배우는 그저 '한물 간 여배우'에 불과했었다. 대히트를 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마땅한 히트작이 없어서였는지는 몰라도, 가끔 티비에 임수정 배우가 나오면 '와 아직도 임수정이 나오는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 <파인: 촌뜨기들>을 보고 나서 그랬던 생각이 완전히 싹 바뀌었다. 이전에 맡았던 캐릭터들과는 완전히 다른 양정숙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나로 하여금 기존의 외적인 아름다움을 한껏 넘어서는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임수정 배우처럼 예쁘고 화려한 외모가 무기인 배우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배우로서의 영향력을 자연스레 잃어 가는 게 당연한 흐름일 것이다. 내가 학창 시절 보았던 반짝반짝 빛나던 청춘스타들 중 여전히 그때의 빛남을 유지하고 있는 배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임수정 배우는 다른 배우들과 비슷한 침체기를 겪으면서도, 성형이나 시술과 같은 간편한 방식이 아닌, '연기력'이라는 당당한 방식으로 베테랑 배우로서의 위기를 완벽하게 극복해냈다.
그리고 지금의 그 모습이 <미안하다 사랑한다> 에서의 임수정이나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의 임수정보다 훨씬 더 나를 반하게 만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젊은 시절의 타고난 재능을 발휘해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보다는 정점을 찍고 조금은 내려온 자리에서도 힘을 완전히 잃지 않고 언제 그랬냐는듯 새로운 에너지를 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만약 임수정 배우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나처럼 <미안한다 사랑한다>의 송은채,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연정인인 분이 계시다면, 이번 기회에 디즈니플러스의 <파인: 촌뜨기들>을 꼭 한번 보시길 추천드린다.
* 배경 출처: 디즈니플러스 <파인: 촌뜨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