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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인도네시아 Nov 27. 2023

반찬하나에 200원, 뷔페인 듯 뷔페 아닌 뷔페 같은

인도네시아 흔한 식당. 프라스마난

#1. 밥 먹는 양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공통점은 밥심으로 산다는 것이다. 한국사람들 못지않게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밥을 참 좋아한다. 한 가지 예로, KFC나 맥도널드 같은 외국계 프랜차이즈에서도 밥과 치킨을 함께 파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밥과 반찬을 먹는 문화나 밥을 볶아 먹는 문화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너무나 다른 것은 밥 먹는 양이다. 한국은 밥과 함께 뚝배기 한 그릇, 반찬까지 다 먹어야 만족하며 먹지만, 인도네시아는 밥 한 그릇에 반찬 하나로도 먹는 경우가 있다. 한 끼를 가볍게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밥 많이 반찬 조금으로 먹는 경우도 많다. 간단히 나시고랭 한 그릇, 치킨 한 조각과 밥 한 그릇, 달걀 오믈렛 하나와 밥 한 그릇을 먹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인도네시아에는 '반찬'이라는 개념이 없나, 싶었는데 살다 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다. 인도네시아의 반찬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2. 프라스마난(prasmanan) vs 뷔페 (all you can eat)


프라스마난은 뷔페와 상당히 비슷한 면이 있다. 인도네시아의 뷔페라고 할 수 있는데, 어쨌든 뷔페는 아니다.

프라스마난은 조리되어 있는 반찬들을 뷔페처럼 입맛에 맞게 떠먹는다. 한국의 뷔페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반찬마다 가격이 다르고 많이 담으면 많이 내고, 적게 담으면 적게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날 돈이 별로 없으면 간단한 야채 반찬 하나에 밥 하나 해서 천 원 정도에 맞춰 먹을 수도 있고, 좀 잘 먹고 싶은 날이면 먹고 싶은걸 여러 개 골라서 밥 하나 와 먹을 수도 있다. 닭고기는 한 조각에 얼마, 달걀은 하나에 얼마. 야채는 한국자에 얼마 등등 가격이 달라진다. 우리가 계산할 수는 없고 적당히 담아서 가져가면 카운터에서 계산해서 알려준다. 반찬은 야채부터 달걀, 고기, 생선까지 정말 다양하게 있고 국과 튀김까지도 다양하게 있다.

물론 인도네시아도 뷔페가 있지만, 한 끼에 1-2천 원선에서 해결하는 서민들이 가는 곳은 아니고 꽤나 부자들이 가는 곳이다. ^^;;



#. 반찬 하나에 200원, 프라스마난


프라스마난에 처음 간 날, 너무너무 당황했었다. 이걸 도대체 뭘 어떻게 골라야 하나.. 반찬이 어떤 맛인지도 모르니 마음대로 고를 수도 없었고, 계산은 어떻게 하는지, 얼마나 하는지도 모르니 멘붕 그 자체였다. 그저 가장 안전하게 밥 한 그릇과 치킨 한 조각 음료 하나를 선택해서 눈치 보며 자리에 앉아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족자카르타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프라스마난에 다녀왔다. 대학가 근처에 있어서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다 보니 반찬도 많고, 반찬도 참 신선하다고 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리라!


사실 반찬 종류가 너무 많고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 처음엔 멘붕이 왔지만, 그래도 5년간 인도네시아 음식을 먹어봤던 짬밥을 살려서 한두 개씩 담아나갔다. 가격이 얼마나 나올지 솔직히는 모르겠지만, 많이 나와봤자... 한국에서 밥 한 그릇 먹는 가격 나올까 싶어서 넉넉히 골라보았다. 깡꿍(공심채, 모닝글로리) 볶음, 숙주 두부볶음, 여주 볶음, 뚜리꽃 볶음, 잡채와 비슷한 비훈볶음, 가지볶음, 달걀말이, 튀김 여러 개, 닭고기 하나 등등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들을 남편과 나란히 맛깔나게 고르고 음료까지 시켜보니 전부 다 해서 6천 원도 안 나왔다. 어머나. 도대체 얼마씩인 거야??

영수증을 찬찬히 살펴보니, 야채 볶음, 튀김 한 개는 각각 200원 정도고 쌀밥 한 그릇에 450원, 그나마 비싼 건 닭고기 한 조각에 500원 정도이다. 한 그릇 푸짐하게 먹고 싶은 반찬들을 마음껏 골라 3-4천 원에 먹다니.

솔직히는 다른 손님들은 그저 2-3개 정도의 반찬만 담고 있어서 약간 부끄러웠다. 하하^^;; 너무 많이 먹나...;;; 계산하는 계산원도 당황해하는 건 매 한 가지..... ^^;;; 에이.. 그래도 이 정도는 먹어야지.. ㅋㅋ

향신료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음식을 정말 잘하는 집이라 그런지 밥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반찬 하나 추가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꼴이니,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어진다. 뷔페에서는 왠지 모르게 과식하기도 하고 남기기도 했는데 말이다. 한국에 500원짜리 반찬 뷔페가 생기면 어떨까~? 요즘은 야채값도 올랐다던데.. 어렵겠지?  1년내내 수확이 가능한 인도네시아는 야채가 싼편이니 이렇게 가격이 맞는거겠지? 한국은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안되려나.... 잠시 고민해 보기도 하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을 해보며 한 그릇을 비웠다.^^  아이고~ 오랜만에 반찬 가득 한 그릇을 먹으니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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