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에 우체국 등기 쪽지를 확인한 것은 어언 2주 전. 좋게 말하면 일상이 너무 바빠서. 솔직히 말하면 벼랑 끝에 몰려야만 움직이는 게으른 습관 때문에, 뒤늦게 우체국에 전화를 걸었다.
“못 받은 등기가 있는데 혹시 아직도 우체국에서 보관 중인가 해서요.”
이미 일주일 전 등기를 보낸 동사무소로 반송을 했단다. 동사무소에 전화를 걸어보니 반송 우편물은 확인이 안 되고 세대주가 정부 24에 들어가서 취학통지서를 출력할 수 있다고 한다. 아내에게 그 말을 그대로 전달하고 내 할 일은 끝났나 보다 하고 있을 때쯤 취학통지서 출력도 기한이 정해져 있어 불가능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동사무소에 방문을 했다.
“아까 전화했던 사람인데요~”
담당자는 이것저것 확인해 보더니 취학 통지서를 발급해 준다.
“예비 소집일이 1월 3일이거든요. 취학 통지서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
???? 1월 3일?
아차 싶었다. 조금만 더 게을렀으면 예비소집일에 못 갈 뻔했다. 학부모로서의 미래가 걱정될 찰나, 앵두가 자신이 갈 학교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초등학교. 앵두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초등학교로 향하는 인도 건물 벽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로 가득하다. 어느덧 초등학교 정문 앞에 선 앵두.
“아빠, 나 너무 떨려.”
앵두랑 대화를 하다 보면 앵두가 7살인 것을 잊을 때가 많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몰랐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논리적이고 대화가 잘 통한다. 가끔은 앵두를 너무 성인처럼 대하는 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7살 때를 생각해 보면.... 내 기억의 시작은 7살이다. 어렴풋하게 기억이 나고 그때의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아마 앵두도 어른이 되어 지금을 떠올리면 그럴 것이다.
“앵두야. 뭐가 떨려. 그냥 편하게 다니면 돼. 대충 해. 재밌게 다녀.”
그래도 계속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앵두의 손을 꼭 잡고 정문을 통과했다. 넓게 펼쳐진 인조잔디 축구장. 달리기 시합을 해야 한다는 앵두의 청을 겨우 뿌리치자 혼자 달려보겠단다. 반대편 골대를 찍고 온 앵두는 숨을 헐떡인다. 그리고 교실도 들어가 보고 싶다는 앵두.
계단을 오르니 경비 초소가 있다. 경비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사정을 설명한 후 들어가도 되냐 물으니 안된다며 소집일 때 오라고 하신다. 앵두에게 다시 공손하게 인사를 시키고 계단을 내려왔다.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친구들, 선생님과 많은 일들이 있을 테니까. 힘든 일도 속상한 일도 때로는 위험한 일도 생길 것이다. 아직 7살밖에 안 된 내 딸이 그런 일들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하면서도 걱정이 된다. 앵두의 미래에 행복과 안전이 가득해야 할 텐데. 앵두의 곁에 늘 있을 네 잎클로버를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