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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 Feb 04. 2024

정비사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

한파는 정비사를 찢어


지잉—지잉—지잉—

출근하기 전 진동이 계속 울렸다.



‘한파주의보 발효… 최저기온 13도…. 외출자제….’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안전재난문자가 날아온 것이다.

출근하기 전부터 이런 문자가 오다니 더욱 가기 싫어졌다

그래도 밖에서 하는 작업이 없기를 기도하며 사무실에 들어갔다



입이 방정이지…

비행기 조명을 교체하는 작업이 있었다.

비행기에는 다양한 조명들이 있는데

접근이 쉬운 곳부터 스탭(사다리)을 가지고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야 하는 조명까지 있다.

그중에서 아파트 2층 높이에 위치한 조명을 바꾸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공구와 조명을 챙기고 스탭(사다리)에 올라선 순간

더욱 차가운 공기들과 휘몰아치는 바닷바람이 나를 맞이했다.

작업을 빨리 끝내지 않는다면 정말 큰일 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조명 교체작업은 쉬운 거니 빨리하고 내려가야지 하고

커버를 풀고 기존에 달려있던 조명을 꺼내려는데



“………….. 응?? 이게 뭐야..?? “



조명을 연결하는 단선이 오래돼서 끊어져 있었다.

이놈의 비행기는 이것마저 협조적이지 않다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단선을 연결하기 위해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기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었다

장갑을 벗는 순간 0.1초 만에 손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더니

손끝은 점점 감각이 사라지고 손등이 찢길 거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차가운 바닷바람은 얼굴에 싸대기를 때리고 있었는데

콧물은 또 언제 나왔는지 얼굴을 탕후루로 만들었다.

하지만 콧물을 닦을 여건이 안되었기 때문에 포기하고 작업에 집중했다.



엄청난 추위에 나의 짜증은 최고치로 올랐다.

‘이건 정말 아니야. 정비사가 극한직업이지만 이렇게 추운 날씨에 일하다가는 내가 먼저 가겠어…‘

이것만 고치고  품속에 숨겨든 사직서를 던지고 가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다 고쳤습니다! 조명 켜주세요!”




‘팡!!’



깜깜했던 비행기가 밝은 빛으로 자신을 감쌌다.

스탭(사다리)에서 내려와 환하게 빛나는 비행기를 바라보았다.

더욱 밝게 빛나는 조명이 나에게 말해주는 거 같았다.




’ 추운 날씨에 고생 많았어, 나 이제 괜찮아졌어 ‘




그 순간 짜증 났던 감정은 사라지고

뿌듯함과 기쁜 마음이 나의 얼어 있던 마음을 녹여 주었다.

이렇게 단순한 나 자신이 싫으면서 좋다.

아마 다른 정비사들도 나와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아직은 정비사라는 직업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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