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한다는 감정은 뭘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건 어떠한 의미일까.
길을 걷다 보면 마주치는 노숙자에게 돈을 쥐어주는 것이 기여를 하는 것일까. 정말로 힘든 사람을 찾아가서 그를 위해 시간과 노력, 정성을 쏟는다는 것이 기여한다는 행위를 뜻하는 것일까. 누구라도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크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가 건네준 자그마한 손길의 따스한 온기가 도움이 될 수도, 어제의 나처럼 동아줄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위해' 살았다. 아니 살아갔다. 살았어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누군가에게 버려지겠다는 생각을 항상 지닌 채로 살아왔고 내가 말을 듣지 않으면, 내가 누군가의 말을 거스른다면 반박하고 불만을 표출한다면 그것은 결국 나에게 날카롭게 날아드는 부메랑 혹은 칼날과도 같다.
모르겠다. 나는 어려서 애정을 잘 받고 자란 것 같은데 어느 부분에서 흠이 생겨났는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 생긴 자그마한 구멍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점점 더 넓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풍요로운 삶을 살지는 못했어도 아쉽지는 않게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과는 별개로 마음의 구멍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더라도 메꿀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다들 용을 쓰고 태교부터 정체성이 형성되기 전까지의 시간들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나의 엄마는 누구보다도 나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이런저런 고민들이나 이야기를 하고 크고 작은 사고들이 생길 때마다 엄마는 나에게 "너를 다시 뱃속에 집어넣고 정말 혼신의 노력을 다 해서 네가 정말 정서적으로 불안하지 않게 건강하게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어"라고 하신 적이 있다. 그 말의 속뜻은 다른 누구보다도 잘 느꼈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를 낳고 잘 키운 엄마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사실은 들었던 당시의 시간보다 시간이 지나니 더 감정이 울컥하고 벅차오르는 것만 같다.
그리고 괜히 엄마에게 미안하고 죄송스러워진다. 내가 이렇게 된 것이. 엄마는 잘못이 없다. 엄마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만들어주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나 자신이 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