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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Dec 19. 2023

격렬하게 뛰고 싶은 암 환자

 하루 30분, 일주일에 3~4일. 땀이 살짝 날 정도로 가볍게 뛰거나 빠르게 걷기. 암 환자에게 권장되는 운동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고작 이것도 운동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평균 이상의 운동 신경을 갖고 태어났기에 어릴 때부터 야구와 축구 같은 구기 종목을 좋아했다. 친구들과 키 차이가 커지기 전인 중학생 때까지는 달리기도 꽤 빠른 편에 속했다. 합기도장에 다닌 적도 있었다. 낙법과 발차기를 주로 배웠는데, 오래 배우지는 않아 아주 잘하지는 못했지만 공중제비 돌기나 540도 발차기 같은 것을 할 정도의 실력이 되기도 했다.(물론 어설프게 성공하는 수준이었다.)


 수험 공부를 할 때는 고시생 축구부에 가입했다. 주 6일을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다 보니, 몸을 움직이고 사람들과 대화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지는 못했지만 싫어하지는 않았고, 나름 운동량이 많은 운동에 적응이 되어있었기에 운동에 대한 기준치는 높았다. 때로는 몸짱이 되고 싶은 마음에 헬스장에 가기도 했다. 하지만 내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너무 어려운 계획을 세워 작심삼일로 끝나기가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난 내가 많은 운동량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살아왔고, 언제든 맘만 먹으면 몸짱이 되고 괴물 같은 체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암에 걸린 후에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하루 30분, 주 3~4회의 운동량은 내게 너무 쉬운 과제였다. 시시했다. 그렇기에 목표는 훨씬 크게 잡았다. 더구나 암 환자에게 근력 운동 역시 필수가 아닌가?


 항암 치료 종료 후에는 동네 뒷 산에 올랐다. 몸무게가 10kg 이상 빠졌고 걷는 것조차 힘겨웠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 생각했다. 산에 오르며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체력이 되었고, 현실을 외면한 채 여전히 운동에 대해서는 높은 기준만이 있었다. 


 그 후로 본격적인 운동 시도가 있었다. 암 환자는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단다. 그래? 그럼 몸짱이 되어야지! 근육돼지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배를 봤더니 볼록한 산이 하나 있었다. 어느새 난 배 나온 40대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비상상황이었다.

 암을 극복하기 위해, 몸매를 유지하기 위한 운동이 필요했다.


 지방은 빼고 근육은 만드는 그런 운동법. 어떤 게 있을까? 수학 공식처럼 딱 튀어나오는 운동은 없었다. 단백직 섭취, 근력 운동, 유산소 운동을 적당히 섞어가며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단기간 내에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됐다.


 주 3회 헬스장에 가려고 노력했지만 운동 습관이 잡히는가 싶으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감기, 몸살과 통증에 운동 패턴은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1달 정도 규칙적으로 운동하다 감기 몸살로 운동을 한동안 쉬고, 그러다 보면 운동하기가 귀찮아져서 헬스장에 아예 가지를 않았다. 그러다 다시 불안감이 고조되면 운동을 시작하고 몸에 익는가 싶을 때면 컨디션 저하로 다시 운동을 쉬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내 몸매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아니 점점 더 배가 나오고 몸은 지방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계속되는 실패에 목표 운동량은 점점 내려갔고,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하루 30분, 주 3회, 땀이 살짝 날 정도로 가볍게 뛰는 게 내가 실행할 수 있는 최대 운동량이라는 것을...


 그 후로는 그냥 헬스장에 가서 러닝 머신에 오른 후 조금 빠르게 걸었다. 걷다가 뛰고 싶어지면 뛰고 뛰기 싫으면 계속 걸었다. 목표가 낮아지니 운동하러 가는 발걸음이 더 가벼워졌고 헬스장에 가기 싫은 마음이 줄어들었다. 내 옆에서 뛰는 할머니의 속도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뛰었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뛰기 시작하니 운동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운동의 효과도 느껴졌다. 한껏 달리고 난 날은 기분이 상쾌했고 장 속의 가스가 배출되어 몸이 편안했다. 앞으로도 규칙적으로 운동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남은 날들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착각이었다. 준비 운동도 없이 러닝 머신에 올라서였을까? 발목에 통증이 생겼다. 몇 번 통증을 무시하고 뛰었더니 이제는 조금만 빨리 걸어도 통증이 느껴졌다. 결국 통증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운동을 쉬기로 결정했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말이다.


 달리기 시작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뇌에서는 도파민이 나오기 시작한다고 한다. 도파민이 뿜어져 나올 때의 그 희열을 몇 달간 운동을 하며 느꼈다.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지금도 그 순간이 그립다. 그런데 몸이 받쳐주질 않는다. 중년 암환자의 서글픈 현실이다. 30분 이상 지속적으로 뛸 몸과 체력을 갖추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정말 복 받은 사람이다. 건강한 몸으로 건강한 삶을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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