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미래를 그리질 않았다. 그저 하루살이처럼 일하고 번 돈으로 저축을 하고 저축을 한 돈을 조금씩 소비하면서 살아왔었다. 돈을 벌기 위해 큰 규모의 투자를 해본 적도 없다. 그렇다고 주식을 해본 것도 아니다. 물론 1년 잠깐 있었던 곳에서 어깨너머 배운 것들로 투자를 200만 원 정도 해봤지만 8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그 200만 원이 없어서 생활을 못 할 지경은 아니지만 이렇게 저렇게 살아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모든 선택은 나를 비껴갔고 내 선택이 옳거나 존중받았던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전공을 잘못 선택한 덕분에 고등학교 내내 왕따처럼 쭈굴거리면서 살았어야만 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매우 소홀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뒤 6개월 정도는 모든 반 친구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모든 친구들의 핸드폰 번호를 물어봤고 내 주소록에 쌓여만 갔다. 물론 학기 초였기 때문에 본능을 숨기고 지내왔던 친구들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게 악수였다. 초반부터 모든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잘못됐다. 그렇게 학기 중반이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내 옆에는 이렇다 할 친구가 없었고 이미 삼삼오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짝지어서 놀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그때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모든 친구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했다. 학기 말이 되고 학년이 올라가기 직전에는 내 옆에 아무도 없었다. 이렇다 할 친구들도 나를 봐주지 않았고 더 재미있는 친구를 찾아 끼리끼리 놀았다. 나는 어떻게든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학기 말까지 노력했지만 이미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게 2학년 때는 예체능으로 진학을 했는데 이건 더 큰 문제였다. 음악으로 전공을 옮겼지만 음악 하는 친구들이 학교 내에 많이 없어서 미술 하는 친구들과 같은 반을 쓰게 했다. 그게 내 인생의 가장 큰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렇게 2년 내지 3년을 외롭게 그리고 왕따스럽게 살아왔다.
그렇게 선택을 잘못해서 대학교까지 음악을 전공하게 되었지만 매우 어려웠다. 같이 수업을 듣던 대학교 친구는 갑자기 하루아침에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그다음 주에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됐다. 아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재능 있는 친구들을 코앞에서 보고 굉장한 자괴감이 들었던 나는 음악을 금방이라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 인생은 내 손으로 망쳐버렸고 내 꾀에 내가 넘어갔다. 나는 예체능에 진학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음악으로, 내가 그나마 좋아하는 음악으로 무엇이든 해서 먹고살 수 있을 줄 알았다. 많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적당한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렇게 음악이란 아이템을 5년 정도하고 대학교 졸업을 할 때는 음악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그러니까, 고등학생 때부터 음악을 하겠다고 깝쭉거린 대가가 이렇게 크게 돌아온 것이었다. 사회에 나가야 하는데 아무런 준비는 되어있지 않았고 음악을 한다고 하긴 했는데 중간에 군대까지 가버려서 음악에 대한 커리어가 완전히 꼬여버렸다. 뭐 막말로 음악이란 공부가 더 어려웠는데 어찌어찌 버텨서 졸업하고 졸업장을 받은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은 한다.
그렇게 사회로 나와야 하는 내 입장에선 다른 사람들과 달리 아무런 준비도 아무런 무기를 가지고 사회에 뛰어든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게 돌고 돌아 방황을 하고 미래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에 이렇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다.
미래를 대비하려면 일을 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만 한다.
저 간결하고도 짧고 굵은 한 문장이 나에게 주는 부담감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다. 이제는 인생 자체의 고민이 되어버리기 시작했다. 몇 가지의 고민이 아니라 나에게 있어서 주어진 생사의 갈림길과 같은 아주 크나큰 고민 그 자체가 되어버린 듯하다.
30대 중반에 이런 큰 고민이라니 정말 큰일 났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