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pty Nov 03. 2024

인생 첫 장거리 운전

나는 운전면허를 작년 6월에 땄다. 내 의지도 아닌 상태에서 반 강제적으로 면허를 취득했지만 이 과정도 상당히 녹록지 않았다. 쪽팔린 이야기지만 필기에서 한 번 떨어졌는데 그때 상황은 회사생활과 병행한 상태에서 회사 몰래(?) 외근을 하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부랴부랴 시험도 볼 정도였는데 그래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의기양양한 상태로 필기시험장에 들어갔는데 호기롭게 떨어졌다.


그 이후로 다시는 운전면허라는 것을 따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따야 했던 상황이었어서 다음 필기시험 날짜를 잡고 다시 그날이 오기 전까지 필기를 위한 핸드폰 어플로 모의시험도 봤고 많이 틀리는 문제를 다시금 접하면서 되새김질하니까 두 번째 필기에서는 붙을 수 있었다. 사실 두 번째도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해서 문제에 제대로 집중하지도 못했고 많은 사람들이 시험장을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과정들이 너무나도 집중력을 무너뜨렸기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어찌어찌해서 운전면허를 땄다. 하지만 딴 이후로 근 1년 동안 아무런 운전도 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운전면허 땄다! 신난다! 나도 이제 면허증이 생겼네- 정도로만 기뻤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비행은 공유자전거를 마음대로 탈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공유 자전거 말고 공유 스쿠터도 있던데 그걸 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너무나도 커서 상당히 설렜었다.


그렇게 여차저차 1년이 흘렀고 1년이 흐른다는 것은 공유 자동차를 빌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대여 비용과 보험, 사고 난 직후의 생각하기도 싫었던 것들이 겹쳐서 자동차를 빌리고 싶다는 생각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차량을 운전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지방에 있는 한 스포츠 경기장에 가게 되었는데 꼬박 2-3시간은 운전은 했었어야 했는데 가는 길의 고속도로를 보고 있었는데 이 정도라면 운전을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을 했다. 그렇게 고속도로에서의 첫 운전을 하게 되었다.


그때는 정말 처음이라 속도도 80km도 이하로 주행을 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조수석에서 느껴지는 속도감과 운전자석에서 운전을 하는 속도감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구나 체감했다. 그렇게 한 40분가량 운전을 하니 뭔가 무섭기도 했고 너무나도 떨렸다. 내가 운전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사고가 나는 것도 나는 것이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개념 없는 차들이 깜빡이도 켜지 않고 들어오는 그런 몰상식한 일들을 너무 많이 봐왔기에 그러다 나까지 소리소문 없이 죽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과 공포심이 들었었다.


하지만 나름 운전을 실제로 해보니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다만 끼어들기나 8차선, 교차로에서 차량이 많을 때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손과 등에 땀이 흥건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차들이 무서우리만큼 치고 들어오니 나는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렇게 첫 고속도로 주행을 끝내고 그 이후 또다시 지방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내려갈 때 30분 정도 운전을 했고 올라올 때는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운전을 했다.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사이의 운전을 혼자 했는데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어떻게 3시간이란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해서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기 직전까지 운전을 했는데 밤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건지 정말 모든 운전자들이 존경스러워 보였다.


그렇게 한 100km를 혼자 운전하는데 정말 큰일이 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나름 뿌듯함도 있었다. 내가 언제 이렇게 장거리 운전을 해봤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돌아가신 아빠가 이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뿌듯해하셨을까, 이렇게 운전을 하루 이틀 배우다 보면 아빠가 하는 일도 도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스러움도 있었다. 물론 엄마나 누나도 이 모습을 보면 얼마나 신기해하고 놀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근데 너무 무섭고 긴장을 많이 한 탓에 엑셀을 하루종일 밟고 있었던 오른쪽 발목이 삐그덕 댄다. 다시 운전하고 싶지는 않다. 특히나 서울이나 경기도권처럼 차가 많은 곳에서는 다시 연수를 받아야겠지만 고속도로는 그나마 할만했던 것 같다. 근데 왜 이렇게 차선을 맞추는 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끙.

작가의 이전글 아빠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