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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12. 2024

마사지를 업으로 해보라는데

나는 어려서부터 손 힘이 셌다. 많이 셌다. 그래서 그것을 안 부모님은 나에게 절대 당부를 하셨다. "너는 손 힘이 세니까 절대로 누구를 때리거나 장난으로도 손을 휘두르지 말아라"라고.


사실 나는 너무나도 불안과 공포스러운 사람이라서 누구를 때리거나 싸우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평화주의자 이기 때문에 누군가랑 다투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와 목적은 내가 너무 화가 나거나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 화풀이 상대는 누군가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누군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나를 힘들게 하거나 나를 벼랑 끝까지 몰아가는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여태껏 풀어왔다. 그 사람들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을 했고 받아들이는 내가 잘못됐고 이건 내가 잘 이겨내지 못 한 벌이라고 생각해서 나 자신을 더 벼랑 끝으로 몰아갔고 나 자신을 죽여놨다.


그래서 누군가를 때리지도 못했고 때릴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성인이 됐고 손아귀힘이 센 나로서는 누군가를 때리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뭉친 어깨를 풀어줬고 다른 식으로 해결하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아귀힘이 셌기 때문에 집에서도 가족들의 안마를 책임지기도 했고 누군가가 힘들다고 할 때마다 가서 안마를 해주거나 두드려줬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너무 시원하다고 더 해달라는 말밖에 없었다.


그 말만 들으니 내 시야가 더 넓혀지지 않은 것 같다.


여자친구가 마사지 좀 해달라고 하기에 툴툴대면서도 마사지를 해주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마사지를 해줄 때는 이 악물고 어떻게든 뭉친 곳을 해결해 주리라-라는 마인드로 접근을 하고 모든 뭉친 것들을 해결해야지- 하고 막상 마사지를 하면 내 생각보다 덜 뭉쳤구나 하는 것들도 있고 너무 아프다는 경우도 있다. 나는 그냥 사람은 아프더라도 그 뭉친 것들을 어떻게 서든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강하게 강하게만 하고 있었지만 그게 마사지 세계에서는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았다. 나는 마사지나 안마를 하면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이해를 하지 못했었는데 내가 그렇게 여자친구의 발이나 어깨, 등을 마사지해주고 나면 항상 땀에 젖어있고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15분 정도 종아리 마사지를 하고 난 뒤 여자친구의 말은 기쁘고 뿌듯했다. "오빠, 오빠는 나랑 일 하는 거 하지 말고 마사지 공부해서 마사지 사를 해. 너무 시원해. 돈을 주고서라도 받고 싶을 정도야"라는 말을 들었다.


악력은 약하지만 어디서 나오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손가락 마디마디 들어가는 힘이 센 건가 싶기도 하지만 힘보다 사람마다 필요한 힘이 있고 풀어줘야 하는 구간이 있는 것처럼 그 구간을 잘 어루만지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마사지 공부를 할 생각은 아직까지는 없다. 이 압으로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지 다른 사람이 느꼈을 때는 "겨우 이걸로 하겠다고?"라는 말을 들을까 봐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물론 정말 종아리를 찢을 정도로 힘을 주면 줄 수는 있겠지만 마사지는 그 개념이 아니니까 중간을 지켜야 되는 게 가장 힘든 것 같다.


종아리 마사지를 받을 사람을 본격적으로 구해봐야 하나 싶기도 하고..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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