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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고운 Oct 28. 2020

오이도에서 불꽃놀이를

양양 바닷가에서 한 번 터트린 폭죽 불꽃놀이가 좋았는지, 아이는 여행에서 돌아온 그 주 내내 불꽃놀이 타령을 했다. 매일의 레퍼토리는 이랬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한다는 소리가,

"얀이는 불꽃놀이 좋아."

"불꽃놀이가 그렇게 재밌었어?"

"응! 불꽃놀이 하러 가자."

"그래, 주말에 하러 갈만한 곳 있는지 찾아볼게."

"지금 가, 지금"

"지금은 안돼, 엄마 아빠도 출근해야 하고, 얀이도 어린이집 가는 날이잖아."

"싫어, 지금 가."

이렇게 며칠을 반복했다. 덕분에 남편은 징징대는 아이를 들어 안고 어린이집에 가야 했으며 나는 서울에 불꽃놀이가 가능한 지역을 찾느라 분주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아이 덕분에 새롭게 아는 것들이 있다. 불꽃놀이도 그러했는데, 서울에는 소음 때문인지 폭죽 불꽃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저녁 퇴근하고 당일로 후딱 다녀오는 게 낫겠다 싶어 수도권을 다 뒤졌는데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가능한 곳은 바닷가 지역뿐이란 얘긴데, 우리는 서울의 동쪽에 사니까 아무리 가까운 서해를 가더라도 퇴근시간엔 강남 부근의 어마어마한 교통체증에 걸릴 것이 뻔했고 그렇다고 동해로 가자니 당일치기하기엔 부담이 있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한 주를 다 보내다 금요일 6시 퇴근 후 집에서 차를 끌고 아이와 남편을 픽업하러 갔다.


"가즈아! 불꽃놀이 하러~!"

"우와~! 불꽃놀이~!"

나와 아이는 이렇게 들떴지만 남편은, 이 시간에 출발하면 고생을 하는데, 이럴 거면 오후에 좀 일찍 나오는 게 낫지 않았냐, 등등 현실을 직시한 구시렁거림을 했다.

"막히는 구간은 내가 운전하니까 걱정 마!"


이렇게 호기롭게 외치고 떠나긴 했지만 곧바로 양재대로의 어마어마한 교통체증 구간에 끼이고 말았다. 1시간 반 가량을 길 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결국 아이는 멀미를 하는지 짜증을 내며 보채기 시작하더니 엉엉 울다가 토를 했다. 급히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있는 화장실에 들러 뒷수습을 한 후 오이도에 도착하니 8시 30분. 약 2시간 30분을 걸려서 도착을 하니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무장한 횟집들의 호객행위마저 반가울 지경이었다. 그냥 간판과 위치와 사장님이 적당히 마음에 드는 곳 앞으로 차를 세웠다. 아이를 먼저 데리고 가게에 들어가 가장 아늑하고 따뜻해 보이는 자리에 전기장판까지 빵빵하게 틀고 앉아 있는데, 주차하고 들어온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이 나를 잘 아나 봐."

"왜?"

"오래간만에 오셨네요, 라는데?"

그래, 오래간만에 오긴 했지, 오이도에.


꽃게찜과 새우 소금구이, 해물 칼국수까지 든든하게 먹고 나서니 바닷바람이 차갑게 불어왔다. 이제 여기까지 고생하며 온 목적을 달성할 시간. 남편은 근처 편의점에서 불꽃놀이용 폭죽을 3가지나 사 왔고 우리는 제방 건너로 넘어가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불을 붙였다. 바람 방향을 등지고 시작했는데 바람이 어찌나 센지 우리 쪽으로 불꽃이 튈까 봐 걱정될 지경이었다. 각기 다른 종류의 폭죽을 다 터뜨리고 후다닥 차에 올라타는데 아이가 또 외쳤다.

"불꽃놀이 한 번 더!"

내가 말했다.

"그만~! 오늘은 그만~! 당분간은 좀 쉬자,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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