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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Aug 12. 2024

나의 발칙한 스타트업 오답노트

나의 실패담을 들어보니 어떠한가? 실패할 수 없는 나의 마음가짐, 나의 행동, 그리고 꼴 보기 싫은 회사의 몹쓸 짓들. 그저 몇 회분량의 글자로 채우기엔 여전히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도록 하겠다. 엄격히 말하면 하지 못하는 것이다. (고소당할까 봐.) 


물론, 나중에 또 시대가 바뀌어 내가 지금은 말하지 못한 것들을 속 시원하게 토해낼 때가 올 것을 대비해서 나는 미리 내 5년 간의 이야기를 메모로나마 적어두고는 있다. 사실, 여전히 지금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너무나 목과 손이 간지러워 당장 있었던 일들을 쏟아내고 싶을 뿐이다. 마치 당나귀 귀를 한 임금님의 진실을 차마 대중에게 알리지 못했던 어느 사내의 답답함처럼 그저 나만의 대나무숲에 흩뿌리기만 할 뿐이다. 


여러분과 나 모두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조금만 수가 틀리면 흑과 백으로 편이 나뉘어 내가 잘했다, 너는 못했다, 너는 틀렸다, 내가 맞았다 하면서 자기 확신에(엄밀히 말하면 자기 과신에) 절어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적어도, 내가 경험했던 약 5년 간의 스타트업의 시간 속에서 나는 혐오의 시대에 맞서서, 한편으로는 혐오의 근원으로서, 또 한편으로는 혐오의 위선자로서 살아왔다. 결단코 자랑스럽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항상 얼굴 붉히며 돌아보는 과거를 또 꺼낸다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꽤나 힘들고 역겨운 일이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끄집어내면서 글로 환원시킬 때마다 괴로웠고, 과거에 내가 행했던 몹쓸 짓과 회사가 행한 이기적이고 어른답지 못한 추억에 괴로웠다. 결단코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 한 음절, 한 단어, 한 문장, 한 문단을 완성시킬 때마다 통쾌하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순간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토해내야 했다. 과거에 연민을 가지며 여전히 구태 짓을 하려는 나를 위해서라도, 나의 과오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현실을 직시할 당신을 위해서라도. 


지금 이렇게 맺음말을 적는 순간에도 사실 속이 확실히 시원해지진 않았다. 여전히 내가 토해내야 할, 토해내야만 하는 의무가 있는 사건들이 내 머릿속을 후벼 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은 여기서 잠시 멈추려 한다. 지금과 같은 혐오의 시대에서 더 이상 분쟁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쩌면 나는 다시 "발칙한 나의 스타트업 오답노트 2"로 돌아올 날을 고대하고 있기도 하다. 고단하고 억울하며 불합리적인 회사 생활을 꾸역꾸역 해낸 당신이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 캔을 사고 안주 삼아 미소를 흘기며 내 글을 읽고 있을 생각을 하니, 내 글은 결단코 멈춰서는 안 될 일이다. 


내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발칙해지게 돌아올 멀지 않은 미래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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