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유라고 말하기엔 부족하겠지만 하나의 이유는 생기긴 했다. 사진을 찍는 것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사진을 한 번 찍으러 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도 필요하고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것들도 상당히 필요하다.
우선 나는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나가지 않으니 사진을 찍으러 나가기 위해서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 나의 경우 백수이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고 늦게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면역이 되어있고 일찍 일어난다고 해봤자 오후 12시 그러니까 점심 즈음에 일어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편도 아니다. 보통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일어나니까 나의 기준에서는 일찍 일어나는 편이긴 하기도 하겠다.
그렇게 일어나서 온몸의 샤워를 하고 면도를 하고 나갈 준비를 하면 이제는 옷을 골라 입을 차례이다. 날씨가 추워서 항상 입는 옷들만 입는다거나 니트를 돌려 입거나 하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나는 조합을 잘 못하는 편이라서 대충 이것저것 입어보면서도 거울 앞에서도 이게 사람들의 눈에 괜찮을까? 하는 심정으로 몇 번이나 갈아입곤 한다. 헤어부터 수염, 입술 색, 상의부터 하의까지 그리고 신발까지 안 어울리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몇 번이나 거울 앞에서 옷을 테스트하곤 한다.
그렇게 하고 결국 나가면 사실 나갈 곳도 없다. 목적지를 정하고 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을 나선 이후로는 어디를 가야 하는지도 즉흥적으로 정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 물론 차가 있으면 어디라도 가다가 사진을 찍을 수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면허는 있지만 차는 없기 때문에 그 선택지가 적합하지 않다.
뭐, 말이 길어졌지만 나에게 값비싼 카메라를 산 대가는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분명 이 카메라를 구매함으로써 나의 생활이 바뀌었지만 사실 다른 문제가 내 발목을 잡는다. 오늘도 3시간 넘게 걸어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다녔는데 발이 아픈 것도 날씨가 추운 것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지하철에 앉아서 집에 오는 그 짧지만 긴 시간에서 생긴 일인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물론 그냥 가만히 있는데도 손을 떠는 것은 아니었고 특정 근육을 쓴다거나 특정한 행동을 할 때마다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걸 봤다.
내 핸드폰은 아이폰 14 프로인데 오른손으로 핸드폰을 쥐고 좌측 상단 뒤로 가기를 누르려고 엄지 손가락을 뻗으면 손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이 정도로, 이런 일로 손을 떠는 일이 없었는데 왜 이럴까 생각했다.
술을 매일 많이 마셔서 그런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생각했지만 결국 내린 결론은 술이 문제였다. 등가교환인 것 같은 느낌인 거다. 카메라와 사진을 찍는 행위라는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다른 것을 앗아간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손이 떨리는 것에 충격을 받는 나는 여러 가지의 행동으로 손가락과 손 전체가 흔들리는 건지 테스트를 해보려고 했다.
정확하게 어깨 위로 손, 팔을 올릴 때 오른손이 굉장히 부들부들 떨리는 걸 내 두 눈으로 확인을 하니 아 이제 진짜 죽을 때가 됐나 보다 싶은 생각까지 했다. 상대적으로 왼손은 그렇게 떨리지 않았는데 유별나게 바들바들거렸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긴 했다. 손이 떨리는구나, 손이 떨려서 카메라도 흔들리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절실했다. 병원을 다녀서 술을 끊어야 하는지 나의 쾌락만 추구하는 마인드를 뜯어고쳐야 하는 건지 물어볼 사람도 없고 상담할 사람도 없었다.
심각해지는 것을 지금 느꼈기에 끊거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술을 끊자니 사진으로 흥미가 술을 마시는 것과 동일하게 충전이 될지, 내가 결국 사진으로 돈을 벌지 못하면 똑같은 일인데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충돌된다.
진짜 평생 처음으로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만한 취미라는 것이 생겼는데 술 때문에 문제가 된다니.. 참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