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익숙하다.

by empty

익숙하다. 익숙해졌다.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익숙하다는 감정은 참 무섭다. 사랑의 관계에서도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서운 감정일 테고 그것을 느낀 나는 너무나도 공포감을 느꼈다. 익숙해진 것이 무서운 것이 아니고 공포스러운 것이 아니라 익숙해진 상태에서 나오는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투가 너무나도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익숙해졌다는 이유로 말을 함부로 하고 편하게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장난을 시도 때도 없이 치기도 하고 나의 감정은 배려하지 않은 채로 이야기를 하거나 장난을 친다. 나는 그래서 익숙해지는 것이 싫다.


사실 조금 전까지 아! 꼭 이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기까지의 시간이 2-3분 정도 지났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싶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 잠깐 사이의 나의 기억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싶다. 그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어서 그 짧은 시간 동안 혼자서 계속 되뇌었는데 생각보다 내 기억은 다른 기억들에 비해 한없이 모자란 것 같다.


익숙해지는 것이 싫다. 당연해지는 것이 싫고 무수히 많은 관계들 중 익숙해진다는 감정이 개입하는 순간 그 관계는 서로가 존중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관계는 아니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난 당연한 것이 싫다. 당연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당연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친하니까, 가까우니까라는 말로 막말을 하고 도를 지나친 장난을 친다. 난 그런 관계들과 그런 사람들이 싫다. 그래서 나는 친구가 없나 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80.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