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꼬리곰탕과 한국 꼬리곰탕
#1. 캐나다 이야기
캐나다에 살 때 가장 좋았던 점 중에 하나는 고기가 저렴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식료품 가격이 꽤나 저렴한 캐나다에서 '고기'역시 꽤 저렴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손도 못 대보던 꼬리와 사골등을 편히 사다 먹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특히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은 닭다리가 저렴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이 차이가 나는 건 아니지만, 닭가슴살이 더 비싸고 닭다리가 저렴했습니다. 이런 횡재가... 하하^^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캐나다 사람들은 닭다리나 꼬리는 조금은 더러운(?) 부위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부위들이 좀 더 저렴했던 거였습니다. 덕분에 닭다리와 꼬리를 죄책감 없이(?) 편하게 먹었던 것 같아요~
#2. 인도네시아의 국물요리
처음에 인도네시아음식! 하면 떠오르는 것이 나시고랭(인니식 볶음밥)과 미고랭(인니식 볶음면)이었어요~ 그래서 여긴 더운 나라여서 국물요리를 안 먹는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웬걸요~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뜨끈한 국물 한 그릇을 참 좋아한답니다.
'Sop [솝]'이라고 하면 일반 국을 이야기합니다. Sop에 인니식 미트볼을 넣으면 'Bakso [박소]'가 되고 Sop에 몇 가지 향신료와 숙주 등등을 넣으면 'Soto [소토]'가 됩니다. 물론 지역마다 레시피가 아주 다양해서 딱 잘라 얘기할 순 없겠죠^^ 그리고 Sop은 소 부위에 따라 이름이 달라집니다. 한국에서 사골로 부르는 국은 'sum-sum [숨숨]'이라고 부르고, 갈비탕은 'Sop Iga [솝 이가]', 꼬리곰탕은 'Sop buntut [솝 분툿]'이라고 말합니다.
숨숨이나 솜이가, 솝 분툿 모두 꽤 비싼 편에 속합니다. '소토'는 장터국밥정도의 느낌이어서 역사나 길거리에서도 저렴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데요. 숨숨이나 솝 이가, 솝분툿은 소토에 비해 좀 비싸긴 합니다. 아무래도 사골, 갈비, 꼬리 등을 내세우니 고기가 들어가야 할 것이고, 가격이 좀 올라가겠죠? 게다가 여기는 캐나다가 아닌, 인도네시아입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 역시 한국사람들처럼 사골과 갈비, 꼬리를 아주 사랑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3. 국물을 빛나게 하는 건더기
-같은 부위로 맛을 내지만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솝 분툿에는 보통 감자, 당근, 그리고 정말 특이하게도 '토마토'가 들어갑니다. 국에 웬 토마토가 들어가나 싶지만, 이곳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 토마토는 참 단단한 편입니다. 처음엔 너무나 낯설었는데 건더기가 많으니 이래 저래 먹을 것도 많고,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짭짤한 국물에 새콤달콤한 토마토를 같이 먹으면... 낯설지만 인도네시아다운 맛이 느껴진달까요?
#. 오늘 맛
이 이야기를 하러 이렇게나 많은 서론을 적었나 봅니다.^^ 오늘 갔던 식당은 족자카르타에서 가장 유명한 꼬리곰탕집이었습니다. 이 더운 날에도 왠지 뜨끈한 국물 한 그릇 먹고 싶은 날이 있는데요. 바로 오늘이었나 봅니다. 3000원~4000원 정도에 꼬리곰탕을 한 그릇 할 수 있었어요. 소토는 천 원 정도 하는데 꼬리곰탕은 3-4천 원 정도 하는 거 보면... 조금은 비싼 펀입니다^^ 야채가 들어있는 국에는 제 손바닥만 한 커다란 꼬리 한 조각이 들어있었고, 매콤한 삼발과, 넉넉한 밥이 제공되었습니다. 큼지막한 꼬리 한 조각을 먹은 후 삼발과 함께 밥한입 물어 뜨끈~한 국물을 마시면 이보다 행복할 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크루푹(칩스)도 밥과 함께 먹는데요. 특히 이 집에서는 쌉쌀한 맛이 매력적인 'Emping [음핑]'이라는 크루푹(칩스)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쌉쌀한 음핑크루 푹 과 짭조름한 국물, 매콤한 삼발과 새콤달콤 토마토. 오늘도 든든한 한 끼로 인도네시아에 한걸음 가까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