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1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암기만 잘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직장인 고시생의 공부법

by David Feb 16. 2025

몇 년 전 수능 시험은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일뿐이고 서울대생은 암기만 잘할 뿐이라는 영상이 올라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공부에 있어 암기가 필수적이긴 하지만 그것은 한 부분에 불과한데 이런 오해를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암기와 이해가 어떻게 학습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글을 써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형 작가가 쓴 '직장인의 공부법'에 나온 좋은 그림으로 시작해 보자. 공부 방법의 중요성에 대한 그림이었는데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잘못된 방법으로 공부하면 결코 합격할 수 없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그림이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나는 여기에 운이라는 작은 원을 하나 추가하고 싶다. 운이라는 동그라미가 들어가야 실력이 없어도 합격하는 경우, 실력이 있지만 불합격하는 경우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위 그림에는 3가지 요소가 있다.

화살표의 길이, 각도, 운의 크기

화살표의 길이는 노력의 양이다. 보면 알겠지만 최소한의 길이, 즉 공부량이 존재한다. 그리고 크기가 커지면 운의 영향을 덜 받게 된다.

운의 크기는 본질적으로 통제불가능하다. 하지만 노력의 양이 늘수록 운의 영향력은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이 두 가지는 결국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의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화살표의 각도가 있는데 이것은 공부 방법이다.       

수험 공부는 크게 이해-암기-현출의 단계를 거친다.      

먼저 이해와 암기에 대해 살펴보자.

학습에서의 이해는 어떤 대상이나 개념의 의미, 성질, 원리 등을 깨닫고 논리적으로 아는 것을 말한다. 즉 각 개념들을 논리적 인과 관계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암기는 정보를 반복적으로 학습하여 잊지 않고 기억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단순히 기억하는 것을 넘어, 필요할 때 즉시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공부를 시작할 때 암기가 필수다. 하지만 암기만 단독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보다는 이해와 암기가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 사실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해가 동반되어야 쉽게 암기할 수 있고 다양한 문제에 응용이 가능하다. (역사적 사실도 맥락을 이해하면 조금 더 쉽게 암기되는 경향이 있어,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해서 암기하는 것이 유리하다.)


직사각형의 넓이에 대한 예로 이해 없는 암기의 문제점을 살펴보자.(초등학생 수준에서)

직사각형의 넓이 = 가로 * 세로이다.

이제 문자 그대로 외운 학생과  직사각형의 넓이를 두 변의 곱이라고 의미를 부여해서 외운 학생이 문제를 풀 때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문제) 어떤 직사각형의 가로길이는 세로보다 4cm 더 깁니다. 이 직사각형의 넓이가 96 cm² 일 때, 가로와 세로의 길이를 구하시오.


 1) 이해 없이 외운 경우

가로길이와 세로 길이가 구체적인 값으로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2) 의미를 이해하고 외운 경우 

 가로 * 세로 = (세로+4) * 세로이며 이 값이 96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96 = 1*96

    = 2*48

    = 3*32

    = 4*24

    = 6*16

    = 8*12

위의 조합 중 4 차이가 나는 경우는 8과 12이므로 답은 가로 12, 세로 8 임을 알 수 있다.

     

이해 없이 외운 학생도 이 단계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개념을 수정하면 문제가 없다.

‘아, 가로와 세로를 직접 주어준 문제가 아닌 경우에도 각각의 길이를 곱한 식을 세우면 넓이에 대한 식을 유도할 수 있구나’라고 이해하면 유사한 유형의 문제를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     

 하지만 두 변의 길이 차가 4이고 넓이가 96일 때 각각의 길이는 8과 12이다. 이렇게 다시 외워버리면 다른 문제에 적용이 불가능하다. 공부할수록 암기해야 할 양이 늘어나지만 성적은 절대 오르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합격할 수 없는 공부의 전형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왜 이렇게 공부할까? 흥미 없이 단기간에 성적을 올려야 할 경우 또는 누군가가 억지로 시켜서 공부해야 하는 경우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상황이 어떻든 수험 공부의 시작은 흥미를 가지고 해당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물론 한 번에 개념을 100%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처음부터 100% 이해하고 문제 풀이를 하려고 하는 공부법 역시 목표를 겨누지 못하는 잘못된 공부법이다) 누구도 처음에는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문제풀이를 통해 이해한 개념의 정확도를 점점 높여야 한다.


 문제를 풀고 나서도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면 해당 문제의 조건만 외우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이해하고 있는 개념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어릴 때부터 이런 훈련을 하고 경험이 쌓이면 새로운 내용의 공부를 할 때도 남들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현출단계이다. 아무리 이해를 잘해도 손으로 써서 답을 작성할 수 없다면 점수로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문제풀이와 개념 수정을 반복하며 계속 손으로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은 매우 지루하며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어 한다.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것을 완전히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해당 작업을 귀찮게 느끼거나 불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문제를 접했을 때 즉각적으로 해당 개념을 파악하고 시간 내에 답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이 연습이 필요하며 꽤 여러 번의 반복이 필요다. 


아무래도 이런 반복 연습 때문에 공부를 ‘암기’라고 오해하는 것 같다. 하지만 논리적 사고와 이해 없는 반복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험은 거의 없으며, 수능 시험은 결코 그런 종류의 시험이 아니다. 고로 고난도 시험의 합격이나 뛰어난 성적을 비실용적인 암기의 산물로 보는 것은 100% 잘못된 생각이며 어떤 시험을 준비하든 이해와 암기가 병행된 효율적 공부법으로 수험 준비 기간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고시에 떨어진 이유(3)- 점검 없는 공부의 폐해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