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이야기는 어쩌면 도미니카 기억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비루한 일상을 야무지게 버텨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꿈꿨던 생각이 이루어지고 행복한 순간이 많아도 삶의 기본값은 비루한 일상이었다. ‘이제 서른인데, 나는 앞으로 뭐 해 먹고살지? 나 맞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나?’ 답이 없어 보이는 질문을 던지며, 일상을 견디는 시간이었다. 이런 나의 상황에 위로가 된 시가 있어 소개한다.
일일초
오늘도 한 가지
슬픈 일이 있었다.
오늘도 또 한 가지
기쁜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 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
호시노 도미히로
(시인은 교사 시절 기계 체조를 가르치다가 철봉에서 떨어져 전신마비가 되었음)
삶을 겪으며 배운 것이 있다면, 인간의 ‘삶의 정수’는 일상의 비루함을 견디어 내는 데 있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잘 버티어 내다가 행복한 순간을 반드시 맞이한다는 것이다.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존재는 단단해진다. 모질어 보이는 세상에 인간이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특유의 ‘유머러스’로 상황을 비틀어 내는 데 있다. 그래서 나는 날 지켜보시는 그분의 사랑에 힘입어, 고통을 준 세상에 똥침을 놓듯이 살기로 했다. 그게 내가 택한 예배 방식이다.
모든 것이 지겹게 느껴질 때
아무리 사랑한 순간들도, 시간이 지나면 권태에 빠지게 되지.- 그래. 그런 거야 삶이란. 언제나 꿈같은 하루가 이어질 수는 없는걸. 어차피 일상은 허무하고 비루하기 짝이 없고, 그걸 잘 버텨내는 게 삶이라고 생각했어.
그걸 일찍이 깨달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일상이 절망이라고 생각했기에, 역설적으로 날마다 희망을 선택하며 살아왔어. 이 말을 이해하겠어? 유창하게 설명할 자신이 없어. 왜냐면 삶으로 체득한 말이야.
내 안에 있는 가장 가까운 말로 표현하면, 그건 '인정'이었던 것 같아. 내가 속 좁은 나약한 인간이라는 '인정'. 모든 것이 지겹게 느껴진다는 의미는 - 그만큼 익숙해졌다는 말이라고 생각해. 그러면 모든 것이 당연하고 특별할 것이 없는 일이 돼버려.
지금 주어진 모든 기적 같은 일들.
이를테면, 오후 6시쯤의 노을 녘, 퇴근 후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 한 잔의 기쁨, 10월부터 벌써 크리스마스를 준비해서 집마다 달아놓은 야광조명, 언제나 친절한 사람들...
연약함을 인정하고 현재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다시 하루하루를 선물로 여기며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나는 다시 기다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